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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h on Nov 19. 2022

그래도 등 뒤에서 욕하지는 않겠다는 자존심

오늘 소온의 단상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 긴장이 풀리는 자리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험담. 가십거리처럼 자리에 없는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싫었다. 왜 싫은지 이유를 알아채기도 전에 조직생활이란 결국 뒷담화와 앞담화를 빼면 남는 것이 몇 없어 보였다. 3명만 모이면 누가 그랬다더라, 누구는 그랬다더라. 시시콜콜한 사생활부터 일하는 스타일까지 안 좋은 이야기가 즐비했다.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서로 간 비밀을 나누었다는 연대감, 우리는 걔보다는 낫다는 우월감을 나눠가진다. 그런 시간이 찾아오면 나는 아무래도 없는 사람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는 종류의 자존심을 부린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식의 허공을 떠다니는 맞장구를 몇 번 하고 나면, 신나게 '같은 편'을 찾던 사람들은 더는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


알량한 도덕적 우월감의 발현일 수도 있고, 사내정치를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현실을 모르고 고매한 척한다고 분류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겐 그런 잠깐의 감정 배설이 주는 쾌감이 피곤하다. 쉬운 몇 마디로 얻어낸 연대감이 그리 끈끈하지 않을 것을 안다. 무엇보다 오늘이 아닌 어느 날에는 나 역시 그들의 도마에 올랐을 것이리라.


서로 간 욕하고 앞에선 다시 웃으며 잘 지내는 것이 사회생활이라면ㅡ 난 아직 조금 사회에 섞이지 못한 채로 한 발짝 멀리 지내는 걸 택하고 싶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엇일까, 피곤하지 않기 위해 한 선택이라면서 괜히 생각만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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