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임에 틀림 없다. 오늘 비가 오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원래 나란 인간은 뭔가를 벌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잘 정리가 안되고 시작은 화려하게 결말은 아주 미미하게 끝을 낸다. 뭐 전문 용어로 '용두사미'라 한다. 이런 이유로 학창 시절에도 참고서 하나를 제대로 끝까지 보지 못했다. 그랬으니 뭐 공부는 말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세상일에 관심 많은 사람 영향력은 없지만 세상에 있는 일에 기웃기웃하는 사람으로 20대를 보냈다.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어디에 내놔도 다른 사람이 손이 갈 만큼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대학도 입학은 했으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간 대학이라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기 좋아했고, 그 당시 뭔 생각이었던 건지 한 학기를 다니다가 일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자퇴를 했다. 막상 그만두고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던 때 아버지가 건축업에 종사하셨고, 내 눈에는 그 모습이 나름 멋져 보였다. 하여 아버지를 졸라 철없이 건축 현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역시 보는 것은 보는 것일 뿐이다. 정말 더운 여름에 무거운 짐들과 씨름하고 나면 입에서 사탕 먹고 한 참 후에 느낄 수 있는 미각을 느끼게 된다. 단네가 난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서두에 이미 얘기한 봐 난 슬프게도 '용두사미'한 인간이다. 이미 한 달이 지나자 너무나 힘들고 지쳤다. 하지만 나 혼자 하는 취미나 같아야 하기 싫으면 말고, 아니면 다른 방법이라도 모색해볼 텐데 이거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오직 견디는 방법밖에 없다. 하늘이 허락해 준 날을 기다리면서
비야 내려라~
내 마음과 몸을 촉촉하게 적셔줄 비야 내려라~
난 그때 큰 깨달음 같은 것을 얻었다. 사람은 원하면 정말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염원해야 한다는 것을 그 당시 난 시사 따위에는 관심 조차 없는 무지몽매한 그런 인간이었다. 하지만 토템을 숭배하는 사람보다도 더 더 더 '일기예보'를 숭배했다.
쉿! 조용!
내일 날씨는 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비 소식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용두사미 인간에게 한 줄기 희망을 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