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평좌표계를 고정하고 오십시오
저는 '영혼'이라는 단어를 사실 한 영화 포스터로 가장 먼저 접하였습니다(그 이전 기억은 없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사랑과 영혼'인데, 저는 도자기를 빚는 영화라고만 기억합니다. 사실 아직도 무슨 내용인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적인 차원에서 인간은 육신, 영혼(soul) 둘 또는 여기서 정신(spirit)을 붙여서 셋으로 나뉜다고 보고, 육신이 죽으면 영혼은 내세로 떠난다고 보았습니다. 서양은 이러한 구조를 척박한 현실에서 신의 가르침을 따라서 복을 쌓으면 천국을 가서 훌륭한 내세를 보낼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을 받으며, 그러한 기준은 신의 가르침을 받은 사제의 영향이 있었으므로, 종교, 사회, 경제 모두가 다 이어진 구조가 되었으며, 반대로 동양은 덕을 쌓은 내세는 더 나은 환생을 기반으로 하므로 삶의 고통 가운데에서도 덕을 쌓아야 한다고 하였으나, 모두 다 기복신앙화 되기에 너무 쉬운 구조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론상 영혼은 천국, 지옥, 아니면 환생 뺑뺑이 카르마를 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럼 귀신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한국을 기준으로 보면 한(恨)을 품은 원귀, 지박령, 흉가 같은 전설이 있고, 이는 무속·불교·유교의 혼합된 양상이 있습니다. 일본 원령(怨霊), 원혼의 저주와 같이 원이라는 한국의 '한'과는 조금 더 다크한 개념에서 귀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즉 영혼이 가야 할 곳을 못 가고 땅에 남은 이유가 있는데, 그러한 이유는 보통 한이나 원처럼 살아서 하지 못한 일들이 있고, 그러한 상황이 특정 장소나 위치, 조건 등을 고정하고 등장하게 합니다.
조금 다르게 서구는 유령의 집이라 부르는 헌티드 하우스, 악령(demon)·유령(ghost)으로, 기독교 세계관에서도 자주 논의됩니다. 성경에서는 귀신을 보통 악령으로도 표현하지만 병, 특히 정신병을 주로 묘사하며 귀신이 들렸다고 하면 악마가 빙의되는 현상을 말하므로, 보통 엑소시즘과 연관이 있습니다.
엑소시즘, 구마의식, 퇴마의식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통이 있는 의식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 행위인데, 기본적으로 사람 또는 물건 등에 귀신에 빙의하였고 이를 신성한 힘으로 구분해 낸 다음에, 성불을 시키거나 천국(또는 지옥)으로 보내버리게 됩니다. 다수의 영화에서도 보면 매우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 수단으로 비명, 폭력적 몸싸움을 수반합니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엑소시즘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지 매우 걱정이 됩니다.
한국은 제사와 관련된 법률은 있으나 유령, 귀신 등을 정의한 법률은 없습니다. 해외는 어떨지 모르나 일부 종교의식과 관련된 법률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귀신이나 무당과 관련된 사건은 굉장히 많습니다. 근데 재미난 건 한국의 사법부는 '굿'을 하는 것 자체는 사기가 아니라고 보고 있고, 굿의 목적은 '효과'가 아니라 '마음의 위안'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 여러 가지 종교생활을 하기에, 이와 비슷한 정도로 보고 있는 듯합니다
즉 얼마를 받고 굿을 하더라도 무당이 말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기로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무당이 처음부터 굿을 할 생각도 없었거나, 자신도 효과를 믿지 않았다거나(??), 지나치게 과도한 굿값을 받은 경우 사기가 될 수 있다’라는 입장을 전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무당으로서 실제 굿을 하였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굿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마음의 안정을 얻고자 굿을 부탁한 것으로도 볼 수 있으며, 피고인이 받은 굿값이 특별히 비싸지도 않으면, 사기가 아니라고 판결하는 것입니다.
살이 찌고 취직이 안 되는 것은 잡신이 붙어 있기 때문이니, 재수굿을 해서 잡신을 떠나보내야 한다, 내가 모시는 할머니를 통해 취업문을 열어주겠다, 굿을 하면 살도 빠질 수 있다고 570만 원을 받았는데, 피해자는 결국 취업에 실패하였고, 무속인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법원은 위와 마찬가지로 ‘굿은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전제에서 무속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내림굿을 받지 않으면 남편은 칼을 맞아 죽고, 시어머니도 죽고, 딸은 무당이 된다고 9,700만 원을 받은 사례에서도 법원은 무속인과 피해자가 8년간 친분을 이어왔고, 피해자가 무속인과 알고 지난 기간 복권에 당첨되기도 하였던 사실(?)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무속인에게 속아서 굿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굿값이 지나치게 고액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특이하게 징역 2년이 선고된 사건인데, 무속인인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던 모텔을 매각하려던 피해자에게 야생 여우를 태운 가루로 굿을 하면 모텔이 10월 또는 늦어도 12월 말까지 43억 원 이상에 매각된다고 하면서 굿값 2억 1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수사한 결과, 법원은 무속인이 야생 여우를 태운 가루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고(?), 전남편을 시켜 모텔을 매수하려는 척 접근시킨 사실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이 모텔을 고가에 매각시켜 줄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속였다(?)고 인정하며 사기죄를 인정하였습니다. 가루를 DNA 분석해보니 여우가 아니었나봅니다.
이번엔 귀신도 나오는데, 피고인은 자신의 부인의 정신분열병에 대하여 상의하는 피해자에게 ‘귀신이 씌어서 그러니 치료해 주겠다’라고 말하여 총 1억 889만 원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① 피고인은 신내림 받은 무속인이 아니라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마사지 업소에서 일한 경력이 있을 뿐이었고, ② 골프공에 피해자 가족의 이름을 쓰고 그 공을 골프채로 쳐서 날리는 전통적 무속행위로 볼 수 없는 행위를 하였고, ③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도 기도 비용 등으로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물 신축 비용으로 썼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좀 무서운 건 ④ 피고인이 계시를 받았다며 피해자의 처를 정신병원에서 퇴원시켰는데 피해자의 처는 혼자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는 점입니다.
민사사건도 있었는데, 원고는 피고가 신기도 없으면서 신내림굿을 했고, 신내림과 무관한 다른 굿을 신내림굿이라고 속였다며, 굿값과 위자료 합계 13,800,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굿은 이를 통해 반드시 목적된 결과가 달성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이를 통해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무당이 원고를 속였다고 할 수 없고’, ‘무당이 되고자 하는 자는 스스로 배워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무당은 스스로 되는 것이었습니다.
또, 무속인인 피고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손님인 원고에게 “잘못하면 아들이 죽을 수 있다.”라고 말하며 굿을 권하였고, 원고는 이에 응하여 굿 값으로 약 1억 2천만 원을 지급하였습니다. 후에 원고는 피고가 굿을 할 능력도 없으면서 자신을 속였다며 굿값 1억 2천 만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위 판결과 같이 ‘굿은 이를 통해 반드시 목적된 결과가 달성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이를 통해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무당이 원고를 속였다고 할 수 없’고, 피고가 ‘무속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무속행위를 한 이상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원고를 속였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문제는 성범죄입니다. 무속인인 피고인은 손님인 피해자(女, 25세)에게 “남자친구가 잘 되려면 나쁜 조상 운을 없애야 한다”라고 하여 피해자의 집으로 함께 갔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① 피해자의 뺨을 34회 때리고 바지를 벗겨 항문과 성기에 자신의 성기를 삽입해 간음하고, ②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피해자의 항문에 자신의 성기를 넣어 간음하며 항문이 찢어지게 하고, ③ 스카치테이프로 피해자의 손과 발을 묶어 2시간 동안 감금하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무속인에게 ① 강간, ② 유사강간치상, ③ 감금죄를 인정하며 징역 6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또한 피해자(女, 15세)는 친부와 계모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모는 수시로 피해자를 구타하고, 피해자의 남동생에게 피해자의 가슴을 빨고 음부를 만지게 하는 등 학대를 일삼았고, 피해자의 친부는 이러한 학대를 묵인하였습니다. 피해자의 계모는 무속인인 피고인(男, 60세)에게 피고인을 무당으로 만들어 달라며 소개하였는데, 피고인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계모에게 말하겠다.”라고 위협하며 피고인과 여러 번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법원은 미성년자간음의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① 피고인인 500만 원을 공탁하였고, ② 피고인에게 전과가 없고, ③ 피해자의 친부에게 4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엑소시즘도 있습니다.
무속인인 피고인은 피해자의 어머니(23세)에게 “귀인이 당신 딸의 몸속에 붙었다. 빙의치료를 해야 한다.”라고 말하여, 피해자의 몸에서 강제로 피를 뽑고, 피해자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 양팔을 잡아 피해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는 머리를 뒤로 젖혀 소다를 먹여, 피해자가 탄산수소나트륨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기 학대치사죄를 인정하였으나, 피해자의 아버지가 처벌을 원치 않고, 나름 피해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사정을 고려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또 다른 사건으로는 무속인인 피고인은 피해자(女, 34세)의 어머니에게 피해자의 신분열증을 치료해 주겠고 하고는 ① 피해자의 가슴, 머리, 어깨, 허리 등을 주먹으로 치고, ② 허리, 발가락, 무릎에 대침을 놓고, ③허벅지를 발로 밟았고, 피해자는 이로 인한 속발성 쇼크 및 전신성 지방색전으로 사망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① 상해치사와 ② 무면허 의료행위의 유죄를 인정하며, 피고인이 1억 원을 공탁하고, 인공호흡을 시행하였던 사실 등을 고려하여 징역 3년을 선고하였습니다.
해외는 어떨까, 미국 Pleasant Glade (2008) 사건은 엑소시즘에 따른 정신적 피해 소송에 대해서 종교의 자유 우선이므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으나, 독일 Anneliese Michel (1976) 사건은 허가된 엑소시즘 중 사망하자 허가된 엑소시즘임에도 사제·부모의 과실치사를 인정해 유죄판결 하였으며, 영국 성공회는 교회 내부 ‘Deliverance Ministry’라는 자율 규제를 통해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사실 귀신이 실제로 있었다면 퇴마의식은 적법한 것이고, 실제로 없었다면 사기 퇴마의식으로 분류하면 좋을 것입니다. 당연히 농담이지만 실제로 귀신이나 영혼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며, 과학적 실험방법을 고려하였습니다.
1907년 던컨 맥두걸은 임종 직전·직후 체중 차이를 근거로 "영혼은 21 g"을 주장했으나, 샘플·통제·통계 모두 부실해 재현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최근 EEG 연구는 사망 직전 감마파 폭증을 확인했지만, 뇌의 저산소증·뉴로트랜스미터 폭주로 설명 가능하다는 반론이 우세하다고 합니다. 즉 사망 직전 감마파의 폭증은 사망은 입증해도 영원 그 자체는 입증이 안될 듯합니다.
펜로즈·해머로프의 Orch‑OR 가설은 미세소관 수준의 양자중첩 붕괴가 의식을 생성한다고 봅니다. 아직 실험적 검증은 미흡하다고 하며, 사실 이쯤 되면 이게 영혼인지 의식인지도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궤도선생님의 지평좌표계론을 잘 알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지구는 자전(시속 1,600km)·공전(초속 30km)을 통해 시속 수천 km 규모로 움직이고 있는데, 귀신이 제자리에 고정되어 보이려면(=지평좌표계(고도·방위각 기준)에 고정되어 보이려면) 중력·전자기력 등 4대 기본 힘에 반응해야 하지만, 그러한 물리적 상호작용 증거는 없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이를 둘로 나누면, 중력에 따라 고정되거나(지박령), 전자기력 등에 따라서 물건에 고정되거나(저주받은 물건) 할 텐데, 실제로 귀신은 순간이동을 하거나 허공을 떠다니는 등의 현상을 하고 있으므로 중력을 받지 않고, 에너지형태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현대물리학에 따라 파동이 있는 물질이어야 하는데, 이러한 법칙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질량이 없다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우주적 위치를 귀신은 계산해서 움직여야 합니다(그래야 제자리에 가만히라도 있을 수 있음). 만약 질량이 매우 가벼운 물질이라면 우리가 연기나 공기를 다루듯 '후' 하면 사라져야 하는 것이나 실제로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사람과 대화가 통할정도의 소리를 내려면 강한 파동을 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 에너지라면 질량이 더 커야 합니다.
질량이 없다는 근거에 따라 지평좌표계를 고정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므로 어쩌면 귀신이 존재한다면 에너지-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관측이 가능한 매우 강력한 에너지파동을 가진 무언가일 텐데, 사실 현대물리학으로는 입증이 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우리는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기보다는 과학의 발전을 기다리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믿기 어려운 것이라 없다고 믿기에는 우리는 아는 것도 없고 무얼 모르는지도 모릅니다
귀신이나 영혼의 존재, 그리고 우리가 제사를 지내고 영혼의 존재를 믿는 그 자체는 영혼이 있다는 과학적, 종교적 신념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삶을 살아가며 남은 미련, 아쉬움과 더불어 죽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 아쉬움은 종교나 문화와 함께 더불어 죽은 이후의 삶, 존재를 기리게 만들고, 괴로운 현실을 잊고 영원한 행복 속에서 지내도록 기원하기도 하고, 삶 그 자체를 집중하게 하기도 합니다. 영혼의 개념 자체가 종교와 함께 살아있는 사람의 위안을 얻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인간이 더 이상의 영혼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지 못하도록 신이 인간의 과학발전을 더디게 붙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