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약을 먹다 보면, 처음에는 엄마도 긴장하고, 아이도 긴장해서 약 복용하는데 신경도 많이 쓰고, 약 먹일 때마다 마음도 짠하고, 아이도 잘 받아먹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생활에 익숙해지면 약을 복용하는 시간도, 약을 제시간에 챙겨서 복용하는 것도 어느 순간부터 느슨해진다. (스마트폰에 알람을 설정하고 맞추어서 복용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나는 소아류마티스관절염이 발병했던 시간보다 더 힘들었던 시간이 아이의 사춘기이다. 아이의 사춘기가 오면 모든 것이 멈추고 거부하는 사태가 온다. 역시 내 아이도 사춘기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약을 안 먹고, 숨기고, 먹는 척하고, 버리고, 심지어는 병원 가기도 거부한다.
그러기도 하는 것이, 병원에 대한 기억이 그다지 아이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이고, 힘든 기억이기 때문에 또한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병이 쉽게 낫는 것도 아니고, 병원에 가셔도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고, 병이 좋아지는 것도 오래 걸리고 좋아졌다고 해도, 또 갑자기 나빠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약을 제대로 안 먹은 아이는 어느 날은 새벽에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갑자기 화장실 앞에서 쓰려지기도 하고, 공원에서 운동을 하다가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갑자기 힘이 빠지고,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 박동이 뛰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되여서 그날은 올림픽대로를 달려서 공원옆에 있는 응급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저질환이 있는 이유로 진료 보고 있는 병원 응급실로 달려간 적이 있다. (진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간 거리와 시간을 세어보라고 하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지구는 한 바퀴 돌았을 것이다.) 응급실에 도착하마자, 혈압, 심장초음파 등등 피검사(ck검사등) 하는 동안 엄마인 나는 온몸에 힘이 더 빠지지만 정신 잡고 아이상태를 체크한다.
그러면 의사선생님이 물어본다. 기절은 했느냐, 기억은 있느냐 상황은 어땠느냐, 물어보시고는 결국 약을 제대로 안 먹어서라고 대답하고 다른 환자로 냉정하게 가버린다. 응급실은 냉정한 곳이다. 응급환자가 우선이니까.
그래도 여전히 아이는 약을 제대로 안 먹는다. 그 이유를 도대체 몰라서 나는 매일매일 울었다. 말 그대로 아이랑 싸울 수도 없으니까,
나중에는 드디어 엄지발가락 옆에 살이 곪고 또 곪아서 결국 동네 병원에서도, 치료가 안되여서 2차 병원정형외과가 있는 곳에서 처치와 진료를 봤다.
의사 선생님이 아이의 발가락 상태를 보더니, 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니? 우리나라에 살면 이렇게까지 되어서 온 환자는 없어!! 아이 병을 물어보시고는 "너 약은 제대로 먹니? 하고 물어보신다"
나는 이때다 하고, 쌓아놓았던 감정을 한마디로 이야기한다. "아니요" 의사 선생님이 아이를 바라보시고는 "네가 힘든 병 하고 싸우고 있는 것은 알아. 그렇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나중에 너 의지로 너의 몸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날들이 와. 약을 먹지 않아도 일상생활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약을 제대로 먹으면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너한테는 좋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아이는 왠지 그 말씀이 와닿았는지.. 고개만 숙이고 있다. 그리고 재촉한다. 이제 치료 끝났으니까 집에 가자고" 아이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참고 참았던 인내심을 잠시 누르고 나는 아이에게 물어본다.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참는 것이 일상이 된 아이한테는 자기감정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며, 그걸 기다려주는 것도 엄마인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나는 아이가 아프면서 깨달았다.
아이는 오랫동안 자기가 앓고 있는 병이 싫다고 했다. 친구들처럼 뛸 수도 없고, 같이 걸어가면 자기는 뒤쳐져서 오고, 좀만 움직여도, 피곤하고, 몇 년을 먹었는데도 딱히 자신은 모르겠다고, 그래서 생각을 했다고 했다. "과연 약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약 없이도 내 의지로 버티어서, 언제까지 지낼 수 있는가를 알고 싶었다고" 하지만 그 생각에 대한 댓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약을 제대로 안 먹은 시간보다 더 많이 고생을 해야 했으며, 입원생활도 오랫동안 하였고, 입원과 퇴원이 반복이 되었다.
마치 겨울철에 욕조에 솜이불을 담아놓은 것처럼 아이의 몸은 무거워져서 진짜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몸을 제대로 못 움직이는 날들이 1년 이상 갔다.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그때 제대로 병원으로부터 배워서 나온 것이 있다. "약복용하는 방법.." 아이는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면서 약을 먹을 때 물을 몇 모금 안 마셨는데, 그게 아마도 식도 부분에 염증을 일으키고, 캡슐이 목에 걸려서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고, 그로 인해서 구토가 반복이 되면서 아이는 약물에 대한 거부감이 더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친절한 간호사님은 아이에게 입안에 알약을 넣고 물을 적어도 얼마만큼 마셔야 하는지, 직접 시범을 보여주셨고, 매번 약을 줄 때마다. 아이의 약봉지를 꼼꼼히 챙기시면서 지켜보셨다.
그래서 현재는 약을 먹을 때는, 적어도 물을 2컵정도는 마신다. 이젠 사춘기도 지났고, 더불어 아이와 같이 성장한 소아류머티즘관절염을 앓은 관절은 관리가 잘되어서 관절상태는 양호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담당 의사 선생님은 운동을 권유하신다. 운동을 좋아했던 아이는 다시 운동을 한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엄마인 내가 약을 챙겨주지 않아도 된다. 자기 약과 자기 몸은 챙길 줄 안다 그만큼 잘 성장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물어본다. 그럼 이젠 약은 안 먹어요? 하고, "아니요, 먹어요, 다만 이젠 더 이상 소아류머티즘관절염약은 안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