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린 골프 클럽
카베리 타워 맨숀
스코틀랜드에서의 넷째 날에는 세인트앤드루스를 빠져나와 에든버러시를 지나 역시 해안가에 위치해 있는 Gullane(골프장 소개 동영상을 보면 이 단어의 어원은 불분명하고 출신 지역에 따라 “길린“, “걸레인”, “걸랜” 등으로 발음하기도 한다는데 공식 발음은 “걸린”인 것 같다) Golf Club에서 라운딩을 하였다.
아무래도 아침에 일어나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바로 걸린 GC로 라운딩을 가기는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아 그전 날 걸린 GC 근처의 숙소를 급하게 잡았는데 에든버러시와 걸린 사이에 있는 ‘Carberry Tower Mansion House’라는 특이한 호텔에 묶게 되었다.
이곳은 고성을 호텔로 개조해서 만든 곳이라서 들어가는 입구부터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 쌓여 있어 처음에는 제대로 찾아온 게 맞나 싶었는데 호텔에 들어서서 내부 장식들이나 성채 외관과 정원을 보고 와우 하는 탄성과 함께 마치 우리가 드라마 ‘아웃랜더(Outlander)’에 나오는 스코틀랜드의 영주가 된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어준 스코틀랜드 여행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걸린(Gullane) GC
걸린 GC는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의 이스트 로디안에 위치해 있는데 바로 옆에는 유명한 뮤어필드와 노스베릭이 있고, 해안가를 따라 여러 링크스 골프장들이 쭉 늘어서 있다.
걸린 GC는 1번과 2번 그리고 3번 총 3개의 54홀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1번 코스는 가장 오랜 역사와 함께(정식으로 오픈한 것은 1882년인데 이미 350년 전부터 골프를 하던 곳이라고 한다) 스코티시 오픈과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 그리고 디오픈의 지역 예선이 열렸던 장소로 ‘챔피언십 코스’로 부른다.
2번과 3번 코스는 디오픈과 시니어 디오픈 등에서 우승한 영국의 전설적인 골퍼인 윌리 파크 주니어가 설계했다고 한다.
홈페이지에 있는 코스 소개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Gullane No. 1 (1884) has a long history of hosting national and international championship golf events, including the 2018 Aberdeen Standard Investments Scottish Open and Ladies Scottish Open, the Aberdeen Asset Management Scottish Open in 2015 as well as Local Final Qualifying for the Open Championship at neighbouring Muirfield.
Gullane No. 2 (1898) was laid out by the legendary Willie Park Jr and has also been used for Open Championship Qualifying as well as the Seniors Open Amateur.
Gullane No. 3 (1910) was also designed by Willie Park Jr. It may be the shortest of the three courses, but it provides a wonderful test based on shot-making skills rather than power.
우리나라의 이미향선수가 2017년에 우승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아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이 이곳 1번 코스에서 열리기도 했었다.
우리는 1번 코스를 두 달 전에 예약하려고 연락했는데 아쉽게도 여기는 멤버 위주로 부킹이 되는데다가 이미 부킹이 모두 차서 어쩔 수 없이 2번 코스에서 라운딩을 하게 되었다(1인당 그린피는 주중이라 100파운드(한화 약 16.5만원 정도)).
신기하게 여기서 에든버러에 관광을 왔다가 갑자기 골프가 치고 싶어 렌트클럽으로 골프를 하러 왔다는 한국 남자 관광객 3분을 만나기도 했다. 역시 한국 골퍼들의 열정은 세계 최고인 듯하다.
클럽하우스는 다른 스코틀랜드 골프장들과 같이 자연을 그래도 살려 만든 링크스 코스라서 별다른 부대시설이 없고 역시 간단한 골프샵과 레스토랑이 있는 소박한 클럽하우스와 작은 스타트하우스가 있을 뿐이었다. 당연히 중간에 그늘집도 없어 식사 시간이 걸리는 시간대에 라운딩을 하게 되면 도시락을 준비해 와야 했다.
그나마 다행히 스타트하우스에서 양쪽 문이 있는 소형전기차 같은 버기를 발견하고 그전에 3일 내내 세인트앤드루스에서 트롤리를 끌고 다니며 라운딩을 하느라 너무 힘든 상황이라 냉큼 버기를 빌려 라운딩 내내 타고 다니면서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그날 라운딩 내내 버기를 탄 플레이어들은 우리 밖에는 보지 못했다.
걸린GC는 그래도 54홀이나 있는 대형 골프장이라 그런지 스타트하우스 옆에 야외 연습장이 있어 마침 티업시간이 여유가 있어 라운딩 전에 가볍게 샷을 점검하기도^^
우리가 라운딩한 2번 코스는 광활한 들판의 느낌을 주는 코스에서 첫 홀을 시작한다.
평탄한 1번 홀을 지나면 바로 차들이 다니는 도로가 나오고 여기를 건너면 그린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심한 오르막 페어웨이를 바라보며 티샷을 해야 하는 2번 홀이 나타난다.
2번 홀 홀아웃을 하고 나면 전체 코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이 나타나는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스코틀랜드에 있는 다른 링크스 코스처럼 해안가와 인접해 바람 그리고 긴 갈대밭과의 처절한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그 이후로는 계속되는 좁은 페어웨이를 지키면서 양쪽 갈대숲을 피해야 하고 맞바람을 감안하면서 그린 앞의 벙커들을 피해 가야 하는 힘겨운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나마 버기를 탈 수 있어 샷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게 천만다행^^
이렇게 쉬지도 못하고 계속 힘든 라운딩을 하다 보면 어느덧 16번 파5홀부터 클럽하우스 쪽으로 점점 내려가는 내리막 코스들이 나타난다.
17번 홀은 처음 1번 홀을 치고 건너온 도로에 근접해 있는 그린을 향해 날리는 파4홀인데 화이트티 기준 내리막 361야드라서 짧게 느껴지는 홀인데 티샷이 좌우 갈대숲으로 들어가지 않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잘 맞았다고 생각한 드라이브 티샷이 왼쪽으로 굴러가더니 갈대숲에 숨어 버려 로스트볼 처리하고 더블보기;;;,
드디어 마지막 18번 홀은 도로를 건너와 티샷을 하는데 페어웨이가 너무 심한 구릉이 많아 티샷이 어디에 안착할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런이 많아 얼마 남지 않은 세컨드샷을 핀에 붙여 무난하게 파로 마무리하면서 걸린에서의 라운딩을 마치게 되었다.
17번 홀까지 와이프에게 2타 뒤지고 있다가 마지막 홀에서 와이프가 더블보기를 하는 바람에 극적으로 동타로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기쁨까지^^
걸린 GC에서의 라운딩은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나 킹스반스와도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잘 정돈된 관광지 같은 느낌의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나 링크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고급스럽게 만든 느낌의 킹스반스와 달리 걸린은 정말 스코틀랜드의 야생을 그대로 살려 누구나 쉽게 와서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든 친근하지만 터프한 복합적인 느낌의 골프장이었다.
다시 스코틀랜드에 와서 어디를 또 한 번 가고 싶냐고 물으면 우선순위에 올라갈 것 같지는 않지만 아 이에 바로 스코틀랜드의 진정한 자연과의 싸움이구나 라는 느낌이 확 와닿는, 스코틀랜드 골프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골퍼라면 한 번쯤은 그래도 라운딩을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코스였던 것 같다.
Edinburgh Riding March
걸린에서의 라운딩 후 마침 주말에 에든버러 시내에서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재개된 'The Edinburgh Riding of the Marches' 축제(1513년 Randolph Murray가 Flodden전투에서 스코틀랜드 군대가 잉글랜드군에게 패했다는 비보를 푸른 깃발을 들고 전한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가 개최되어 스코틀랜드에서의 골프 여행을 더욱 멋지게 장식해 주었다^^
에든버러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게 'Harry Potter'인데, 롤링(J.K. Rowling)이 해리포터를 썼다고 해서 유명해진 'The Elephant House'와 'Nicolson's Cafe'(지금은 'Spoon'으로 이름이 바뀜)가 있는 빅토리아 거리에서 사진 좀 찍고 스코틀랜드가 배출한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Adam Smith) 동상(머리 위에 웬 모자를 씌웠나 했더니 주차금지 꼬깔을;;;) 아래서도 사진 한 장^^ 마무리는 깔끔하게 2층버스로 시내 투어!!
이렇게 우리의 10일간의 환상적인 스코틀랜드 골프여행은 에든버러의 축제와 함께 막을 내리게 되었다;;;
확실히 British와 Scottish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고 왜 스코틀랜드가 자신들의 땅과 문화와 역사에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는지 막연하게나마 공감하게 되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골프 여행지인 프랑스에 가기 위해 에든버러공항에서 다시 취리히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