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다정 Aug 23. 2020

시니어 디자이너에게 배운 점

시니어 디자이너 님과 일하며 기억에 남는 점들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 회사에 오기 전까진 나는 ‘내 맘대로' 디자인하는데 익숙했다. 사무실도 없는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커리어 덕분에  맨땅에 헤딩하는 것에는 아주 도가 텄지만 디자인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없는 환경은 부족했다. 그에 비해 지금의 회사는 어엿한 프로덕트 디자인팀이 있으니 뛰어난 디자이너 동료들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선 아주 행운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디자이너들이 각각 다른 목적 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 동료와 완전히 가까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또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 팀 이동을 하면서 다른 디자이너 분과 완전히 같은 팀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분은 경력 8년 차 정도 되는 시니어 디자이너이다. 사실 직급의 개념이 없는 회사라 커뮤니케이션은 동등한 관계에서 이뤄지지만 어쨌든 훨씬 커리어를 일찍 시작하신 선배 디자이너다. 같은 팀이 되고 그분을 내 맘대로(?) 내 생애 최초의 사수로 삼고 배우고 싶은 점들을 열심히 흡수하려 노력하고 있다.




1. 보물 같은 기록들


그분을 A님이라고 부르겠다. A님은 '기록을 정말 많이, 잘' 남기신다. 기획서, 와이어프레임 문서, 타 부서에게 디자인 리뷰받는 방식, 디자인 디벨롭 과정들.. 거의 모든 업무 과정이 다 기록화 되어었다. 그래서 추후 내가 비슷한 업무를 맡았을 때 굳이 구두로 여쭤보지 않아도 A님이 남긴 기록을 찾아서 참고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기록은 A님 뿐만 아니라 나도 잘하고(ㅎㅎ) 팀에 이미 잘 자리 잡힌 문화이기도 하다. 기록이 정말 중요한 유산이라는 점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다 공감할 것이다. 나도 배운 것들을 까먹지 않게 이 글로 기록하고 있다!



2. 지켜보고 있다..!


당연히 모든 프로젝트가 다 재밌진 않다. 해야 돼서 하지만 어떤 것들은 포트폴리오가 되지 않을 것이라 한 번 생각하니 (이러면 안 되지만) 손이 적극적으로 안 움직였다. 그런데 내가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때 A님이 먼저 의견을 제시하거나 레퍼런스를 같이 찾아봐주었던 게 기억이 난다.


다른 사람이 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주니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더 책임감이 생겼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과 얘기 나누며 프로젝트를 디벨롭하다 보니 금방 새로운 재미를 찾고 동기 부여할 수 있었다. 물론 내 프로젝트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나 자신이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힌트를 주는 역할을 동료가, 선배가 해줄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3. 퀄리티 좋은 리뷰 많이 많이. (단 선택은 님의 몫)


디자인 리뷰를 구두로 하기도 하지만 특히 요즘 같은 언택트 시대의 근무 상황에선 텍스트로 리뷰를 많이 주고받는다. 주로 슬랙이나 문서의 댓글로 소통한다. 텍스트로 하다 보니 오히려 리뷰를 문장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더 논리적으로 정리하게 돼서 그건 나름 장점이다.


A님은 디자인 리뷰를 할 때 어떤 이유로 이 시안을 좋다고 평가하는 건지 이유를 분명히 명시한다. 작은 이유든 큰 이유든 A님의 의견엔 무조건 이유가 있다. 내가 할 일은 그것들을 이해한 후 반영하거나 또는 다른 의견이 있다면 나의 디자인 논리로 A님을 재설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A님의 많은 디자인 작업에 리뷰어로 참여하고 항상 최대한 퀄리티 좋은 리뷰를 드리려 노력한다. 언젠가는 내가 드린 리뷰가 유용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다! 나는 배우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번외) 나도 가끔 눈물을 흘린다..*

한 번은 회사 내의 역할과 앞으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섞여 심경이 복잡해 A님에게 티타임을 신청했다.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각을 잡고 마음 깊은 얘기를 꺼내려하니 너무 어려웠다.


나는 왜인지 '진심'을 말하려고 하면 눈물이 난다. 티타임을 하기 전에 '제발 울지 않기를..^^' 빌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눈물이 맺혔다. 그런데 그때 A님이 괜찮다고 자기도 리더와 면담할 때 운 적이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순간 그 말이 너무나도 위로가 됐다. ‘눈물=언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인단 생각에 정말 창피했는데, 눈물보단 내가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는 것에 집중하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



이것들은 사실 꼭 선배나 사수가 아니더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끼리 서로 가지면 좋을 태도들일 것이다. 최고의 복지라는 동료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도 동료들에게 걸어 다니는 복지가,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마음을 다시금 새겨본다.



(*이 글은 A님의 동의를 구하고 올려봅니다.S2)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이너, 첫 회사 생활로 배운 6가지 업무 습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