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갈등의 근원

말이 통하면 조금 덜 싸우게 됩니다

by ANDTAX

로스쿨을 준비하면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명저를 수회 다독하였습니다. 사실 그 책을 통해서 독자가 조금 더 '정의로운 사람'이 되길 바랐을 수도 있습니다만, 사실 제가 느끼기에 그런 효용은 크게 없었고, 적극적 우대조치 같은 새로운 개념을 학습하는 용도가 더 컸다고 생각됩니다.


Trolley_problem.jpg 그리고 맨날 나오는 트롤리문제. 기차를 잘 조작하면 드리프트로 한 번에 6명을 다 해치울 수 있다


정의로운 사람, 우리는 특히 공평, 공정, 평등과 함께 정의가 무엇인지 배웁니다. 저는 88년생의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정의를 처음 접한 것은 파워레인저입니다. 악을 처단하고, 단체로 다구리를 쳐서 어떻게든 악당을 폭발시키면 정의가 실현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그 악당이 지구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고민해 본 적은 없습니다. 타이즈를 안 입고 있어서, 못생겨서, 괴물이어서 때려 맞다가 터져버리는 운명만 반복되어도 정의가 구현되는 줄 알고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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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제가 느낀 점은 역사와 상황과 시대마다 정의의 정의가 다른데, 어찌 정의를 정의할 수 있는가?이며 결국 '정의의 정의가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답 없는 결론만 내리게 되었습니다.


- 정의,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JUSTICE

- 정의,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 또는 그 뜻, DEFINITION

스크린샷 2025-04-13 172553.png 이른바 바른 뜻과 정해진 뜻의 차이이다

정의로움의 뜻도 서로 다르며, 윤리학자마다 다르다 보니 결국 정의가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 결국 정답! 정의는 OO이다!라고 알려주지 못하고, 그저 이런 상황에선 이런 정의론이... 저런 상황에선 저런 정의론이.... 근데 이런 것도 좋지 않을까... 정도의 열린 결말만 제시하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서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하거나 같지 않거나, 심지어 같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대화가 가능한 것은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가 생각한 것이 다르거나, 경험이 다르거나, 알고 있는 점이 다르거나, 의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해소하면서 서로의 대화가 이루어지는데,


누군가의 대화는 강압적이거나,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이거나, 감정이 상한 상태이기에, 인내심이 적은 상태이기에 그러한 다름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대화가 끝날 때까지 그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저는 변호사로 살면서 수 없이 많은 분쟁에 노출되었는데, 사실 대부분은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몰라서 싸우고,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로 법률 해석이나 규정 싸움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우리의 법률이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고 만들어놓기도 하였고, 세상만사 모든 일을 다 법으로 상세히 규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저는 '그게 법에 있어?'(진짜 있음) 라든가 '그게 법에 없어?'(진짜 없음) 같은 일이나 이런 일로도 싸운다고? 와 같은 너무나 이해 안 되는 분쟁이 많이 있었습니다.


%EA%B7%B8%EB%A6%BC1.png?type=w966 김치는 생각보다 세법학자들에게 유명한 음식입니다.


반대로, 단어의 뜻이 확실히 통일된 사람들에게는 대화는 효율성을 갖추게 됩니다. 결국 전문가가 되어 그 업무에서 쓰는 용어를 자주 쓰게 되면, 서로 의사소통에서 지장이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 소개팅을 해서 만나게 된 이성에게 서로의 다른 가치관이 반영된 단어로 대화를 하게 되면, '그 사람 이상하다', '그 사람 말투가 별로다'로 평가받기도 하고, 연애를 시작한 연인은 '오빠 왜 아무거나 먹자고 해?', 라든가 '오빠는 왜 말을 그렇게 서운하게 해?'와 같은 말을 듣게 됩니다.


download.jsp?FileID=59267593 아까 아무거나 괜찮다고 했잖아..?


과연 그러면 결혼할 만큼 살면 그게 달라질까? 생각보다 굳어버린 가치관은 유연하게 상대방의 대화를 수용할 여유가 없다면 서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도 못하고 대화가 종료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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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의 시선에서 본 단어 싸움, 말장난이거나 오해, 다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재미가 없는 주제지만 저에게는 재미난 주제여서 시작했는데, 일단 하기로 했으니 뭐라고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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