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무엇인가?

What is love? - 1부

by ANDTAX

사실 조금 아껴 놓은 주제로 중간쯤에 풀어보려고 하였으나, 아무래도 여러 번 나눠 쓰는 것이 차라리 나을 듯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1.png 우리가 아는 '사랑'


주관적일지도 모르겠으나, 사랑한다는 말은 발음도 그렇고 글자도 그렇고 참으로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감정이면서 행동이기도 한 '사랑'은 인간의 감정을 넘어서 인간의 기원과 번성까지 이어진 주요한 요소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나 또한 사춘기를 겪으며, 사랑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고뇌했던 시간이 있다(사실 요즘엔 많이 덜하다).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고 주변으로부터 연애상담, 결혼상담을 해주게 되면서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자식도 없는 내가 어떤 조언을 해준다기보다는, 내가 느낀 사랑과 연애,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래 이어질 이야기들은 암울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학생 시절 아름다운 연애를 하지 못하였고, 그러한 시기는 대학생 초반까지 이어졌다. 내가 태어나서 연애를 하지 못한 시기까지의 이야기들은 1부로 먼저 써보기로 한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아마도 내가 처음 '사랑' 또는 '사랑해', '사랑해요'와 같은 말을 배운 건 부모님이라고 생각한다(아마 인류 대부분 그렇겠지?). 사실 그때는 엄마 아빠가 좋고, 고맙고, 그런 감정들이 있고,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 하여야 하는 말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부모님이 나를 사랑한다 말해주고, 나도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물론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내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았을 리가 없다.


그러고 나서 내가 기억하는 한, 초등학생 때 '진실게임'이라는 것을 하였고, 남녀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좋아하는 사람을 말하기'를 하였다. 근데,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이성을 좋아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였던 것 같은데, 그냥 거기서 (내가 맘에 드는 이쁜 이성) 누군가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냥 누가 이쁘다고 생각하는 것과 이유야 어찌 되었던 그 사람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달랐다. 우물쭈물하다 그 친구 OOO가 좋다고 하였는데, 나랑 가장 친한 친구(그 자리에 날 데려간 친구이다)는 너무나 시원하게 나와 같은 그 친구 이름을 말하면서 "나도 OOO이 좋아. 됐지?" 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랑 같이 놀러 나간 것이다. 나중에 듣기로는 그 진실게임은 나와 그 친구가 자리를 나오고 나서도 계속되었고, 그 OOO이란 아이는 내 친구가 좋다고 하였고,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 여자친구 관계가 되었다고 했다.


사실 나는 삼각관계 라거나 그런 감정이 들지는 않았고, 그냥 그 친구처럼 멋있게 말하지 못하였던 것이나, 그냥 그 친구랑 비교되는 그런 상황 자체가 조금은 싫은 기억으로 남았던 것 같다. 물론 그때에도 나는 이성을 사랑하는 감정을 배우지 못하였다.


그 이후로 고등학생이 되었고, 선한 사람이 되길 원하셨던 부모님은 나를 교회에 보냈는데, 거기서 나는 성가대를 하게 되었다. 고3 때에는 의지할 곳도 필요했고, 무언가 공부 외에 집중하여야 공부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나는 잿밥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한 나보다 어린 성가대 여학생이 맘에 들어서 다른 동갑 성가대 친구에게 "저 아이가 맘에 드는데 자리 좀 만들어 줄 수 있을까?"라고 하였고 그 친구는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다.


나는 약 2주 이후 내가 맘에 들어했던 아이와 나를 도와주겠다고 한 친구가 서로 사귄 지 몇 년 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우습냐는 질문에 아주 모욕스런 경멸찬 대답과 함께.


대학생이 된 나는, 나를 동아리로 이끌어준 한 살 많은 누나가 좋아서 그 누나가 하는 모든 동아리활동을 따라다니며 연락했다. 고백을 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연락하고 활동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믿었다. 그 누나도 내 마음을 알긴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누나는 나에게 연애는 나중의 일이라며 제대로 고백도 하지 않은 나에게 실질적으로 거절하는 말을 해왔다. 다른 걸 원하는 것도 없었는데, 그저 잠시 단둘이 같은 장소에서 대화하는 그런 시간도 허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독 다른 내 친구 한 명에게만 그 허들이 낮았다. 그 친구가 두고 간 (혹은 맡기고 간) 후드티를 꼭 껴안고 앉아있거나, 그 친구가 다른 사람들과 장난칠 때 보는 모습과 나를 바라볼 때 모습은 항상 달랐다. 둘은 사귀지 않았고, 심지어 내 친구는 다른 여자친구도 있었다. 그런 시간이 1년, 2년이 지나면서 나는 맘 속에 사랑이란 감정은 흐려지고 오로지 그 누나와 내 친구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만 남았다.


그리고, 왜 나에겐 그런 작은 하나도 허락되지 않는지 의문을 갖고 울다가, 괴로운 감정덩어리를 담은 심장을 내손으로 짓이겨 칼로 저며 발로 밟아 버리면서 내 존재를 부정하고 비난하였고 자존심도 자존감도 영혼도 조각내 버렸다.


33bef960891c287cbfae0a28e3f6533c.jpg razbliuto, 예전엔 사랑했으나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 것에 대한 추억(러)
tumblr_m7ak94vX0o1r07v7lo1_500.jpg 인스타 허세용 짤


사랑한 시간만큼 다시 그러한 시간이 흘렀다. 더 이상 그런 것으로 울지 않게 된 그 순간에, 나는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하여 몇 가지 사랑에 대한 원칙을 세웠다.


- 내가 먼저 더 많이 마음을 주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다

- 짝사랑을 상상하며 마음을 키우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관계를 상상하지 않는다.

- 상대방이 나에게 내가 준 것 이상으로 주지 않으면, 양을 줄여서 상대방이 나에게 주는 만큼만 준다.

- 상대방이 나에게 내가 준 것 이상으로 주면, 나는 상대방에게 받은 것 이상으로 베푼다.

-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한 사정만으로 상대를 미워하지 않는다.

- 상대방이 나를 미워할 수 있다. 그러한 사정만으로 나는 충분히 상대방을 괴롭게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잊지 말자


그 이후로, 몇 번에 연애를 거쳐서 아래와 같은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자세한 경험은 2부에 계속)


-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 충분하고, 내가 어떤 사람일 필요 없이 나로 충분한 사람을 사랑한다

-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 단 나보다 누군가를 더 사랑해서는 안된다.




사랑이 무엇일까, 많은 노래와 시가 이야기한다.


내가 아는 가장 먼저 떠오른 노래는 이무송의 "사는 게 뭔지"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아픔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순 없지만
인연이 끝난 후에 후회하지는 않겠지, 알 수 없는 거잖아?

그다음은 팝송 What is Love(Haddaway)이다.


What is love, 사랑이 뭔가요
baby don't hurt me 그대여, 날 아프게 하지 마세요
Don't hurt me, 날 아프게 하지 마세요,
no more, 제발요...



그러나, 트와이스의 What is love? 는 생각은 나지만 나에게 와닿지는 않는다.


사탕처럼 달콤하다는데
하늘을 나는 것 같다는데
I wanna know What is love?
사랑이 어떤 느낌인지?
하루 종일 웃고 있다는데
세상이 다 아름답다는데
I wanna know What is love?
언젠간 나에게도 사랑이 올까?

그것도 그럴 것이, 사랑이 아름답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내가 사랑을 수용하는 마음 자체가 많이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나도 할 수 있을지 모를 만큼 나는 고장 난 게 아닐까 싶었다.


오로지, 나에게는 사랑은 아픔을 뗄 수 없는 관계였고, 그러한 사랑은 내 욕심과 내 감정, 내가 상대를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이기심을 수반하였다. 그러한 이기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상대의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 자체에 더 분노하며 지내온 시간들도 있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고, 그리고 아픈 것임을 안다.

하지만 너무 견디기 힘들 만큼 아프다면, 짝사랑이건 이어진 사랑에건 지치고 아파서 숨쉬기도 힘들다면,

어쩌면, 적어도 어쩌면 그건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닐지.


df1408d7c75a716497e8c574c25700663a616d19.png 어쩌면 너무 많은 사랑도 사랑이 아닐지도?



이러한 감정 들은 나중에 칸트의 '인간은 정언명령의 대상이다'라는 말을 듣고 급변하게 되었다. 사람은 목적론적 대상이 아니고 사람을 대함에는 조건이 없어야 한다는 말(물론 매우 이상적인 논제임은 안다)은 내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그 자체를 바꾸게 하였고, 사람을 바라보면서 조건과 편견 없이, 그리고 사람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만큼 나는 사랑이 더 늦어지게 되는 불상사를 겪게 되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what is love - 2부에서 이어질 이야기 들이다)


어쩌면,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그 두 사람 만의 사랑을 정의해 나가는 것도 사랑은 아닐까?


결국, 난 40살을 약간 못 산 나이에도 아직도 사랑이 무엇이라고 정의하지 못한다. 그러나 내 아내에게 통화 끝나면서나 자기 직전에 "사랑해"라는 말을 하면서도, 자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사랑한다는 감정이 소중함을 알면 이렇게 쉽게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없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마음먹은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쉽사리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게 되어버리는 그런 감정도 '사랑'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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