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투자 이야기 (2)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원제: 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는 '성장주 투자 전략'을 강조한 필립 아서 피셔(Philip Arthur Fisher 1907년~2004년)가 1958년에 출간한 주식 투자 업계의 베스트셀러 투자 지침서이다.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라 최근 투자 경향에 일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투자의 고전”으로 불리며 아직도 투자 대가들의 책에서 많이 인용된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지식은 벤자민 그레이엄에서 80%, 필립 피셔에서 20%를 영향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래 그레이엄의 넝마주이 방식 투자를 하던 워런 버핏은 피셔의 성장주 투자방식에 영향을 받아 코카콜라 같은 기업을 매수해 대박을 이뤄냈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월가에서 증권/주식 투자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피셔 인베스트먼트(Fisher Investments)의 케네스 피셔(Kenneth Fisher) 회장이 그의 아들이다.
필립 피셔의 가정은 할아버지 때 유럽에서 이민을 온 이민자 집안으로, 피셔는 할아버지가 정착한 샌프란시스코에서 1907년에 태어났다.
피셔는 12살 때부터 저녁 모임에서 할머니가 친척 아저씨와 경제 상황이 회사와 주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하는 내용을 들으며, 사업과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16살에 대학에 입학하고 20살에는 스탠퍼드 경영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한다.
피셔는 21세가 되던 해에 스탠퍼드 비즈니스 스쿨을 중퇴하고 앵글로 런던 앤 파리 내셔널 은행에서 증권을 분석하는 업무를 하는 애널리스트로 입사하는데, 은행과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미국의 대공황이 시작된 1929년 당시 22살이었던 피셔는 뛰어난 분석력으로 미국 주식시장 대폭락 전에 향후 미국 경제가 크게 침체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공황이 터지면서 다니던 회사가 파산하고, 24살이 되던 해에 직접 피셔 앤 컴퍼니라는 투자자문사를 직접 설립한다.
1958년에 이 책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를 출판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피셔는 이 회사를 92세인 1999년 은퇴할 때까지 운영하게 된다.
필립 피셔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주 투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업의 성장성에 대해 주목한 투자자였다. 1950년대 ‘성장주(Growth Stock)’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하였고, 월스트리트에 새로운 투자 흐름을 만들었다.
그는 기업의 수익 성장이 미래의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믿으며, 향후 높은 수익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성장주 투자를 지지했다.
당신이 은행 예금을 빼서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좀 사보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면 이는 결국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싶거나 기업의 성장과 함께 당신의 경제력도 성장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편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자금을 따로 떼 놓으려고 하거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당신이 갖고 있는 재산의 구매력이 추가로 하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저축 수단을 강구하려고 할 수도 있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는 크건 작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번 사람들은 주로 경기 변동 국면을 이용해서 투자했다. 당시에는 불안정한 은행 시스템으로 인해 호황기와 불황기가 반복됐는데, 불황기에 주식을 사서 경기가 좋을 때 주식을 파는 게 투자 수익을 올리는 열쇠였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이 같은 시대는 1913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가 설립되고, 루스벨트 행정부 초기 시절에 증권거래 및 감독 법안이 통과되면서 종말을 고했다(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934년에 설립되었다)*.
SEC(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1929년 10월 미국 증시 붕괴와 경제 대공황으로부터 탄생되었다. “태양은 가장 좋은 방부제이다”란 브렌다이즈의 견해를 입법화하여 1933년 증권법이 입안되었다.
루스벨트대통령의 자문역이던 프랑크프루터 판사는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의 입안자들을 천거하고 SEC 초대 위원장 3명의 임용을 도왔다. 위원장들은 SEC, 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장외시장에 대한 자율감독기관 창설을 주관하였다.
SEC의 4대 위원장인 제롬 프랭크는 1940년 Investment Company Act와 1940년 Investment Advisors Act의 제정을 통해 뮤추얼 펀드와 투자자문사들에 대한 SEC의 감시를 확대하였다. 이들은 SEC에 전문성과 창조성이란 유산을 남겨 주었다. [출처 : 법률신문]
이 시기에는 정말로 뛰어난 기업을 발굴했다면 주식시장이 천정과 바닥을 오가며 출렁거리는 동안에도 계속 보유하는 것이 분주하게 온갖 주식을 매수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훨씬 더 큰 투자수익을 가져다주었다.
25-50년 전에 뉴욕증권거래소와 같은 여러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의 주식에 1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지금 투자 원금이 25만 달러를 훨씬 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는 데는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오늘날 주식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는 20세기 초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으며, 실제로 훨씬 더 좋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는 증거들은 많이 있다.
한 가지 이유는 이 기간 중 기업 경영진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 한 세대 이전만 해도 대기업의 고위 경영진은 그 회사를 소유한 집안의 가족 구성원에 불과했고 이들은 기업을 사유 재산으로 여겼다.
요즘 기업의 최고 경영진은 끊임없이 자기 분석을 해나가면서 진보를 위한 부단한 탐색을 추구한다. 나아가 각 분야의 외부 전무가들로부터 자문을 받기도 한다.
또 다른 변화는 기업의 기술 개발 및 연구 능력이 급신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투자도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연구개발 비용은 기업이 상업적인 입장에서 현명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연구개발 투자의 수익성 여부를 조기에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이로 인한 중요한 성과를 얻기까지는 통상 7~11년이 걸린다.
그러나 연구개발을 게을리하는 데 따르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 성공적인 기업은 늘 변화의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새로운 변화를 빨리 인식해 엄청난 판매 증가 효과를 거두려고 한다.
이런 기업의 경영진은 일상적인 업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할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선두를 지켜나가기 위해 훌륭한 의사결정력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것이다.
또 다른 변화는, 1932년 이후에 나타난 연방정부의 근본적인 기능 변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연방정부의 정책 틀에서 비롯된 것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경기가 가라앉는다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 주저 없이 세율 인하나 적자재정을 동원할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세수 정책 변화에 따라 소득세가 세입의 80%를 차지하는 구조가 되면서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 연방정부의 세입도 이에 비례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즉 앞으로는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과거의 심각했던 공황 때보가 그 기간이 짧아질 것이다. 또 경기 침체에 이어 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뒤따를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재무구조가 아주 튼튼하고 외부차입으로 1-2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성장 기업의 주식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데 그친다.
1946년부터 1956년까지 10년간 세계 각국 통화의 구매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확인한 결과에 의하면, 이 기간 중 미국은 연평균 3.4%, 캐나다는 4.2%씩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이 미국 국채의 연평균 수익률은 2.19%에 그쳤다. 게다가 이자 수입에 대한 최소 20%의 소득세를 감안하면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채권에 장기 투자하는 것은 좋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최고의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오랜 기간에 걸쳐 매출액과 순이익이 전체 산업 평균보다 훨씬 높게 성장한 소수의 기업들을 찾아낸 사람들이었다.
이런 기업은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작은 기업일 필요도 없고, 규모와 관계없이 더욱 강력한 성장을 이루어내고자 하는 결의와 성장 계획을 최종적으로 완성해 낼 수 있는 실행 능력을 갖춘 경영진이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중요한 정보는 회사 내부에서도 유관 부서가 아니면 공개되지 않고, 외부인이 이런 고급 정보를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럴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 수집(scuttlebutt)"*이다.
* Scuttlebutt은 “news or information that may or may not be true, 즉 소문‘의 의미이다.
기업 세계의 정보망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떤 기업이 해당 업종의 경쟁업체와 비교했을 때 갖고 있는 강점과 약점은 이 기업과 한두 가지 경로로 관련을 맺고 있는 몇 사람의 대표적인 의견을 서로 대조해 보면 정말 놀랍도록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경쟁업체, 납품처, 고객 등 그 기업의 핵심적인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해서 그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깊숙이 파고들면, 그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협회나 조합 간부들(이 경우 정보원의 신분이 결코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전직 임직원들(왜 퇴사했는지를 확인해서 편견의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로부터 추가로 정보를 확인하면, 진정으로 위대한 기업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의 정보들이 너무나 명백하게 눈에 보인다고 한다.
포인트 1. 적어도 향후 몇 년간 매출액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갖고 있는가?
전체 매출액의 추이가 정체되어 있거나 감소하더라도 그 기업의 순이익이 원가 관리를 개선해 영업 비용을 줄이게 되면 단기적으로 순이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이에 따라 그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업은 최고의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성장 기업이라 해도 반드시 해마다 매출액이 전년도보다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연구개발의 과정이나 신상품의 마케팅,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경기 변동 사이클로 인해 매출액 성장은 한해 단위로 끊어서 판단해서는 안되며, 여러 해를 하나의 단위로 묶어서 분석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률을 계속해서 보여준 기업은 “운이 좋으면서도 능력이 있는” 기업과 “능력이 있기 때문에 운이 좋은”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탁월한 기업 경영 능력은 두 그룹 모두에게 필수적이다. 어떤 기업도 단순히 운만 좋아서는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성장하지 못하다. 반드시 뛰어난 비즈니스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고, 또 계속 유지해야만 한다.
“운이 좋으면서도 능력이 있는” 기업의 대표적인 예가 ‘알코아’다. 창업 초창기 누구도 알루미늄 제품 시장의 규모가 그 뒤 75년간이나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기술의 발전과 경제 규모의 확대(특히 항공운송업의 폭발적 성장)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알코아의 성장 동력이 되어 주었다.
“능력이 있기 때문에 운이 좋은” 기업의 대표적인 예는 ‘듀폰’이다. 듀폰은 오랫동안 폭약을 제조해 왔다. 그러다가 도로 건설 사업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매출이 추가됐고, 이후 폭약 제조에서 터득한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성공적인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결국 미국 최고의 기업 성공 신화를 일궈냈다.
어떤 기업의 장기적인 매출액 추이를 정확하게 전망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너무나 중요하다. 예를 들어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생산하는 기업은 자신들의 전자 기술을 활해 통신 장비나 자동화 설비와 같은 다른 전자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컬러텔레비전과 같이 발전 가능성이 큰 시장을 일반 투자자들은 과도하게 무시하고 있다(미국은 1928년에 시연되고 1954년부터 NBC에서 본격적으로 방송 시작). 또한 트랜지스터와 직접 회로 분야의 개발 역시 또 다른 성장 잠재력으로 곧장 연결될 수 있다. 캐비닛 스타일의 덩치 큰 텔레비전은 완전히 다른 스크린 타입의 새로운 텔레비전 세트로 대체될 수 있다.
이런 발전이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면 이런 기업들은 폭발적이면서 지속적인 매출액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다. 여기에 군사용 전자 장비 산업과 같이 꾸준히 성장하는 분야의 매출액 증가 혜택도 함께 누리게 될 것이다(모토롤라의 성장 가능성 예측).
어떤 경우든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기업 경영진은 최고의 능력을 계속해서 발휘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출액 성장세는 지속될 수 없다. 빈틈없는 투자자라면 매출액 성장률이 당초 예측치와 부합할 수 있도록 최고 경영진이 회사 업무를 잘 처리하고 있는지 늘 예의주시 해야만 한다.
또한 피셔는, 텔레비전 산업을 조사하면서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만드는데 필요한 유리 벌브가 크게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분야의 최고인 코닝 글라스 웍스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였다.
포인트 2. 최고 경영진은 현재의 매력적인 성장 잠재력을 가진 제품 생산라인이 더 이상 확대되기 어려워졌을 때에도 회사의 전체 매출액을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있는가?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수요를 넘어서는 새로운 제품의 개발 계획이나 정책이 수립되어 있지 않다면 이런 회사의 순이익은 반짝 급증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투자자들이 최고의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업이란 대개 이미 벌이고 있는 제품과 연관을 갖고 있는 분야에 회사의 기술력과 연구개발 능력을 충분히 쏟고 있는 회사다.
즉 기존의 제품과 전혀 관련 없는 수많은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보다는 하나의 나무줄기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자라나듯이 회사의 핵심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중심으로 각각의 사업 부문이 뻗어나가도록 하는 기업이 더 낫다는 것이다.
포인트 1은 사실에 관한 문제로, 기업이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라는 것이고, 포인트 2는 최고 경영진이 갖고 있는 자세의 문제다. 가까운 장래에 더 큰 시장을 가진 신제품을 개발해야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을 최고 경영진이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포인트 3. 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은 회사 규모를 감안할 때 얼마나 생산적인가?
기업에서 발표하는 자료를 가지고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비율을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기업들마다 연구개발 비용에 포함시키거나 포함시키지 않는 기준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 한 가지 이유다.
또한 한 회사의 연구개발 직원이 몇 명이나 되고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졌는가 보다는 이들이 하나의 팀으로서 얼마나 생산적으로 협력하는가의 여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나아가 연구개발 비용이 최대의 생산적인 성과를 낳기 위해 꼭 필요한 또 하나의 협력 과제는 최고 경영진의 협력이다. 상업적인 연구개발이 기본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최고 경영진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경기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확장하거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연구개발비를 제대로 투입하지도 않고서 단지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비용을 대폭 삭감해서는 안된다.
또한 피셔는 정상적인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자주 중단시키고, 단기에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연구개발 프로젝트만을 선호하는 경영진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그로 인한 상당한 부작용(전체 비용의 상승이나 인력 영입의 어려움, 기술적인 명성 추락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하나의 복잡한 문제는 군사장비 납품 계약과 관련된 거액의 연구개발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 경우 이런 신무기를 개발하면서 터득한 신기술과 원리를 기존의 상업적인 생산라인에 직접 적용함으로써 매우 높은 이익률을 올릴 수 있는 프로젝트가 투자자에게 엄청난 가치를 가진다(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성공 사례).
기업의 연구개발 조직이 지니고 있는 상대적인 투자 가치를 평가하는 데 반드시 고려해야 할 마지막 요소는 마켓 리서치 분야에 관한 것이다. 마켓 리서치는 연구 개발과 판매 간의 가교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정보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실 수집’이 꼭 필요하다. 간단하면서도 귀중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일정 기간, 가령 지난 10년 동안 그 회사가 거둔 매출액이나 순이익 가운데 얼마가 그 회사의 연구개발 조직이 내놓은 성과에 기인하는 것인가를 자세히 조사하는 것이다.
일정한 기간 동안 조직 규모나 투자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좋은 신제품을 많이 만들어낸 연구개발 조직이라면 다른 전반적인 환경이 그대로 이어지는 한 장래에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포인트 4. 평균 수준 이상의 영업 조직을 가지고 있는가?
요즘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는 전문적인 영업조직을 갖추지 않고는 어떤 기업도 판매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투자자들에게 생산이나 연구개발, 재무 분야 등에 비해 그리 주목받지 못한다.
판매와 유통이 얼마나 생산적을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찾아내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를 위해 다시 한번 ‘사실 수집’이라는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외부의 정보원으로부터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게 바로 영업조직이 얼마나 효율적이냐 하는 것이다.
다우 케미칼의 경우 화학 분야의 연구개발진만큼 영업 인력을 선발하고 훈련하는 과정에서도 똑같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IBM의 경우도 영업직원은 평균적으로 전체 근무 시간의 3분의 1을 회사가 지원하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데 보낸다고 한다.
강력한 영업조직과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생산과 연구개발진의 뛰어난 성과로 일시적으로 큰 이익을 낼 수 있으나 매우 취약하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영업 조직이 필수적이다.
포인트 5. 영업이익률은 충분히 거두고 있는가?
어느 기업의 이익을 측정하는 첫 번째 단계는 영업이익률, 즉 1달러의 매출을 올렸을 때 얼마의 영업이익이 남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한 해가 아니라 몇 해에 걸친 추이를 조사해봐야 한다.
진짜 장기적은 투자 수익은 절대 한계 기업에 투자해서는 얻어질 수 없다고 믿는다. 영업이익률이 턱없이 낮은 기업을 장기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이 기업의 내부에서 펀더멘털이 변화하는 뚜렷한 징후가 보일 때다.
설립된 지 오래된 대기업 가운데 엄청난 투자 수익을 올려주는 경우는 대부분 비교적 높은 영업이익률을 가진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은 또 해당 업종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기업들은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이익의 전부 또는 거의 대부분을 연구개발비나 판촉비 등으로 사용하므로 이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
포인트 6. 영업이익률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의 영업이익률이 아니라 미래의 영업이익률이다.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는 수단만으로 영업이익률을 높게 유지하는 것은 일시적인 것이며, 가격 인상은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의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
공장 시설이나 제조 공정을 담당하는 부서를 더욱 발전시켜 큰 성공을 거두는 기업들도 있다. 운송 업체의 경우 다른 제조 업체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도면밀한 기업은 새로운 컨테이너를 사용하거나 운송 방식을 이용하던지 원자재 공급처 인근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 방법 등으로 늘 원가를 절감해 나간다.
투자하려는 기업이 원가를 줄이고 영업이익률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물론 여기서도 사실 수집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만 해당 기업의 관계자에게 직접 듣는 게 가장 좋다.
포인트 7. 돋보이는 노사관계를 갖고 있는가?
노사 관계가 좋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수익성 차이는 단순히 파업으로 인한 직접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근로자의 심리적 안정으로 인한 근로자 1인당 생산성 향상이나 잦은 이직으로 인한 새로운 근로자를 훈련시키는데 들어가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어떤 기업의 노사 정책과 인사 관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볼 수 있는 일련의 지표는 그 기업의 근로자 이직률을 같은 업종의 다른 기업과 비교하는 것이다. 같은 지역의 다른 기업에 비해 입사 희망자 수가 더 많은지를 살펴보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훌륭한 노사 관계를 갖고 있는 기업은 어떤 갈등이 생기면 즉각 해결하고자 모든 노력을 다한다. 마지막으로 최고 경영자가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갖고 있는가도 투자자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포인트 8. 임원들 간에 훌륭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가?
임원들의 판단력과 성실성, 팀워크는 회사의 장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임원들 사이에 다툼이나 시기가 생길 경우 최고 경영자가 회사를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하거나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다른 무엇보다 승진은 파벌주의가 아닌 능력주의에 따라 이뤄진다는 믿음을 말단 직원부터 고위 임원까지 모두가 갖고 있어야 한다. 임금 수준은 적어도 해당 업종이나 해당 지역의 평균치는 넘어야 한다.
어떤 직책을 맡아야 할 사람이 회사 내에서는 승진을 시켜서도 구하기가 불가능하다면 신입사원처럼 외부에서 적절한 인물을 스카우트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직책을 맡고 있는 몇몇 임원들과 이야기해 보면 이런 부분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포인트 9. 두터운 기업 경영진을 갖고 있는가?
상당한 역량을 갖춘 경영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이 뛰어난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게 유행처럼 되었기 때문에 핵심 인물이 사라져 회사에 파국이 발생하는 투자 리스크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성장할 기업이라면 경영 지식을 갖춘 재능 있는 기업 경영진을 키워내지 못한다면 이런 기업은 머지않아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 시점은 기업들마다 전부 다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권한의 위임이다. 능력 있는 임원이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을 쓸 수 있는 권한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고 경영자가 일상적인 잡무까지 전부 간섭하고 처리하려고 하는 기업은 절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없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밑에서 올라온 어떤 제안이 현재의 경영 방침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최고 경영진이 기꺼이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고 평가하는가의 여부다.
포인트 10. 원가 분석과 회계 관리 능력은 얼마나 우수한가?
사업 부문 하나하나의 전 과정에 걸쳐 투입되는 원가를 매우 정확하고 자세하게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원가를 종합적으로 절감해나가지 못하는 기업은 결코 장기간에 걸쳐 다른 기업을 능가하는 성공을 이어갈 수 없다.
경영진이 각각의 제품들에 투입된 정확한 비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과도한 경쟁을 피하면서 꾸준히 최대의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가격 정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 특별히 판촉활동을 벌이고, 영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도 알아낼 수도 없다.
여기서도 사실 수집은 회계 처리에 정말로 문제가 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데 유용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 이상은 사실 수집으로도 알아내기 어렵다. 투자자에게 최선의 방법은 이 문제가 얼마나 귀중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며, 또 자신의 한계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포인트 11. 해당 업종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별도의 사업 부문을 갖고 있으며, 이는 경쟁업체에 비해 얼마나 뛰어난 기업인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가?
이 문제는 기업의 전반적인 분야를 모두 포괄해서 판단해야 한다. 사안 별로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소매업과 같은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에게 부동산을 관리하는 기술이 얼마나 우수한가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기업들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기업 매출액 가운데 보험료 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보험료 비용이 순이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업종에서는 보험료 비중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조사하고 보험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투자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특허권을 가장 큰 무기로 삼는다면, 그 기업은 투자 대상으로서 강점보다는 약점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특허권 보고기간이 끝나면 이런 회사의 이익은 급전직하할 것이다. 그러나, 초창기 단계에 있는 기업에게 특허권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제품을 경쟁업체로부터 보호해 주는 기본적인 원천은 특허권이 아니라 끊임없이 기술력에서 앞서 나가는 것이다. 신중한 투자자라면 적어도 특허권이라는 보호막을 너무 중시해서는 안된다. 물론 특허권이 매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특별한 경우에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을 더욱 값지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
포인트 12. 이익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기적인가 아니면 장기적인가?
어떤 기업들은 지금 당장 거둘 수 있는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애쓴다. 반면, 어떤 기업들은 좋은 평판을 뿌리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전체적으로 더욱 큰 이익을 거두기 위해 눈앞에 보이는 최대의 이익을 기꺼이 희생한다.
이런 차이는 사실 수집을 통해 아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다. 최대의 투자 성과를 얻고자 하는 투자자는 반드시 기업의 이익을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회사를 선호해야 한다.
포인트 13. 성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가까운 장래에 증자를 할 계획이 있으며, 이로 인해 현재의 주주가 누리는 이익이 상당 부분 회석될 가능성은 없는가?
현명한 투자자라면 단순히 그 주식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매수해서는 안되며, 자신에게 결정적인 투자 수익을 올려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사야만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취지이다.
투자 대상 기업의 보유 현금과 추가로 조달할 수 있는 외부 차입금이 향후 수년간에 걸쳐 예상되는 성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가 하는 점이다. 만약 그렇다면, 또 그 기업이 외부 차입금을 신중하게 설정한 범위 내에서만 조달하고자 한다면 주식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그 이후의 문제까지 염려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나 외부 차입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증자를 통한 자본 조달이 불가피할 텐데, 추가로 발행될 대규모 신주로 인해 희석될 주당 순이익이 새로 조달되는 자본 덕분에 기존 주주들의 주당 순이익이 아주 조금밖에 늘어나지 않는다면 최고의 투자 대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포인트 14. 경영진은 문제가 발생하거나 실망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때는 “입을 꾹 다물어버리지” 않는가?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치거나 갑작스러운 제품 수요의 감소 같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사업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특히 연구 개발이 실패하거나 예기치 못한 지연 사태나 심각한 비용 부담을 초래하는 경우에 최고 경영진이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투자자에게 매우 귀중한 단서가 된다. 어떤 경우든 투자자는 부정적인 뉴스를 숨기려고 하거나 그냥 수수방관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아예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포인트 15.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최고 경영진을 갖고 있는가?
어느 기업의 최고 경영진이든 회사의 주주보다는 회사의 자산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합법적인 방법에서도 기업의 오너가 자신과 가족들의 이익을 위해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또는 납품업체에게 반드시 (최고 경영진이나 오너와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중개업체를 경유해서 물건을 공급하도록 하거나 스톡옵션을 발행하는 권한을 남용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보호장치는 오로지, 주주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과 수탁자로서의 상당한 의무감을 갖고 있는 경영진이 이끌어가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것이다. 이 문제야말로 사실 수집 방법이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분야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