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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Jun 21. 2024

뭘 이런 것까지 닮고 그래~

아이를 볼 때 속 마음이 뜨끔 할 때가 적지 않게 있습니다.

닮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들, 나처럼은 안 했으면 했던 것들일수록 똑같이 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마치 꼭꼭 숨겨둔 나의 진짜 모습을 들킨 것 같습니다.


예를 든다면 과거 아내와 연애할 때입니다.

그 당시는 사귀는 여자, 여자친구였으니 여자 친구이라 하겠습니다.

전 저에 대한 여자 친구의 애정도를 확인하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날 좋아한다면 특정한 상황에서 이렇게 하겠지라고 나만의 기준을 정해놓고 확인이 되면 좋아라 하고, 확인이 안 될 경우에는 실망하고 삐지고 그랬더랬습니다.

이런 것을 집착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희 쌍둥이 아들 중 유독 절 닮은 한 아이가 엄마에게 그렇게 합니다.

특히나 쌍둥이 형제인 다른 아이에 비해 자길 더 좋아하는지를 여러 가지 상황에서 확인하고 싶어 하더군요.

그때마다 아내는 난감한 상황이 되고 제게 눈을 흘깁니다.

‘널 닮아 이런 것이다’는 의미겠죠.

물론 저는 왜 그러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의아한 제스처로 상황을 무마합니다.


이것뿐일까요?

공부하라 하면 물 마시고, 화장실 가고, 잡다한 것들을 하나하나 클리어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시작이 되는 것도 그렇고, 심부름이라도 시킬라 하면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미루고 나 몰라라 뺀질대는것도 과거의 저와 아주 비슷합니다.


아이의 탐탁지 않은 모습에 ’왜 저러지?‘ 싶던 것이 어느새 ‘어떡하지?’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나로부터 기인해 잘못된 것을 물려준 것 같은 미안함과 잘 고쳐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 때문이겠죠.


강력한 유전자의 힘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좀 더 커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실에 훈계라도 할라치면 ‘아빠 닮아서 그런 걸 어쩌라고~!’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오는 듯합니다.


나를 닮아 나와 똑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솔루션이 무엇이 있을까요?

나조차 성인이 돼서도 고쳐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아이에게 뭐라 말하며 바로잡으라 할 수 있을까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내 탓이려니 하며 가슴만 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기만 합니다.


누군가 방법을 아신다면 꼭 알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궁여지책 窮餘之策은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습니다. 

확실한 방안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는 것.

그나마 제가 찾은 궁여지책은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도 그런데 너도 그렇구나…’ 하는 것이죠.


글씨를 예를 들어보면(솔직히 저는 매우 악필입니다. 그런데 아이들 글씨도… 매우 슬픕니다.)

”은이 율인 글씨도 아빠를 닮았구나… 아빤 어렸을 때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고치지 못했어.

그래서 지금까지도 글씨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어, 은이율인 지금부터 노력해서 고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참에 아빠도 글씨 잘 쓰려고 노력할게 “ 이렇게 말하는 것이죠. 그리고 저부터 진짜로 잘 써야겠죠.

사실 빠르게 써 갈기지 않고 찬찬히 쓰면 제법 잘 쓰는 필체기도 해서요.


자신에 대한 엄마의 애정을 확인하려는 부분에서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엄마를 더 크게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이야길 해봤습니다.

”은아, 넌 엄마가 널 많이 사랑하는지 알고 있지? 그렇게 알면서도 확인하고 싶어? 그런데 그거… 엄마를 곤란하게 하는 거 같아. 아빠도 전에 은이처럼 엄마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여러 방법으로 확인하려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힘들어했던 거 같아. 지금 아빠는 그때 왜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했을까 후회하거든. 그러니까 은이가 사랑하는 엄마, 곤란하게 하는 거 그만하자, 엄마가 은이 엄청 사랑하는 거, 아빠도 알고 은이 너도 알잖아~~“




나는 내가 다 컸다고, 더 성장할 필요가 없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성장하고 더 좋은 모습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아이는 아빠의 모습에 머물러 있겠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부모도 함께 커가야 가능한 일 같습니다.

저는 언제까지 얼마나 더 커야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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