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야누스 황제, 트라야누스 원기둥
제1부 트라야누스 황제
(재위 서기 98년 1월 27일~117년 8월 9일)
“병사들은 당신과 함께 굶주림도 목마름도 견뎌냈습니다. 훈련에도(로마군의 훈련은 실전보다 더 진지했다) 당신은 병사들과 함께 참가하여, 당신의 뒤를 따르는 기병들과 똑같이 땀을 흘리고 흙먼지를 뒤집어썼습니다. 그들 속에서 당신이 유독 눈에 띄었다면, 그것은 병사로서 당신의 탁월함과 용맹함 때문이었습니다. 투창 훈련에서는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창을 던지고, 상대가 창을 던지면 누구보다도 재빨리 몸을 피했습니다. 당신의 갑옷이나 방패를 찌른 병사에게는 당신의 노여움이 아니라 칭찬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당신은 냉철한 관찰자요 사령관이었습니다. 병사들의 무기를 일일이 점검하여 부적당한 것은 바꾸게 하고, 병사가 짊어진 짐이 너무 무거워 보이면 당신이 대신 져주었습니다. 부상병은 육친처럼 정성껏 돌봐주었습니다. 게다가 병사 전원에 대한 최종 점호가 끝날 때까지는 결코 막사에 들어가지 않고, 모든 병사에게 휴식을 준 뒤에야 자신도 휴식을 취했습니다.”
적출 남자─매달 16세스테르티우스
적출 여자─매달 12세스테르티우스
서출 남자─매달 12세스테르티우스
서출 여자─매달 10세스테르티우스
“inde Berzobim, deinde Aizi processimus”(베르조비스로, 그리고 아이지스로 우리는 진군했다)
(1) 다키아 왕에게는 ‘로마 시민의 친구이자 동맹자’라는 칭호가 주어지고, 다키아는 로마 제국의 동맹국이 된다.
(2) 데케발루스와 모든 중신의 지위는 로마가 보장한다.
(3) 다키아 왕은 로마의 1개 부대가 수도 사르미제게투사 근교에 주둔하는 것을 인정한다.
“그 건설비가 푸르사시의 재정에 지나친 부담을 줄 염려가 없고, 완공된 뒤의 운영비도 보증할 수 있다면, 공중목욕탕 건설은 허가해도 좋을 것이다.”
“건축가가 부족할 턱이 없다. 그 방면의 전문가가 없는 속주는 제국 안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마에서 전문가를 파견해달라니. 일부러 그리스에서 전문가를 불러들여 일을 시키고 있는 것이 로마의 현재 실정이다.”
“플리니우스가 트라야누스 황제에게
저는 기독교도로 고발된 자들에게 일단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대처해왔습니다.
그들에게 너는 기독교를 믿느냐고 세 번까지 묻습니다. 기독교도라고 답한 자에게는, 위증하면 고문을 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확인시킵니다. 기독교에 귀의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와는 관계없이, 완고하고 무분별한 것만으로도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기독교도라고 주장한 자들 중에는 로마 시민권 소유자도 있는데, 그들은 황제에게 항소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로마로 송환하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영향 탓인지, 기독교도에 대한 고발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양상도 달라졌습니다.
우선 많은 사람의 이름을 열거한 익명 고발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첫째, 고발당한 자라도 기독교도가 아니라고 언명한 자, 저의 첫 번째 심문에서 신들에게 기원하고 주군의 초상을 경배한 자, 또는 그리스도를 매도한 자는 모두 무죄 방면하기로 했습니다. 그 때문에 법정에는 초상과 거기에 바칠 향료며 포도주도 준비시켰습니다.
둘째, 고발당한 자라도 처음에는 기독교도라고 인정했다가 나중에 번복한 자, 전에는 기독교도였으나 지금은 기독교도가 아닌 자에게는, 기독교 신앙을 버린 것이 3년 전이든 20년 전이든 관계없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물론 이 부류에 속하는 자를 무죄 방면할 때는 우리의 신들을 경배하고 기독교의 신을 매도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그래서 주군의 생각을 알 때까지는 기독교와 관련된 재판은 모두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것은 황제에게 재결을 청할 만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고발당하는 자가 너무 많습니다. 둘째, 기독교도는 나이나 사회적 지위나 성별에 관계없이 앞으로도 줄어들기보다는 계속 늘어날 추세입니다.
기독교도로 여겨지는 자들 가운데 대다수는 단순히 새로운 것에 매혹되어 기독교에 귀의한 데 불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런 자들 중에서 후회하고 기독교를 버린 자에게는 처벌을 면제해주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트라야누스가 플리니우스에게
친애하는 세쿤두스여, 기독교도로 고발당한 자들에 대한 그대의 법적 대처는 참으로 적절했다. 이런 문제를 제국 전체를 다스리는 규범에 따라 처리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도가 죄인이라고는 하지만, 굳이 그들을 색출해내는 행위는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정식으로 고발되어 자백한 자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신앙을 버린 자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의 신들을 경배하는 마음을 명확히 보이고, 후회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것만 명확해지면 과거가 어떻든 처벌을 면제해줄 만하다.
또한 익명 고발은 어떤 법적 가치도 없는 것으로 처리한다. 그런 것을 인정하면 우리 시대의 정신에 어긋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