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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강성 May 04. 2024

데이비드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 (1)

주식과 투자 이야기 (4)

이 책은 월가의 유명한 투자가인 데이비드 드레먼(David Dreman, 1936~)이 쓴 주식 투자 관련 베스트셀러이다.


드레먼은 1977년에 뉴저지 주 뉴욕 레드 뱅크에 있는 ‘드레먼 밸류 매니지먼트 LLC’를 설립하여 현재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드레먼 밸류 매니지먼트는 현재 40억 달러가 넘는 개인 및 기관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위키백과 최신 자료에 의하면 그가 운용하는 펀드들은 2009년에 Kemper, Scudder로 순차적으로 매각되었고, 결국 그는 실적 부진으로 운용 매니저에서 물러났다는 New York Times 기사가 있는데, 그 이후 최근 정보는 확인되지 않는 것 같다.

[출처 구글 이미지]

이 책은 1998년에 나온 초판의 2012년 개정판(원서는 2011년 개정)으로, 드레먼은 심리학 최신 연구결과를 통해 주식시장에는 왜 버블과 공황이 필연적으로 존재하며 변동성은 왜 치솟을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2007~2008년 시장 붕괴를 근거로, 지금까지 시장을 지배했던 ‘효율적 시장가설’‘위험 이론’(고수익을 원하면 고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위험은 변동성으로 규정된다는 주장) 및 이에 기반한 대중적 투자 전략들은 모두 인간 판단력의 주요한 체계적 오류들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 가격은 상품에 대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All available information)를 빠르게 반영하며 따라서 그 정보들을 이용하여 장기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넘는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가설이다. 훗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진 파마가 처음 주창한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합리적 기대가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기 때문에 가격 변동은 예측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원래 주식 시장에 대한 것이었으나 채권, 외환 등 비슷한 시장들에 대해서도 분석이 이루어졌다.

로버트 실러나 스티브 탈러와 같은 행태재무학자들은 효율적 시장 가설에 맞서서 비효율적 시장 가설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자주 불합리적이며 설사 사람들이 합리적이어도 현실적으로 차익 거래 기회가 제한적일 수도 있으며 통계적으로 일부 사례를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과소, 혹은 과민 반응한다.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도 준강형과 강형의 반례이다.
[출처 조세금융신문]

이 책의 영문명은 "Contrarian Inverstment Startegy"이고 'Contrarian'을 검색하면 "a trader whose reason for making trade decisions are based on logic and analysis, not on emotional reaction"이라는 자료가 나온다. 이 책에 대해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해 주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제1부 심리학의 첨단 이론들이 시사하는 것


제1부에서는 역사상 가장 기이했던 광기를 살펴보고 투자자의 행위에 대한 새로운 심리학적 통찰을 제시한다. 아울러 인간의 판단을 어긋나게 만드는 ‘대표성’과 ‘가용성’이라는 두 가지 어림판단(Heuristic, 심리적 지름길)을 소개한다.


제1장 거품 천지


첫 이야기는 그가 처음 애널리스트로 일을 시작한 지 1년쯤 된 1960년 후반고고버블(Go-Go Bubble)로 인해 주가가 폭락한 사건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2008년 주식 시장 폭락 직전의 혼란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당시 상황은 1929년 대폭락 직전의 상황과 너무 흡사했다는 것이다.


2007~2008년의 시장 폭락 당시 여러 측면에서 대공황만큼이나 치명적이었다. 불과 21개월 사이에 금융주의 주가가 83% 하락했는데, 1932년 주가가 바닥을 칠 때까지 걸린 기간의 약 절반의 시간 동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자산가치가 끝없이 추락하자 은행들은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했고, 시장의 존립 근거이자 수백 년에 걸쳐 상업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윤활유 구실을 했던 신용은 경색되었다. 장 클로드 트리셰(Jean-Claude Trichet)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산업혁명 이후 최악의 신용 경색이었다고 말했다. 중세 암흑시대 이후 겪어본 적이 없는 신용 위기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버블과 패닉은 왜 골칫거리일까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 튤립 광풍이 불자 너도나도 튤립을 사려고 미쳐 날뛰었고, 희귀종인 셈페르 아우구스투스 구근을 사기 위해 7만 5,000달러(당시 5,500길더였는데, 2024년 현재 기준으로는 약 2억 원)를 지불했다고 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1720년 영국 남해회사 버블 사건 당시 인쇄업자의 이야기도 유명하다. 주위에서 ‘지옥불을 끌어올려 난방을 하는 회사’, ‘무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회사’를 창업한 후 주식을 발행해 큰돈을 벌자, 인쇄업자는 ‘누구도 모르는 방법으로 큰 수익을 거두는 회사’를 설립했다. 다음 날 오전 9시, 회사가 문을 열기도 전에 주식을 청약하겠다며 몰려온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인쇄업자는 약삭빠르게 그날 밤 돈을 몽땅 챙겨 배를 타고 유럽으로 도망갔다.

[출처 구글 이미지]

1720년 미시시피 컴퍼니를 창업한 존 로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꾸며 사기를 치는 전문가로, 주식을 팔기 위해 여러 번 장관을 연출했다. 한 번은 인디언 수십 명에게 금,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를 주렁주렁 달게 한 다음 파리의 거리를 행진하게 했다. 이 인디언들은 루이지애나 광산에 금과 보석이 널려 있다는 광고판인 셈이었다. 이를 통해 1720년 미시시피 컴퍼니의 주가는 4,000배 폭등했다가 폭락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선조들이 폭정과 박해를 피해 더 나은 삶을 찾아 신세계로 향할 때도 ‘미스터 버블’은 이 위험한 여정에 동참했다. 버블과 시장 붕괴는 미국의 건국 이후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1785, 1792, 1819, 1837, 1857, 1873, 1893, 1907년은 패닉이었고, 1929, 1967, 1987, 2000, 2008년에는 폭락이 있었다.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연도는 더 추가될 수도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을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은 버블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낙관론자이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앨런 그린스펀 같은 권위자도 이 견해에 동의한다. “버블을 정확하게 판별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꺼지고 나서야 비로소 버블이었다는 걸 알게 되죠.” 더 어이없는 것은 널리 신봉되는 이 이론은 버블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는 사실이다. 간단히 말하면 투자자들은 전적으로 합리적이며, 터무니없는 가격도 언제나 옳다는 것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투기 광풍의 전개 양상은 언제나 비슷하다


버블에 내재된 파괴적인 여러 특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과도한 대출이다. 1929년과 2007~2008년의 대폭락을 잠시 돌아보자. 과거 수많은 버블에서 그랬듯이 막대한 차입금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차입금 등을 이용해 자기자본수익률을 극대화하는 투자 방법)가 성행했다.


투기 광풍이 불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은 또 있다. 바로 경제 여건이 탄탄한 시기, 투자자들의 믿음이 확고한 시기에 잉태된다는 점이다. 투기 광풍도 시작은 아주 건전했고, 투자 개념은 단순하고 군침이 돌만 했다. 시장에 버블이 생길 때마다 사람들은 유례가 없는 절호의 기회라고 믿었다.


투기 광풍에서 흔히 나타나는 또 하나의 착각은 바로 ‘더 바보 이론(The Greater Fool Theory)’이다. 투기 광풍이 불 때마다 독자적이고 회의적인 사람들은 희열에 도취되지 않았다. 이들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랐으며, 대중이 광기에 사로잡혔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들은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더 미쳐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출처 구글 이미지]

투기 광풍이 불 때마다 나타나는 가장 신기한 현상이 있다면 바로 꼭짓점에서 80~90% 이상 어마어마하게 폭락한다는 점이다. 표 1-1을 보면 시장 역사상 대표적인 네 번의 버블 사례에서 가격이 폭락하는 양상을 볼 수 있다. 바로 튤립 광풍(1637), 미시시피 컴퍼니 버블(1720), 남해회사 버블(1720) 그리고 1929년의 대폭락이다.



세월 따라 버블의 양상도 변할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세월이 흘러도 버블의 양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한다. 변한 것이 있다면 1960년대 이후 버블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주가 변동폭이 더 심해져 미국과 전 세계의 금융 시스템과 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1960~2009년 사이에는 심각한 부동산 광풍이 세 차례나 발생했다. 1980년대 중반 저축대출조합(Savings & Loan) 위기,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반의 부동산가격 폭락, 그리고 불과 몇 년 전 있었던 최악의 위기인 서브프라임 사태가 있다. 1920년대 중반 플로리다 남부의 토지 투기 당시 어마어마한 늪지가 팔렸던 사건 등 수많은 부동산 버블 사태 역시 표에는 빠져 있다. 땅을 사려는 매수자들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던지 <마이애미 뉴스>는 부동산 광고만 504면을 싣기도 했다. 그러다 1930년대에는 부동산가격이 폭락했다.


그밖에 몇 차례 있었던 미술품 투기 열풍 등 수많은 소소한 버블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1980년대 후반 몇 달 사이에 피카소 작품은 하루에 1%씩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우표, 소장품, 귀금속, 다이아몬드, 주화 투기 열풍과 동유럽에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이후 1990년대 초반에 일어났던 버블 등도 빠져 있다. 표 1-1을 보면 1929년 대폭락 이전 약 300년 동안 과열시장이 세 차례밖에 없었는데, 1960년대 이후에는 표에서 빠진 것까지 포함하면 수십 차례 광풍이 일었다.


1960년대 이후 여섯 차례의 주식시장 버블에서 가장 두드러진 추세는 기술 관련 주식이 차지하는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 버블은 1996~2000년 악명 높은 닷컴 버블에서 절정에 이르렀는데, 이는 사상 최악의 기술산업 버블이다.



버블에서는 열렬한 투자 개념이 작동한다. 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투자자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믿고 따른다. 1960년대 후반 주식시장이 활활 타오르자 가장 뜨거운 주식이었던 학생대출마케팅공사(National Student Marketing Corp, NSM)가 부는 피리 소리에 투자자들은 춤을 추었다(수익 대비 100배 가까운 가격에 거래). 당시 그 회사가 실제로 무엇을 파는지, 얼마나 잘 팔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오늘날 더욱 심각해진 폭락


최근의 호황과 불황(Boom and Busts)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다.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은 버블이 꺼지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번영을 누렸다. 많은 투기꾼이 집과 사업체, 귀금속을 비롯한 소중한 자산을 잃었지만 국가 경제는 여전히 탄탄했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더 성장했다. 196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에 걸친 버블 경제는 거품이 심하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에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국가는 계속 번영했고, 성장했다.


그러나 표 1-2에 나타난 마지막 두 번의 버블은 전혀 성격이 달랐다. 훨씬 자주 발생했을 뿐 아니라 타격도 매우 컸다. 1996~2000년의 닷컴 버블과 폭락으로 투자자들은 7조 달러를 날렸고, 연금까지 손해를 본 수백만 명이 정년퇴직 후에도 일을 해야 했다. 그 밖에도 GDP 하락, 실업 등을 합하면 총손실은 훨씬 더 늘어난다.


현대의 투기 광풍은 과거 수백 년 동안의 사례만큼 타격이 컸고, 때로는 훨씬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남해회사의 주가는 720% 상승했고, 튤립가격은 1,500% 올랐다. 이에 비해 퀄컴주는 고점을 찍을 때 2만 2,000% 치솟았고 야후주는 1만 8,000%, 아마존 닷컴주는 7,500% 급등했다. 이밖에도 수많은 닷컴주의 주가 상승률이 수천 %에 달했다.


버블의 이해 : 초창기


18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스코틀랜드의 저널리스트 찰스 매케이는 빈틈없는 관찰력을 이용해 행동재무학의 초석을 마련했다. 1841년 처음 발행된 매케이의 책 《대중의 미망과 광기(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는 지금도 출간되고 있다.


“공동체가 갑자기 한 가지에 정신이 팔리면 점점 더 몰입하면서 미쳐간다. 멀쩡하던 나라가 갑자기 필사적으로 도박에 매달리고, 종이 조각 하나에 생명을 건다. 옛말대로 미쳐 돌아갈 때는 우르르 떼를 지어 광기에 휩싸이고,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는 서서히 한 사람씩 돌아온다.
[찰스 매케이와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이자 아마추어 물리학자인 귀스타브 르 봉은 메케이에게서 영감을 받아 1896년 영국에서 《군중심리(Psychologie des Foules)》를 출간했다. 그는 매케이가 묘사한 군중의 행동과 감정을 제대로 포착하고 있다


“어느 한 집단에 속한 모든 사람의 감정과 생각은 하나의 동일한 방향으로 향한다. … 집단의식이 형성되는 것이다. … 이렇게 형성된 집단의식은 매우 명확한 특징을 보인다. 그리하여 집단은 하나의 심리적 군중이 된다.”

“군중은 이미지를 통해 생각하는데, 이미지 자체가 즉각 다른 이미지를 연달아 소환하지만 첫 번째 이미지와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 … 의식 속에 환기된 이미지 대부분은 관찰된 사실과 연관관계가 희박하지만 군중은 의식 속에 환기된 이미지들을 현실로 받아들인다. … 이미지로만 사고가 가능한 군중은 이미지로만 인상을 형성한다.
[귀스타브 르 봉과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최신 심리학 엿보기


1970년대부터 심리학 연구를 통하여 인간이 예측 가능한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가 상당 부분 규명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 대니얼 카너먼과 버논 스미스가 행동재무학의 기초를 확립하여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인지심리학과 신경경제학을 통해 버블이 생기는 이유와 버블이 거듭해서 발생하는 이유가 규명되었다.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저서, 버논 스미스 출처 구글 이미지]

제2장 감정의 위험


살펴본 역사적인 버블에서 투자자들이 한결같이 돈을 쏟아부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버니 메이도프(Bernie Madoff, 사상 최악의 폰지 사기 주모자)조차도 그 당시 회사를 설립한 사람들을 부러워할 것이다.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관련 학문들이 투자자들이 저지르는 수많은 심리적 오류에 대해 지적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를 이해하면 자산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아직 어떤 심리학 연구도 규명하지 못한 의문이 있다. 바로 가격이 양극단을 오가는 이유와 병적인 희열이 눈 깜짝할 사이 패닉으로 변하는 이유이다.


감정 : 심리학에서 새롭게 발견된 위력적인 존재


감정은 시장 내부 또는 외부에서 단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이성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동시에 작용할 수도 있다. 감정은 인지와 달리 정서로서 신속하고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감정적 속성을 가진 반응은 이성적일 필요가 없으며, 실제로도 비이성적인 경우가 많다.


감정과 어림판단의 중심에는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와 더불어 인지심리학의 거두인 폴 슬로빅(Paul Slovic) 교수의 연구가 있다. 슬로빅은 이렇게 말했다.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각인된 심상들이 판단과 의사결정을 주도한다.” “사람은 판단을 내릴 때 감정 어림판단을 사용한다. … 인간은 판단을 내릴 때 ‘감정의 풀(의식 혹은 무의식 속 표상에 붙은 긍정적·부정적인 태그를 포함한)’을 참고한다.”


심리학자 세이모어 엡스타인(Seymour Epstein)은 개인이 현실을 인식할 때 두 가지 처리 과정이 상호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적-분석적 시스템은 (수학, 공학 같은) 기존의 규칙과 증거를 도구로 삼아 심사숙고하며 분석한다.


나머지 시스템은 심리학자들이 경험적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직관적이며 비언어적이다. 경험적 시스템은 경험과 정서적 회상에서 정보를 도출해 현실을 이미지, 은유, 서사로 가공해 처리하는데, 이러한 이미지, 은유, 서사에는 감정과 정서가 개입되어 있다.


[폴 슬로빅과 세이모어 엡스타인 출처 구글 이미지]

경험적 시스템은 인지 대신 정서에 의존하므로, 필요한 부분들을 모두 조합하고 끼워 맞추는 데 며칠이나 몇 주가 걸리는 이성적-분석적 시스템보다 정보 처리 과정이 훨씬 빠르다.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분석적 접근이 중요하지만, 복잡하고 불투명하며 때로는 위험한 세상을 탐험할 때는 감정과 정서에 의지하는 편이 더 손쉽고 신속하며 효율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과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시기에는 감정에 지배되는 경험적 시스템이 주도권을 잡게 된다.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종종 이미 손에 넣은 거액의 수익, 그리고 곧 손에 잡힐 듯 어른거리는 더 큰 수익에 최면에 걸린 듯 홀려버린다. 경험적 시스템은 이성적-분석적 시스템이 보내는 경고의 이미지를 손쉽게 제압한다.


버블 뒤에는 필연적으로 패닉이 오는데, 이때 감정 이미지는 극적으로 변한다.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종종 이미 손에 넣은 거액의 수익, 그리고 곧 손에 잡힐 듯 어른거리는 더 큰 수익에 최면에 걸린 듯 홀려버린다. 경험적 시스템은 이성적-분석적 시스템이 보내는 경고의 이미지를 손쉽게 제압한다. 버블 뒤에는 필연적으로 패닉이 오는데, 이때 감정 이미지는 극적으로 변한다.


첫 번째, 확률에 대한 무감각


감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데,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하락할 실제 확률에 무감해지게 만든다. 또한 실제 확률에 무감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계산에 넣지 못한다. 주식을 사서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강렬한 감정이 어우러지면, 여건이 달라졌을 때 확률이나 결과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버블에서 이른바 ‘뜨는’ 공모주가 있으면 투자자들은 가격이 얼마든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유발 로텐슈트라이히(Yuval Rottenstreich)와 크리스토퍼 시(Christopher Hsee)가 규명한 바에 따르면, “버블에서는 주가가 고평가 되는데, 이 연구 결과는 고평가 현상의 핵심을 포착하고 있다. 어떤 주식이나 투자처의 전망이 괜찮다는 감정에 휩싸이면 실제 가치보다 100배가 넘는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 이 연구 결과는 버블에서 주가가 천문학적으로 뛰어오르는 원인을 설명해 준다.”

[유발 로텐슈트라이히와 크리스토퍼 시 출처 구글 이미지]


당시 비합리적인 버블의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한다.


사례 A: 2000년 3월 아메리카온라인(AOL)의 PER은 200배였다. AOL은 6년 동안 엄청난 수익 성장률을 보여주었고, 애널리스트들은 해마다 수백만 명의 신규 고객이 AOL이 제공하는 인기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구매할 것이므로, 성장률은 더 상승할 것이라고 믿었다.


표준수익할인 모형을 사용해 계산해 보니 당시 주가가 적정 수준이 되려면 약 180억 명의 이용자가 필요한데, 이는 당시 전 세계 인구의 3배에 이르는 숫자였다. 당시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런 ‘겸손한’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면 외계인들을 아주 많이 빨리 발견해야 한다.


사례 B: 이토이스(eToys)는 온라인에서 장난감을 판매하는 신생닷컴기업이었다. 1999년 10월 고점을 찍을 당시 이토이스의 시가총액은 107억 달러로, 미국 전역에 걸쳐 수백 개의 매장을 보유한 최대 장난감 도매업체인 토이저러스(Toys ‘R’ Us)의 시가총액보다 3배 높았다. 하지만 이토이스의 매상은 토이저러스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토이저러스는 오랫동안 수익을 올리고 있었지만, 이토이스는 계속 손실을 보고 있었다. 임원진도 문제였다. 소매 사업을 구상하고 운영해야 하는 임원들의 역량은 그저 그런 수준이었고, 경영진의 인력 층도 얕았다. 좀 더 정확하고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경영진은 겨우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현실적인 사업 계획이 없었던 이토이스는 막대한 손실을 보더니 2001년 결국 파산했다.


두 번째, 위험과 혜택은 반비례한다는 판단


효율적 시장 가설은 부담하는 위험이 클수록 투자자가 인지하는 수익은 더 커진다고 주장한다. 감정 이론은 이 명제의 허구성을 입증했다. 바루크 피쇼프(Baruch Fischhoff), 폴 슬로빅, 사라 리히텐슈타인(Sarah Lichtenstein), 스티븐 리드(Stephen Read), 바바라 쿰즈(Barbara Coombs)가 규명한 바에 따르면 ‘위험과 보상은 서로 반비례한다’.

[피쇼프, 리드, 쿰즈 출처 구글 이미지]

즉 부담하는 위험이 클수록 인지하는 이익은 작아지며, 부담하는 위험이 작을수록 인지하는 이익은 커진다. 한마디로 현대의 위험 이론을 완전히 뒤집는 결론인데, 감정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다 보면 그 경위를 알 수 있다.


알리 알하카미(Ali Alhakami)와 폴 슬로빅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어떤 행위(예를 들어 살충제 사용)에 대해 사람들이 인지하는 위험과 혜택은 그 행위에 따르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감정과 결부되어 있다.


연구 결과 검증되지 않은 암 치료제 복용이나 닷컴주 매수 등 좋아하는 행위를 할수록 위험은 작고 혜택은 크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수익률이 시원찮은 주식을 사는 행위 등 싫어하는 행동일수록 위험 수준이 높다고 생각했다.


2000년 봄, 인터넷 버블로 인해 닷컴주를 비롯하여 애지중지되던 종목들이 대참사 수준으로 폭락하였다. 그러자 그동안 위험은 높고 수익은 낮다고 평가되던 가치주들이 긍정적으로 재평가되었다. 다시 한번 감정이 이성적-분석적 접근을 압도하는 현상을 똑똑히 목격하게 된 것이다.


세 번째, 영속성 편향


시장 참여자들은 유쾌한 사건이나 불쾌한 사건을 경험한 뒤, 긍정적이나 부정적 감정이 지속하는 기간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영속성 편향(Durability Bias)’이라고 한다. 영속성 편향은 크고 작은 시장의 사건이나 호재들 그리고 긍정적·부정적 사건이나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한 대중의 과민반응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네 번째, 시기 추론


시기적으로 가까운 사건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자세한 언어로 제시되는 경향이 있다. 예상보다 높거나 낮은 판매고나 수익을 비롯해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수많은 예측은 단기 사건에 집중된다. 반면 먼 미래에 일어날 사건일수록 예상 수익은 주식에 관해 인지한 핵심을 담은 몇 가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특성으로 표현된다. 이런 현상을 ‘시기 추론’이라고 한다.


강한 긍정적 감정이나 부정적 감정 때문에 한 주식이나 업종 또는 시장의 가격은 너무 높거나 너무 낮게 책정될 수 있다. 트롭과 리버먼 교수는 장기 수익을 아주 낙관적으로 보는 것도 이러한 감정의 속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감정이 증권 분석에 미치는 영향


감정 어림판단은 경이로운 동시에 무시무시하다. 속도, 섬세함, 정교함으로 본다면 감정 어림판단은 경이롭다. 하지만 감정 때문에 얼마나 길을 잃고 헤맬지에 대해 생각하면 아찔하다. 폴 슬로빅은 이렇게 말했다. “의미는 감정에 의존하므로 어떤 정보를 통해 의미를 포착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고려해야 한다.”


펀더멘털과 가격의 괴리


감정에 의해 촉발된 버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앞에서 살펴본 대로 펀더멘털과 가격의 엄청난 괴리다.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그리고 고강도 훈련을 받은 금융 전문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의 전망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표준 지침은 이성적-분석적 시스템에서 도출한 것이다.


CFA(국제재무분석가)협회와 학계의 교육 자료들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에게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주가를 결정할 때 기업의 주요 펀더멘털을 빠짐없이 살피라고 가르친다.


이런 교육 자료의 바이블 격인 책이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과 데이비드 도드(David Dodd)의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이다. 그레이엄과 도드는 상세한 기업 정보뿐 아니라 수많은 재무비율을 사용해 주식 가치를 판단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증권 분석 결과


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애널리스트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했다. 그레이엄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것이다. 아직 생존해 있는 그레이엄 동료라면 더 격렬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PER 등 다양한 평가 기준에 대해 그레이엄은 극단적 보수주의자였다.


그레이엄은 ‘미스터 마켓’은 언제 돌변해 극단으로 치달을지 모르기 때문에 기업 전망이 어떻든 PER이 20을 훨씬 웃도는 주식은 사지 말라고 누누이 당부했다. ‘미스터 마켓’은 그레이엄이 붙인 시장의 별명이다.


감정은 증권 분석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을까


버블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당시의 증권분석을 따르는 애널리스트는 긍정적 감정에 압도된다. 그 결과 주가는 장기 평가 기준이 용인하는 수준보다 훨씬 고평가 된다. 반대로 패닉에서 부정적 감정에 휘둘린 투자자들은 어이없이 낮은 가격에도 팔려고 안달한다. 시장에 태풍이 몰아칠 때 우리를 안전하게 인도해야 할 사람들이 막상 비바람이 몰아치면 제일 먼저 떠내려 가버린다.


대탈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성적-분석적 방식만 사용한다면 애널리스트가 버블 주식을 추천하는 일도, 펀드매니저가 버블 주식을 매수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굳이 예를 들면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는 GPS 같은 정교한 첨단 분석기 없이도 주가가 얼마나 정상 궤도에서 이탈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정도 격차라면 GPS는 고사하고 줄자만 있어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심리적 덫에 걸렸을 때 입는 손실을 줄여줄 심리 지침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심리 지침 1
신중한 주식분석을 통해 추산된 주가라면 비록 현재의 시장가격과 차이가 크다고 해도 함부로 폐기하지 마라. 시간이 흐르면 시장가격은 원래 추산한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한다.


제3장 의사결정 과정에 도사린 위험천만한 지름길


심리적 지름길


1970년대 이후 연구자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인간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 실제 확률을 정확히 계산하지 않고 수많은 심리적 지름길, 즉 경험에 의한 법칙을 이용해 일상에서 다양한 결정을 내린다. 이 분야를 개척한 학자로 현재 프린스턴대학에 재직 중인 대니얼 카너먼, 그리고 고인이 된 스탠퍼드대학의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있다.

[젊은 시절의 트버스키와 카너먼 출처 구글 이미지]

심리적 지름길을 판단의 어림판단(몇 가지 특정한 정보만을 보고 의사결정을 단순화하여 판단) 혹은 인지적 어림판단이라고 하는데,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순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림판단 때문에 투자자가 범하는 실수 중 가장 중대한 실수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투자결정을 내리면서 확률을 적절하게 계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어림판단에 따른 계산은 왜곡이 크고 전면적이어서 영민한 투자자조차 큰 실수를 저지르게 한다.


또한 이런 인지적 편향은 집단이 가하는 압박에 의해 더 공고하게 자리 잡는다. 존경하는 전문가나 동료 집단의 강한 영향력 때문에 개인의 편향은 더욱 강화되어, 그들을 따라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린다.


가용성의 위험


트버스키와 카너먼에 따르면 ‘어떤 부류의 빈도나 사건의 확률을 판단할 때 사례가 얼마나 쉽게 마음에 떠오르느냐에 따라 판단’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가용성 어림판단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행기 파편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상어에 물려 죽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도 바로 가용성 어림판단 때문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심리적 오류가 있다. 첫째는 ‘현저성’이고, 둘째는 ‘최근성’이다. ‘현저성’ 때문에 인간은 실제 빈도와 상관없이 두드러지게 ‘좋은’ 사건(또는 ‘나쁜’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다가 죽는 사람 중 상어의 공격으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을 확률은 이보다 훨씬 더 낮다. 그러나 상어의 공격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또렷해서 실제보다 일어날 확률이 더 높다고 단정한다.


최근성’의 사례를 보자. 홍수나 지진 같은 재난이 일어나면 실제 홍수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변하지 않았는데도 홍수나 지진 피해에 대비하는 보험 판매가 늘어난다. 최근에 홍수나 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런 재난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최근의 추세가 새롭고 영구적인 추세라고 인식되면서, 최근 주식이 창출한 매우 높은 단기 수익률이  장기 주가 수익률을 짓밟아버린 것이다.


2007년과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가 휘청거릴 때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PIMCO)의 걸출한 수장인 빌 그로스(Bill Gross)와 CEO 모하메드 엘 에리안(Mohamed El-Erian)은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향후 상당 기간 낮은 수익률과 주가가 ’표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무시하고 2009년 3월 시장은 바닥을 찍더니 2011년 중반 100% 이상 상승했고, 뉴 노멀은 광채를 잃고 사그라졌다. 1920년대의 ‘신 시대(New Era)’나 인터넷 버블 시대의 ’신 경제(New Economy)’도 마찬가지 사례이다.


1994년 행동재무학자들인 제이 리터(Jay Ritter)와 팀 루그런(Tim Loughran)의 연구에 따르면, 1970~1990년 신규 발행주 대부분이 공모주 시장이 고점을 찍을 때 상장되었는데, 이때는 수요가 가장 많지만 가치는 바닥인 시기다. 바로 이때 투자자들은 가시성이 뛰어나 보이는 주식에 광분한다. 이것은 최근성과 현저성의 위력을 입증하는 증거다.

[제이 리터와 팀 루그런 출처 구글 이미지]
심리 지침 2(a)
‘사례 비율’에만 의존하지 마라. 수익 또는 손실의 과거 확률인 ‘기본 비율’을 고려하라. 주식의 장기 수익(기본 비율)은 다시 굳건히 자리 잡는 경향이 높다.

심리 지침 2(b)
주식이나 시장이 과거의 상궤를 벗어날 때 개별 주식이나 시장의 최근 수익률(사례 비율)에 현혹되지 마라. 수익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으면 이는 이상치일 확률이 높다.


1루수가 누구야


최근성, 현저성, 감정 중 어떤 어림판단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규명하려면 애보트(Abott)와 코스텔로(Costello)의 유명한 코미디 “1루수가 누구야”처럼 끝없는 되돌이표가 되기 십상이다.

[1루수가 누구야 원본(한글 자막) 출처 유튜브]

현재로서는 상대적인 영향력을 몰라도 곧 닥칠 위험을 쉽게 포착하고 경계할 수 있다. 특히 최근성과 현저성에 대비하는 최선의 방책은 장기적인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다. 시장이 추락하면 가장 최근의 폭락장 시기에 발행된 경제 간행물을 다시 읽어보라.


백문이 불여일견? 아닐 수도 있다


두 번째 인지적 편향은 커너먼과 트버스키 교수에 의해 알려진 것으로 ‘대표성’이다. 그들은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유사성을 끌어내어 동일한 상황으로 보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즉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데도 두 기업이나 두 시장 환경을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표성 편향으로 계산 착오에 이르는 길은 두 갈래다. 첫째, 사건들 간의 유사성을 과도하게 중요성을 부여해 사건이 일어날 실제 확률을 고려할 수 없게 된다. 둘째, 어떤 사건의 확률을 판단하 때 결정적인 변수들의 중요성을 폄하하게 된다.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주가 폭락의 시기에 언론은 ‘1929년의 재림인가’라는 헤드라인을 뽑기도 했지만, 폭락과 경기 침체는 언제나 붙어 다니는 사건은 아니며, 1988년 봄이 되어 당시 경제 환경과 투자 환경이 1929년과 완전히 딴판이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출처 구글 이미지]
심리 지침 3
현재의 투자 환경과 과거의 투자 환경 간에 유사성이 보이더라도 그 이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현저히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소수의 법칙


사고의 결함 중 대표성 편향 유형에 속하는 구체적인 예로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이 명명한 ‘소수의 법칙(Law of Small Numbers)’이 있다. 소수의 표본에서 얻은 결과의 중요성을 과장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1년 또는 몇 년 동안 실적이 좋았던 뮤추얼 펀드에 투자자들이 꾸준히 몰린다. 1996~2000년 닷컴 버블 당시 가장 뜨거웠던 펀드들의 최후를 보면 이런 의사결정이 재앙을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소위 ‘핫’한 펀드들은 우량주에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들에 밀렸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투자자들과 언론은 단기간의 ‘뜨는’ 실적에 늘 현혹된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킨 한두 종목을 맞춘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또는 시장의 방향을 제대로 예측했다고 믿는 기술적 전문가는 신뢰할 만한 실적을 탄탄하게 세웠으므로, 좋은 투자처를 언제든지 영원히 찾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사실 어느 자문가가 이전에 계속 틀린 예측을 했다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게임은 누가 더 극적인 예측을 하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심리 지침 4
아무리 눈부신 실적이나 예측이라고 해도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시장 타이밍 예측가, 경제학자의 단기 실적이나 ‘신통한’ 시장 예측에 흔들리지 마라. 의미도, 실체도 없는 허울뿐인 경제계 소식이나 투자 업계에 떠도는 풍문을 덥석 수용하지 마라.


방금 발표된 정부 통계를 조심하라


연방준비제도나 정부의 발표에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이 출렁거리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나쁜 소식일수록 시장이 받는 영향은 더 크다. 이렇게 방금 발표된 통계들은 쓸모가 없다. 이런 통계들은 소수의 법칙에 따른 잘못된 의사결정의 전형적인 예다.


경제 수치와 연방준비제도의 수치가 발표된 뒤 몇 주 또는 몇 달이 지나 새로운 정보나 최신 정보가 입수되면 수치가 수정되는데, 가끔은 대폭 수정되는 경우도 있다.


연방준비제도 버냉키 의장이나 앨런 그린스펀 전임 의장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과민반응하는 것은 물론, 2005년부터 2007년 중반까지 버냉키나 그린스펀 모두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무시되는 과거의 확률


상황들에서 유사성을 보려는 경향 때문에 과거의 교훈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연구하지 않는다. 비슷한 과거 상황들에서 도출한 결과인 ‘과거의 확률’은 현재의 결정에 유용한 정보로 간주해야 한다.


심리학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실험을 살펴보자. 이들은 한 대학원생의 성격에 관해 쓴 짧은 글을 읽은 후 이 사람의 전공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답했다. 성격에 관한 글은 의도적으로 전공과 무관한 정보로 구성되었다.


전공을 알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원생들은 성격분석을 완전히 무시하고 유일하게 남은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각 분야 대학원생의 비율, 즉 기본 비율대로 순서를 매기는 것이다.


닷컴 버블 시대에 ‘뜨는’ 기술주를 매수한 투자자들은 과거 기술주 버블이 붕괴할 때 유사한 주식들이 80%나 폭락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못했다. 이 기본 비율을 계산에 넣어야 했다.


심리 지침 5
시장이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클수록 단기 수익이 아무리 눈부시더라도 사례 비율의 비중을 낮추고, 기본 비율을 중시해야 한다.


평균으로의 회귀


인간은 직관적인 통계학자로 평균회귀 원칙을 이해하지 못한다.


투자자라면 주식의 장기 수익률이 야구 선수의 장기 타율과 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직관적인 통계학자인 우리로서는 그렇게 하기가 무척 힘들다. 시장의 역사는 우리에게 이러한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 ‘시장이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면 인간은 사실상 이를 새로운 정상으로 믿어버린다’는 사실이다.


1927~1928년 또는 1995~1999년 투자자들은 평균에서 훨씬 벗어난 수치인 25~35% 수익률이 완전히 자리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930년, 1973년, 1974년, 2007~2008년에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이 필연이라고 믿었다. 그림 3-3을 보면 이 역시 장기 평균에서 한참 벗어난 현상이다.


1982년 중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의 실적이 지지부진하자(당시 실적은 1965년보다 낮았다), 많은 사람이 주식은 더 이상 성공할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주식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커버스토리를 실었는데 그 직후인 1982년 7월 엄청난 상승장이 시작되었다. 1987년까지 다우지수는 4배 가까이 뛰었다.


게다가 1990년대 말이 되자 월스트리트 명망가들은 연방준비제도가 마침내 경기 주기에 통달했으므로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일은 이제 완전히 과거의 일이 되었다고 믿었다.


정보 과잉에 따른 편향


투자를 결정할 때 필수 고려 사항인 장기적인 진실을 쉽게 놓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씨름해야 하기 때문이다.


195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박학다식했던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은 최초로 정보 과잉을 엄밀하게 규명한 학자다. 사이먼은 간단한 공식을 통해 정보가 많다고 해서 언제나 더 좋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더 나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인간은 많은 양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인간은 수많은 정보에 둘러싸이면 관심 있는 부분만 보고 나머지는 걸러내는데, 이것이 편향성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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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판단으로 계산하기

판매고가 크게 성장(인풋)하고 있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수익과 이윤 폭이 상승(아웃풋)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인풋이 일관성이 있으면, 오락가락하는 일관성 없는 정보보다 예측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결론은 통계학적으로는 타당성이 없다.


물론 종종 가치(인풋)는 꽤 오랫동안 가격(아웃풋)에 반영되지 않는다. 역발상 전략에 따라 선정된 주식들이 수십 년 동안 시장에서 수익이 높았던 건 사실이지만, 한 해나 몇 해 동안은 시장평균보다 수익이 나쁠 수도 있다.


또 하나 이 현상의 흥미로운 측면은 투자자들이 극단적인 인풋과 아웃풋에 과도한 신뢰를 보낸다는 점이다. 앞서 보았듯이 1990년대 후반에 인터넷 주식은 사업 전망이 눈부시다고 인식되었고(인풋), 천문학적으로 주가가 올랐다(아웃풋).


폭락과 패닉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동일한 사고 기제가 적용된다. 주가(아웃풋)가 하락하면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은 수익 예측치(인풋)를 낮춘다. 투자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제대로 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심리 지침 6
자신이 도입한 전략이 시장에서 즉시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라. 전략이 성과를 낼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기준점 편향과 사후확신 편향


투자 실패로 이어지는 어림판단 편향 두 가지를 더 살펴보자.


첫 번째는 ‘기준점 편향’으로 단순화 어림판단의 일종이다. 마치 배를 닻으로 단단히 고정하듯이 주가를 현재 거래가의 가까운 위치에 고정시키는 것이다.


어림판단으로 보면 현재 주가 가까이에 닻을 내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팔고 싶은 투자자는 주가가 현 수준에서 대폭 하락할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다. 또 사고 싶은 투자자는 주가가 현 수준보다 대폭 상승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런 믿음 때문에 종종 기회를 놓친다.


또 하나의 편향은 ‘사후확신 편향’이다. 사람은 과거의 실수를 되돌아보면서 비관적이나 낙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오류를 더 또렷하게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건의 필연성은 뒤돌아보면 명확하게 보이는 듯하다. 이처럼 사후확신 편향은 과거의 실수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방해하기 때문에 경험에서 배울 수 없도록 만든다.


어림판단과 의사결정 편향


시장의 역사를 보면 터무니없이 높거나 낮은 수익률은 일시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투자자는 대대로 한 시대를 풍미하는 사고에 휩쓸려왔다. 어떤 풍조가 유행할 때마다 그 풍조를 합리화하는 통계가 존재했다.


유행하는 풍조에는 강력한 감정과 어림판단이 녹아 있다. 따라서 가격 상승은 더욱 생생하며 떠올리기 쉬운 현저성과 최근성을 부추긴다. 이런 편향들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 지금 시장을 휩쓰는 풍조가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된다는 생각이 기정사실이 되어버린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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