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결국 나도 못한 것 같은 정의 내리기

by ANDTAX

처음 본 시리즈를 시작할 때만 해도, 말꼬리 잡기나 말장난이 가득한 유쾌한 글이 되기를 바랐으나, 이래 저래 교통사고도 나고 여러 시련을 거치면서 몇 주제는 어둡기도 하고 무겁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변호사가 쓴 글이지만 그래도 가볍고 재밌었으면 했는데, 해당 목적이 잘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명저를 남긴 마이클 센델 교수님만큼의 명저는 절대 되지 못하겠지만, 센델교수님의 명성에 편승하기보다 저는 존경과 찬가를 위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정의라는 관점을 넓혀준 은인으로써 상대적, 유동적 정의론이 가능하다는 개념을 갖게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감히 제가 마이클 센델 교수님의 책을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로 그래서 정의 Justice의 정의 Definition가 무엇이냐? 는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개념에 대한 깊은 고민이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이해심을 넓힐 수 있다는 저의 주장을 입증하는 절차가 되었습니다


숨은 "정의" 찾기

법학수업에서 종종 나오는 말로,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하지만, 정의와의 관계는 그다지 자세히 논하지 않긴 합니다. 제가 판단하기로는 법과 정의만 놓고 볼 때, 정의는 이념이나 가치관이고 법은 형식이나 절차입니다. 둘은 어떠한 하나의 "사람 간의 옳음을 위한 어떤 것"이라는 대전제 안에서 각자의 역할에 따라 작동합니다. 정의가 없는 법은 허울이 되고, 법이 없는 정의는 통제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붙었다는 소문




캡틴아메리카 시빌워를 보면, 사실 근본적으로 이슈가 되어야 했지만 작중 허락과 같이 넘어간 사실들, 과연 초능력자들에 대한 통제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 논란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어벤저스에서는 지구를 지키려고 만든 울트론이 오히려 지구인들을 전부 몰살하려고 하고, 결국 소코비아는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게 됩니다. 영웅들의 필요성에 따라 영웅들을 사법처리하지 않고 있었겠지만, 반대로 어찌 되었건 통제는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 충돌하게 됩니다.


부르면 가야 한다거나..


신분을 숨겨야 한다거나...


수백여 국가가 어벤저스를 통제하고 영웅등록제를 하기를 원하는 상태에서, 의외로 군인출신의 캡틴아메리카는 이를 반대합니다. 어벤저스 멤버 중 가장 정의롭고 선한 것으로 분류되는 캡틴아메리카는 사실 나라를 위해서 싸우다 얼음 속에 70년 갇히고 첫사랑과 강제 이별했기도 하고, 자신이 속한 조직에게 배신당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전쟁 후유증을 현재까지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나는 정의롭고 옳은 의지로 움직이는데 나를 통제하고자 하는 조직이 도덕적일 것을 담보할 수 없고 타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당연히 반대하게 되고, 오히려 자유롭고 제멋대로였던 아이언맨은 자신의 과오와 책임감, 죄책감과 어벤저스라는 조직 그 자체의 보존을 위해서 영웅등록제를 찬성하게 됩니다.


법은 멀고
주먹과 비브라늄방패, 아크원자로 캐논은 가깝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회의 어떤 옳음을 지향하면서 법과 정의는 서로 함께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만, 종종 절차와 본질, 형식과 실질이라는 가치관에서 대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의로움을 갖추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영웅인지, 아니면 어느 거대한 국가나 조직에 속해서 그 조직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영웅인지는 사실 우리는 구분할 수 있긴 합니다.




남성이 징병되는 한국의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종교적 이유도 있고, 정말로 집총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군복무자들은 총기로 사람을 직접 살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람 죽이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군복무를 거부하느냐'부터 그게 군대 대신 교도소를 가야 할 정도의 문제인지를 이야기합니다.


다만 저도 아직은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집총, 즉 총을 들고 총기사용교육을 받는 것 자체가 전쟁에 동조하거나 전쟁이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게끔 하는 행동이라고 믿는 것 자체는 부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러한 관점도 가능하다고 전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냥 군대 가기 싫어서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실제로 군대 대신 교도소를 가기도 했는데, 결국 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그들의 변호사들을 통해서 대체복무제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36개월의 기간과 교정시설에 복무한다는 조건이긴 합니다


https://www.mma.go.kr/simsa/contents.do?mc=mma0002

그래서 제가 군복무를 할 시절에는 관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할 수단은 없었긴 한데, 대신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을 때 처벌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수사기관들은 놀랍게도 해당 병역기피자들의 게임 아이디를 전부 조사해서, 서든어택, 레인보우식스, 팀포트리스 같은 FPS게임을 즐긴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로 볼 수 없다고 처벌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상의 총이 현실의 양심을 이기는 재미있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군대를 가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고,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정의일 수도 있으나, 누군가에게는 전쟁을 반대하고, 집총을 거부하고, 내가 전과자가 되더라도 세상의 화약과 총알이 없어지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숭고한 정의감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사춘기 때라고 하더라도 왕따 당하기 싫어서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친구들 머리에 헤드샷을 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종교적 신념은 사춘기 이후에 생겼을 수도 있고, 게임은 어디까지나 게임이기에, 이를 일관된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결국 아래와 같은 판결도 선고되게 되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1122150700004


https://brunch.co.kr/@andtax1003/54



아직 종전은 아니기에, 휴전인 대한민국은 지금도 정보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다양한 첩보활동이 있으며, 이에 따라 스파이(간첩)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간첩을 북한 부장공비나 단순히 공산주의자들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지금도 많은 국가들은 전 세계를 상대로 HUMINT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매체에서 요즘 묘사되는 요원들은 좀 더 스마트한 모습을 보여주긴 합니다.



자는 척하는중인지 정보수집하는 휴민트


그렇기에 국가안전기획부, 줄여서 안기부나 국정원,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중요도는 높고,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것이나 이에 대한 악용의 역사도 있었기에, 한국은 수많은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서 정의로운 법집행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한 점은 사실 정의를 위해서 법적 역할을 축소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세법의 경우, 헌법에서는 납세의 의무 외에는 특별히 정해둔 것이 없다 보니 마치 세금을 '재산의 형벌'로 분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국세공무원이 절차를 완벽하게 지키지 못하면 수사기관이 범죄자 인권유린을 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금은 돈을 내면 되는 문제이고, 돈이 없어서 힘들어지는 것은 비단 세금뿐만이 아니라 은행 대출도 비슷합니다. 세금을 안내는 사람도 특별히 세금낼 돈을 숨긴 게 아니라면 이자만 붙을 뿐이고, 그마저도 은행보다는 조금 쉽지만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세금을 안 낸다고 노역을 시키지 못하지만, 벌금은 안내면 노역을 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둘의 기원은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이라고 학자들이 주장하는 바람에, 세법도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인권유린처럼 취급받게 됩니다.



두 번 방문하여 고지를 하여야 하는 사건에서, 직원이 처음 방문한 날 이 직원도 직접 사업장에 방문하는 것이 처음이라 고지서를 두고 와버렸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방문한 날 저번에 방문한 날짜, 또 하나는 오늘 날짜를 기재해서 두 개를 붙이고 갔다고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세금 고지를 하니까 세금 고지를 받은 사업자가 CCTV에서 두 개를 붙이는 장면만 보여주면서 적법절차를 어겼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여태 문서가 분실되거나, 문서를 보냈는데 없어졌거나, 보낸 기록이 없거나 하는 등 다양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저도 침수피해를 봐서 문서가 다 젖은 창고에서 종이끼리 달라붙어 있고 잉크가 지워진 문서들을 뒤지거나, 한 장 한 장 넘기면 찢어질 것 같은 고문서의 한자 가득한 문서들을 보면서 사건을 조사한 적도 있습니다

족보처럼 긴 역사가 등기부에 기재되어 있다


당시에는 단돈 10만 원의 세금도 미납한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기도 했습니다만, 어느샌가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국제조세를 공부할 무렵에 느낀 것으로, 보통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은 한국 법이 간명하길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은 복잡하거나 어려운데, 이게 쉽건 어렵건 명확하여야 하는데, 명확하지 않은 경우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국제조세는 일반 소송보다도 최소 두 배 이상의 시간과 돈이 발생하고, 그 결과는 굉장한 소모전으로만 남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어떠한 법률적 판단을 받았다는 가치보다는 '한국에서 사업하기 어려우니 한국에서 사업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제가 느낀 감정은 세금을 걷고 세법을 완비하는 것이 세금변호사로서의 꿈이자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어쩌면 기업과 같은 다른 측면에서는 세금을 덜 내는 것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얼마를 어떻게 내는지 확실한 것이라도 필요한 것입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money/2025/02/04/C2Q454LLDNDH5PHJ7TCNUDMWKI/


https://www.in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2711


이러한 고려는 국가기관과 기업뿐만이 아니라,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과 그 가족, 그리고 그 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와 그 가족으로도 퍼져나갑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파는 국가에 대한 투자와 사업발달로 이어져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범위로까지 퍼져나갑니다. 세금을 누가 얼마를 내는지, 잘 냈는지로 끝나는 일이 아니게 됩니다.


이러한 다양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정의, 어쩌면 마이클센델 교수님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정의의 상대성을 깨닫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할 수 있는 정의를 상황에 맞게 제안하라'는 것이 아니었을지?




브런치는 30화 단위로 브런치북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벌써 한 권을 쓴 셈인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만큼 쓰고 싶은 글도 많았던 것 같은데, 주제에 갇혀서 쉽게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도 많고, 소개팅 이야기도 다 못한 듯합니다.


몇 주간의 휴식 이후 2부로 찾아뵈려고 합니다. 재미난 주제를 알려주시면 참고해서 2부 제작에 반영하겠습니다. 그동안 제 졸작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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