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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an 01. 2022

첫손님, 서른

평범한 서른입니다.

첫손님, 서른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인생에서 한 번도 맞이하지 않았던 서른.
살면서 모두가 한 번씩 겪는 서른의 경험이 나에게도 다가왔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찾아온 서른이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서른은 무엇이었을까. 번듯한 직장에 남 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활짝 웃으며 맞이하고 싶었던 서른이 정리 안된 방구석에서 맥주나 마시고 있는 와중에 불쑥 찾아와버린것이다.

너 몇살 이야?
저 스무살이요.
좋은 나이네, 부럽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도전하지 않아도 부러움을 사던 시절이 있었다.
스무살에 늘 듣던, ‘좋은 나이다.’ 라는 말은 서른살이 되자 그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난 여전히 스무살의 철 없는 나이테를 가지고 있는 어린 나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이테가 부쩍 늘어버렸다.
그만큼의 책임감은 덤으로 따라붙었다.

나의 20대는 불안정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지나고 돌이켜보니 뭔놈의 후회와 좌절을 그렇게 많이 했나 싶다. 내가 쉬었던 한숨의 무게가 내 몸뚱아리 하나쯤은 거뜬히 집어삼킬만큼 묵직했다. 그다지 특별한 경험도, 인생을 뒤흔들만한 위기도 없었다. 차라리 한 번 거하게 망하고 다시 일어나야 책을 쓸만한 에피소드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앞자리가 바뀌면서, 나의 마인드도 바꿔보기로 했다. 가만히 있어도 불안하고, 뭘 하고 있어도 마냥 불안해하는 나를 말없이 지켜봐주기로 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뜬금없이 전에 알았던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글을 잘 쓰고 있냐는 안부 문자였다. 내가 글을 그렇게 오랫동안 써왔던가. 나도 몰랐던 나의 과거가 다시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글감이 있어야 글이 써진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진 나로써는 요즘들어 글감이 없어 글을 쓰지 않고 있다라는 변명이 나를 대변해준다고 믿고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집에만 있는 내가 어디서 글감을 얻는단 말인가. 가끔 자다가 번뜩 떠오르는 영감으로 새벽에 불을 키고 노트북에 글을 쓰는 상상을 문득 하곤 했다.
하지만 그건 상상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상엔 정말 고요할 정도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름 밝았던 성격도 무서우리만큼 안으로만 수축되서 다시 외부로 팽창할 생각을 안한다.
생각이 많은 날엔 잡생각이 나를 집어 삼키지 않도록 육체를 고생시킨다.

평범하디 평범한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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