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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일요일에 해야 할 일

브릭 레인 마켓, Brick Lane Market

by Andrew Yoon



런던 일요일 아침

한국행 아시아나는 일요일 저녁시간 출발이라 일요일 오전은 오랜만에 느끼는 충분한 여유다

전날 밤에 잽싸게 가방을 싸 놓고 나니 왠지 몸이 가볍다.

여유 있게 가볼만한 런던의 일요일 마켓을 구글 써치로 찾아보고 나서

오늘의 목적지는 브릭 레인 Brick Lane 마켓으로 즉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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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이주 동안에 빅 벤에서부터 타워 브리지까지 테임즈 강변을 세 번 왕복하며

처음엔 종일 걸었고 다음날은 운동 삼아 왕복을 뛰었고 그다음 날은 사진 찍느라 천천히 걸어서

발가락에는 물집도 엄청 생겼다.

해 질 무렵에 테임즈강변을 다니는 동안 이 멋진 강변에서 조깅복을 입고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마주치면서 엄청 부러운 마음이 들어 다음날 조금 늦은 시간임에도 나도 한번 뛰어보았다.

해 질 무렵 멋진 풍경의 테임즈강변에서 땀나게 뛰어보기… 아주 좋은 경험이고 탁월한 선택.

그 덕에 발가락에 물집은 생겼지만, 런던으로 여행 가시는 분들에게는 자신 있게 권해보고 싶다

" The Queens Walk"는 최소 세 번은 왕복해야 한다.



일요일 아침, 걸을 때마다 신발에 부딪혀 발가락은 아프지만 대일밴드로 예쁘게 포장하고

가볍게 카메라만 달랑 들고 브릭 레인, Brick Lane을 가기 위해 재미 삼아 이번엔 빨간색 이층 버스를 탄다. 따뜻한 햇볕이 들어오는 이층 윈도에서 내려다보는 일요일 아침의 조용한 런던 시내 구경도 런던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묘한 재미가 쏠쏠.



왜 런던에만 빨간색 이층 버스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런던의 유명한 깜장 색 택시도 있었다.

깜장 색 고유한 색깔도 그렇치만 택시 모양새도 독특하고 승객 5명이 서로 마주 보며 앉아가는 것도 재미있다. 이 깜장 택시는 영국에서 만들고 영국에서만 달리다고 하는데 정말 사실일까.

런던에 가실 분들은 필히 빨간색 이층 버스, 깜장 색 택시를 한 번은 타보시길.



브릭 레인 Brick Lane 에 도착하니 옛날 맥주 공장인듯한 오래된 건물 모습 그대로 웅장하게 서있고 그사이로 오목조목 길거리 시장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모든 벽에는 낙서 그림들이 가득하고 그 속에서 빈 태지 물건과 길거리 음식을 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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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거의 다 모슬렘계, 이슬람계, 인도계 등 출신인 듯 아마도 순수 영국인들은 아닌 듯.

반면에 이곳에 구경하러 사람들은 카메라를 든 외부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뒷골목의 가득 찬 빈태지 느낌에 런던 시내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또 하나의 런던 풍경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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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길거리 상점들도 이슬람 글자 같은 꼬부랑 글자들이 영어와 함께 같이 써져있다.

볼거리만 아니라 먹거리도 있고 길거리에서 세계모든 음식들을 한 번에 구경할 수 있는 기회.

여러 종목 중 한국음식을 파는 곳도 있는데 태극기까지 내걸고 장사하시는 분은 태국에서 왔다는 여자이었다. 굳이 물을 필요는 없었는데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먼저 물어서 한국이라고 대답하니 자기는 태국 출신이란다. 사실 나도 한국이 아닌 뉴질랜드라고 말해야 하는데. 기회를 놓쳤다.

구경을 다하고 나올 무렵에 출구 쪽에서 또다시 한국음식을 만났는데 ㅎㅎ 한국분이었다.

그래서 감사의 기념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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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신이 아닌 사람이 해외에서 한국음식을 만들고 판다면 한국인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하긴 세계 각지에서 많은 한국사람들이 일본음식을 만들고 팔고 있는 것은 또 어떤가.

다문화, Multi- culture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그 사람의 출신국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사람이 현재 살고 있는 나라가 더 중요한 것임에도

우리가 해외여행을 할 때에 여권이라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일까 라는 생각도 갑자기 들었다.

소지한 여권에 따라 그 사람을 판단해 버리는 어떤 선입견 Perception 이 우리에게는 잠재해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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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정말 우연히도 세계적인 도시 런던에서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 얼굴 표정 하나하나에서 느꼈기에. 소수민족 출신으로서 용기를 잃지 않고 현지 사회에 적응하려는 그 삶이 그리 녹녹지 않았으리라. 건방지게도 나 또한 해외에서 그들과 똑같은 처지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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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 레인, brick lane을 떠나 이번엔 런던의 자존심 Tube를 타고 오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출신국은 중요한 게 아니고 현재 내가 기대고 살고 있는 나라가 내 나라라고

스스로가 먼저 생각한다면 이 세상 그 누구도 소수민족이 될 수 없다.

살고 있는 나라가 남의 나라라고 계속 생각한다면 평생 소수민족이어야 하겠고.


일요일 주말에 아름다운 영국을 떠나면서 멋진 런던을 떠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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