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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w Yoon Oct 03. 2016

헤어지는  연습 해보기

둥지 안의  어미새는.. 


2016년 10월 3일 

헤어지는 연습.



아침 7시에 집을 출발하여    자욱한 안개를 뚫고   5시간을 열심히  픽톤, Picton 에 도착했다.

도착까지  한두 마디  정도   잔소리를 했을까   나는 거의 조용히  가만히   조수석에  있었고 

장거리 운전에  전혀  익숙치 않은   딸아이는  긴장한 모습   역력  그대로. 



흐렸다가 개였다가  날씨는 변덕이 심했지만 

이제  봄이 오려는 흔적은   산속 나무들, 숲 속 곳곳에  보이고   싱싱한  초록색  나무 풀색깔과

푸르기 푸른  전형적인  뉴질랜드의  하늘색은   흰구름과  멋지게 어울렸다.

곳곳에  하얀  안개를  조용히 보드랍게   보듬고 있는  산은   사랑스러운  엄마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제 17세 ,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막내딸은   

내년 2월부터  대학에서 수의학 공부를  하러   

팔머스톤 노스 , Palmerston North라는   먼 곳으로 가게 되었고  



오늘은   나 와  둘이서 직접   한번  같이가보는  연습을  하기로 한날.   

다음번부터는  딸은  혼자서  1박 2일을  가야 하고   거기서  계속  혼자서 살아야 하니    

이번 여행은   말  그대로   헤어지기 연습이다. 




5시간 운전을 하면서  어쩌다   마주친  경찰차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모습은

그 옛날   내가  운전 연습을  처음 하던   나의 모습과   똑같다.


“  앞차와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여야 해 “ 

“  추월할 때엔  과감하게  “

“ …..  “


나의  잔소리는  허공을 갈랐고  대답 없는   메아리였다. 





이제  이 배를  타야 한다.   


우리가 타고 온  차를   선착장에서  페리에   무사히 실는것 까지   

혼자 힘으로  성공한  딸아이는  그야말로   승리자  기쁨의  그  얼굴.

 

장시간  운전의  긴장과  피곤에 지쳐   

배안에서  금방  잠을  자버리는   딸 아이를 쳐다보며   


나도   여유있게   생맥주 한잔.

안주는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  와  산 과  하늘.


  




17년 전   병원에서   태어나던 날 모습에서   

기어 다니던 모습,   자전거  배우는 모습 , 

초등학교  , 중등학교를 거쳐  오늘까  

모든것들이   영화 장면처럼  한순간에   휙 지나간다. 



요즘   딴에는  다 컸다고  나에게  한 번씩 잔소리하는 것도   어떨 때에는 봐줄만하다.

지네 엄마로부터  그대로  보고  배운 것이라.  

그래도   쿨 하고   타프한 성격은   엄마를  안닮고  나를  닮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바다를  하얗게   가로질러가는   배위에서 ,

양쪽으로  갈라져서   펼쳐지며   

배 앞뒤로  지나가는    

산 과 구름  과 하늘을 보면서  

우리  배를  열심히   따라오다가   다시   뒤로 멀어져 가는  갈매기를  보면서  


생맥주한잔에  

딸아이가 어렸을 때   내가  힘들던  그 시절  생각하다보니  

말 그대로   일장춘몽이다. 

누구나  파란만장하지 않은  인생 없겠지만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고 

슬플 때도.. 

행복할 때도.. 

그  모든 것은   다  스쳐 지나가는   찰나  한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나의  인생과   

바다에  떠있는  이 배는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    



딸아이가   혼자서  헤쳐나가고   혼자서  펼칠   새로운 세계는  

제발  나처럼  그렇게  어렵고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지금  저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처럼

한없이  한없이  깨끗하게.

딸아이가   하고픈대로   원없이   맘껏   꿈을   활짝  펼쳐보면  좋겠다.   

   

정말  바보 같은  기대지만,    


     



어미새가  

다 자란  새끼 새를   

나는 연습을 위해  

나무위  둥지 안에서  일부러  밀어낸다는  그 말처럼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는   딸아이를 위해    

오늘  나도   서서히  

밀어내기를 하며  

헤어질 연습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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