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천국과 지옥 - 혜성, 운석공, 금성
제4장 천국과 지옥
나는 죽음, 세상을 깨뜨리는 자가 되었노라.
- 《바가바드기타(Bhagavad Gītā)》*
천국과 지옥으로 가는 갈림길에는 똑같이 생긴 두 개의 문이 나란히 서 있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 바가바드기타는 성스러운 신에 대한 기타(Gita:歌頌)라는 뜻이며, 기원전 4∼2·3세기경에 성립된 것으로 여겨진다.《마하바라타》 속에 편입되어 있는 하나의 시편(詩篇)으로, 700편의 노래로 이루어졌는데, 후대의 힌두교인들은 이것을 최상의 성전(聖典)으로 존숭(尊崇)하고 있다.
칼 세이건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이 장을 시작하고 있다
“긴 자연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연재해에 관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세상이 풍비박산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의도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자기 파멸적인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기술적 ‘발전’이 파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얼마나 긴 시간 척도로 변화를 보느냐에 따라 ‘평온과 고요의 지구’가 ‘격동과 소란의 행성’이 될 수도 있다.”
퉁구스카 사건
지구상에서도 그리고 심지어 20세기에도 아주 기이한 현상이 몇 건 일어났는데, 그중 1908년 6월 30일 퉁구스족이 사는 중앙시베리아의 오지에서 발생한 ‘퉁구스카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그날 거대한 불덩어리가 하나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이 목격되었고, 그것이 지평선에 닿는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약 2,000제곱킬로미터의 숲이 모두 납작하게 밀렸고, 낙하지점 가까이에 있던 수천 그루의 나무가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고 한다. 그때 대기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지구를 두 바퀴나 돌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건 현장에는 충돌 때문에 생긴 구덩이가 파이지는 않았다.
저자는 이 모든 사실을 포괄해서 설명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가설은, ‘1908년에 혜성의 조각이 지구와 충돌했다’라는 것이라고 한다. 퉁구스카 사건은 지름 100미터, 무게 수백만 톤, 초속 30킬로미터(시속 11만 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리던 얼음 덩어리, 즉 혜성 조각이 지구와 충돌한 결과라고 생각된다고 한다.
만일 이와 같은 규모의 충돌이 오늘 다시 발생한다면 치솟는 불덩이의 규모며 버섯구름의 출현 등으로 인해 정신적 공황에 빠진 사람들은 그것을 핵폭발로 오인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한다. 다만 혜성의 경우 감마선의 방출과 방사능 낙진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1979년 9월 22일 미국의 벨라(Vela) 인공위성이 남대서양과 서인도양 근방을 날다가 강렬한 불빛이 두 번 번쩍거리는 것을 감지하고 이를 핵폭탄 실험으로 오인하기도 하였다고 한다(방사능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 사건을 통해 저자는 지구와 근접 천체의 충돌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철저하게 연구하지 않는다면, 현대 지구 문명이 엉뚱한 이유 때문에 핵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혜성
혜성은 대부분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문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얼음’이라는 표현은 순수하게 물로 된 얼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물, 메탄, 암모니아들의 혼합물이 결빙된 것을 총체적으로 ’얼음‘이라고 지칭한다. 이러한 얼음 물질에 미세한 암석 티끌들이 한데 엉겨 붙어서 혜성의 핵을 이룬다. 웬만한 크기의 혜성 조각이 지구 대기와 충돌한다면 혜성은 거대하고 눈부신 불덩어리로 변하고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킬 것이다.
한편 유성은 혜성이 남기고 간 부스러기들로, 그 하나하나는 겨자씨보다 작은 미세한 고체 알갱이인데, 이것들이 지구 대기에 들어오자마자 대기와의 마찰로 인하여 고온으로 가열돼 빛을 방출하고, 지상에서 약 100킬로미터 상공에 이르기 전에 완전히 소멸되고 만다.
혜성은 태양의 근처에 가면 태양의 중력과 열의 영향으로 쪼개지고 분해되는데 이런 부스러기들이 그 혜성의 원래 궤도에 흩어진다. 따라서 혜성과 지구의 궤도가 서로 만나게 되는 지점에 유성의 무리가 있기 마련인데, 이 무리와 지구가 만날 때 '유성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구는 매년 같은 시기에 그 지역을 지나므로 유성우는 해마다 같은 시기에 반복해서 나타나는데, 매년 6월 30일을 전후로 하여 황소자리 베타별 방향에서 유성우를 보게 된다. 바로 이 시기에 지구가 엥케 혜성의 궤도를 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908년 6월 30일 퉁구스카 대폭발 역시 엥케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혜성 한 조각(유성 수준이 아닌 상당히 큰 조각)이 지구와 충돌했기 때문에 생긴 사건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혜성은 인류에게 공포감과 함께 경외심을 불러일으켜 왔으며, 마음을 홀리는 망령된 미신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늘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혜성은 영원불변하고 질서 정연한 위대한 코스모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존재로 여겨졌다.
프톨레마이오스는 혜성이 전쟁, 가뭄 그리고 ”불안한 분위기“를 가져오는 장본인이라고 생각했고, 루터교의 안드레아스 켈리키오스 주교는 ”인간의 죄로 말미암은 자욱한 연기가 점점 심해져 혜성을 이루게 되고 천상의 최고 재판관의 진노의 열기로 불살라 없어진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1707년에 뉴턴의 친구인 에드먼드 핼리(Edmund Halley)가 1531년, 1607년, 1682년에 출현했던 혜성들이 모두 같은 혜성으로서 1758년에 다시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혜성은 때맞춰 나타났고 그래서 핼리 사후에 이 혜성은 ‘핼리 혜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역사에 나오는 핼리 혜성과 그 외 혜성들
이번에는 핼리 혜성에 관한 역사적 기록을 몇 개 살펴보자. 핼리 혜성을 포함하여 혜성 출현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중국의 《회남자(淮南子)》라는 책에 적혀 있다. 기원전 1057년, 주의 무왕이 은의 주왕을 공격할 때의 상황을 기술하는 기록에 핼리 혜성이 언급돼 있다.
기원전 44년 3월 15일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당일 혹은 장례식을 치를 때 혜성이 지나갔으며, 당대의 사람들은 카이사르의 영혼이 하늘로 승천했다고 믿었다. 최근에는 암살된 해의 약 4개월 후이자, 카이사르가 태어난 달인 44년 7월로 간주하고, 이 혜성을 ‘카이사르의 혜성’(Caesar's Comet)이라고 부른다(핼리 혜성은 아님).
기원후 66년, 요세푸스의 “예루살렘 상공에 1년 동안 칼이 드리워져 있었다”는 기록도 핼리 혜성을 두고 한 이야기로 보인다.*
1066년 4월, 노르만인들의 ‘바이외 태피스트리’(Bayeux Tapestry)의 상세도에는 왼쪽에 “남자들이 혜성에 깜짝 놀라고 있다”라고 씌어 있고, 오른쪽에는 영국의 해롤드 왕에게 보고하는 그림이 나오는데 당시 정복왕 윌리엄의 승리를 묘사한 그림으로 보인다.
1301년 조토(지오토) 데 본도네(Giotto de Bondone)의 그림 ‘동방박사의 경배’에 보이는 핼리 혜성
1446년 핼리 혜성, 기독교도들은 혜성은 신께서 보내시는 것이니 곧 신께서 터키 편에 서 계신다는 뜻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바로 얼마 전에 터키 군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켰기 때문이다.
1522년경 아즈텍 최후의 목테주마(Moctezuma) 황제의 혜성 관측, 당시 목테주마는 혜성의 출현을 보고, 심한 우울증과 신경쇠약증에 걸려 스페인군과 대치하고 있던 자신의 군대에게 철수명령을 내려 결국 어이없이 스페인군에게 멸망당하였다고 한다.
1566년 혜성을 뉘른베르크로 추정되는 독일의 한 마을에서 묘사한 그림
1577년에 출현한 대혜성을 터키인들이 묘사한 그림과 페터 코디킬루스가 프라하에서 찍어 낸 대형 판화
1759년 핼리 혜성
1910년의 핼리 혜성
1961년 휴메이슨 혜성(좌)과 1965년에 일본의 헌신적인 두 명의 아마추어가 발견한 이케아세키 혜성(우)
1976년 웨스트 혜성
핼리 혜성 탐사 프로젝트
1986년 돌아온 핼리 혜성에, 유럽 14개국 연합체인 ESA(European Space Agency)는 지오토(Giotto, 1301년 핼리 혜성을 그린 화가 조토 본 디네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한다)라는 탐사 위성을 발사시켜 핼리 혜성과의 랑데부에 성공시켰고, 일본 역시 스이세이와 사키가케 위성을, (구)소련은 베가 1, 2호 우주선을 핼리 혜성과 만나게 하였다.
특히 지오토의 경우 핵 600킬로미터 지점을 근접 통과하였고 이를 통해 핵의 회전과 분열 현상, 핵에서 가스가 분출되는 현상 등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었고, 핵 표면의 지형적 특성도 알아냈다고 한다!!
핼리 혜성의 크기는 14.2x8.2km이고 질량은 2.2x(10의 14제곱)kg이다. 핼리 혜성의 현재 위치(2024년 기준)는 궤도상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 부근이고 공전 주기는 25.32년으로 2061년 7월에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최대 지구 접근 거리는 9,540,000km이다.
달의 운석공들
언젠가 혜성들은 행성과 충돌하고 만다. 지구와 지구의 동반자인 달은 소행성(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남은 자투리 조각들)과 혜성들에게 무수히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충돌하는 물체가 크거나 주성분이 얼음이 아니라 암석이라면 충돌 지점에서 대규모의 폭발이 일어나며 충돌 구덩이 또는 운석공이라 불리는 반구형 또는 사발 모양의 거대한 구덩이가 파인다.
지구의 경우 운석공은 풍화 작용이나 강수에 따른 침식 작용으로 사라지거나 다시 메워지지만 달과 같이 기상 현상이 전혀 없는 천체에서는 오랜 시간 건재할 수 있다. 이는 태양계에 있는 지구형 행성(표면은 단단한 고체이고 내부는 돌과 철로 이루어져 있는 행성)의 경우는 모두 마찬가지이다. 다만 목성형 행성은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고 단단한 고체 표면이 없어 운석공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형성 과정
아래 그림 1~3은 대략 46억~50억 년 전쯤 상황으로, 원시 달은 집적과 유착에 의한 성장 과정을 거의 마무리하며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4~8은 39억 년 전 상황으로, 소행성 하나가 달과 충돌하여 큰 구덩이를 파 놓았고 이로 인해 달은 충격파 때문에 다시 뜨거워졌다.
9~10은 약 27억 년 전 상황으로 지구 충돌의 결과로 만들어진 커다란 구덩이(‘비의 바다’ Mare Imbrium)가 현무암질의 용암으로 온통 뒤덮였다. 11의 에라토스테네스의 운석공이나 12의 코페르니쿠스의 운석공같이 광조 무늬가 뚜렷한 것들은 더 최근에 충돌의 결과로 생긴 운석공이다.
아래 사진은 아폴로 궤도선에서 찍은 달의 지구 반대편 표면에 밀집된 운석공들 사진이다.
아래 사진들은 미국 애리조나 주에 있는 지름 1.2km의 운석공(좌, 약 15,000년에서 4만 년 사이로 추정)과 달의 적도 바로 북쪽에 있는 코페르니쿠스 운석공(우, 지름이 100km에 달한다)의 모습들이다.
달과 작은 천체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최근 기록은 1178년 6월 25일 저녁에 5명의 영국 수도사들이 경험한 것을 기록한 《캔터베리 저베이스가의 연대기(Chronicle of Gervase of Canterbury)》에 나오는 내용이다.
초승달이 밝게 떠 있었는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달의 뾰족한 양쪽 끝이 동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위쪽 끝이 둘로 갈라지면서 그 한복판에서 타는 듯한 횃불이 솟아올라 화염과 함께 작렬하는 석탄 덩이와 섬광을 흩뿌렸다.
과학자들은 달의 ‘브루노’* 운석공 주변의 광조 무늬가 유난히 선명한 것과 달에서의 레이저 반사 실험 결과를 근거로 이 지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1600년에 우주 생명 존재를 주장하다가 화형에 처해진 로마 가톨릭의 철학자
지구에서 아래 사진의 아폴로 16호의 레이저반사 실험 장치에 레이저 광선을 쏘고 월면 반사경에서 반사되어 지구에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여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와 칭동 주기와 진폭 등을 측정한다.
수성에도 달과 비슷하게 역시 많은 운석공들이 보인다.
화성에도 역시 여러 운석공들이 존재한다. 왼쪽 위 사진은 유티(Yuty) 운석공이고 아래 사진은 카프리 협곡의 운석공들이다. 오른쪽 사진은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의 줄줄이 패어 있는 홈들을 확대한 사진인데 이러한 줄무늬 구조는 화성의 기조력 때문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금성
칼 세이건은 금성 이야기를 꺼내면서 정신과 의사인 ‘이마누엘 벨리코프스키’(Immanuel Velikovski)가 1905년에 출판한 《충돌하는 세계들》이라는 책을 소개한다. 그는 그 책에서 행성 수준의 질량을 가진 물체(그는 ‘혜성’이라고 한다) 하나가 여차여차해서 목성과 그 위성이 이루는 계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약 3,500년 전 이 물체는 내행성계로 날아 들어와 지구와 화성에 여러 번 근접했는데 이때 이로 인해 모세의 홍해의 기적이나 여호수아의 명령으로 지구가 자전을 잠시 멈춘 사건들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이 혜성이 다른 행성들 사이를 당구공처럼 어지럽게 왔다 갔다 하다가 드디어 안정을 찾고 원형에 가까운 궤도에 들어서면서 금성이 되었다고 상상하며, 그전까지는 금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칼 세이건은 여러 근거를 제시하며 이 주장을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이 제시한 것만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제시한 가설들 중에도 훗날 틀렸다고 밝혀지는 것이 많다. 과학은 자유로운 탐구 정신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했으며 자유로운 탐구가 곧 과학의 목적이다. 우리는 어느 누가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할지 미리 알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자기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금성은 질량, 크기, 밀도 면에서 지구와 거의 동일하다. 망원경을 통해서 금성을 처음 본 사람은 1609년의 갈릴레오인데 금성도 달과 마찬가지로 얇은 초승달 모양에서 둥그런 보름달로 그 위상이 변한다고 기술했다. 최근에도 망원경으로 보이는 금성의 모습은 갈릴레오 시대와 별로 다르지 않다. 확실히 금성은 두껍고 불투명한 구름으로 덮여 있다. 우리가 보는 샛별의 밝은 빛은 금성의 구름에 반사된 태양의 빛이다.
금성의 정체에 대한 최초의 단서는, 백색광이 유리 덩어리로 만들어진 프리즘이나 평면 유리에 가는 줄을 균일한 간격으로 그려 넣은 회절격자를 통과하면서 만들어지는 무지개 색깔의 띄(분광 스펙트럼 내지 스펙트럼) 덕분에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백색광이 특정 주파수의 빛을 강하게 흡수하는 기체 층을 통과하면 스펙트럼 무지개에 그 기체 특유의 검은 선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그 기체층의 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이를 ‘분광(스펙트럼) 분석’이라고 한다).
금성의 표면을 들여다볼 방법이 없던 시기에 어떤 과학자들은 금성이 구름으로 덮여 있어 그 지표면이 석탄기의 지구처럼 늪지라는 묘한 결론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그러나 1920년경 윌슨 산 천문대에서 최초로 시도된 금성의 분광 관측에서 금성 대기의 구름에 수증기가 많다는 단서나 흔적을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고 금성의 표면이 건조한 사막으로서 규산염 성분의 미세한 고체 티끌들만이 낮게 떠다닐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었다. 이후의 연구를 통해서 금성 대기에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있음이 밝혀졌다.
금성의 실제 상황을 알려 준 최초의 단서는 전파 망원경을 통한 전파 대역에서 얻어졌다. 자연 그대로의 물체들도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전파 신호를 방출한다고 한다(그중 한 가지는 고온의 물체도 전파를 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1956년 초 금성의 표면이 놀랍도록 뜨겁다고 추측할 수 있게 되었고, 실제로 (구)소련이 수행한 '베네라(Venera) 우주선 계획'이 이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
이러한 관측들로 확인된 사실은 금성은 지구 시간으로 243일 만에 한 번씩 자전하고 자전의 방향이 다른 태양계 행성들과 반대라는 것이다(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진다!!).
금성 표면의 온도는 대략 섭씨 480도의 고온이고 표면의 대기압은 90기압에 육박한다고 한다(지구에서 해수면 1km까지 내려가야 느끼는 압력). 또한 금성의 대기는 96퍼센트가 이산화탄소이고 금성의 구름들은 완전히 농축된 황산의 용액이라고 한다.
칼 세이건은 “금성 표면의 고온 상태가 온실 효과에서 야기됐다는 설명이 최근에 논리적으로 충분한 설득력을 얻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즉 태양의 가시광선 대역의 빛으로 데워진 표면은 복사열을 우주로 내보내려고 하지만 금성의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분자들이 이를 차단하여 표면온도는 점점 상승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약 5,500년 전에 만들어진 스핑크스의 코가 수천 년 동안 사막의 모래 바람과 간헐적으로 내린 비로 닳아 문드러졌는데, 뉴욕 센트럴 파크에 옮겨진지 100여 년밖에 안 되는 오벨리스크(기원전 1,450년 건립)가 대도시의 스모그와 산업공해, 즉 금성 대기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비슷한 화학 침식의 작용으로 말미암아 그 문양들이 거의 알아볼 수 없게 마모되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지구 환경의 변화
태양계의 모든 곳에서 자연의 대재앙에 따른 파괴의 흔적들을 역력히 알아볼 수 있다. 목성의 위성 이오에는 황산 용액이 흘러서 만들어진 넓은 수로와 같은 것들이 있다. 지구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기상 현상들이 금성과 목성에서도 발견된다.
지구와 화성에서는 모래 폭풍이 불고, 번개는 목성, 금성, 지구 모두에서 요란하게 친다. 지구와 이오에서는 화산 분출물들이 대기권으로 유입된다. 내부에서 진행되는 지질학적 과정들은 지구뿐 아니라 금성, 화성, 가니메데와 유로파의 표면을 서서히 변화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이 시간에 따라 늘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칼 세이건은 “지구의 경우 또 다른 요인으로 풍경과 기후가 바뀌는데 그것은 지적 생물의 활동이다. 금성처럼 지구에도 온실 효과가 작용하는데 향후 화석 연료로 인해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함량이 점차 증가해서 평균 기온이 급격히 치솟을 가능성이 있고, 반면 초원과 밀림의 파괴 등 토지의 사용 양식이 변함에 따라 지구의 표면 온도가 낮아질 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물론 지구의 환경이 지옥과 같은 금성의 현실이나 빙하기에 놓여 있는 화성의 현재 상황으로 근접할 위험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뿐이지만 우리는 지구 기후의 장기 변화에 대해서 참으로 무지하면서도 이를 망각한 채 대기를 오염시키고 숲을 제고함으로써 지표면의 반사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마무리 하고 있다.
“수백만 년 전 인류가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지구상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을 때는 지구가 젊음의 격변기와 형성 초기의 격렬함에서부터 46억 년이나 되는 세월을 이미 보내고 중년기의 안정을 찾은 뒤였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 인류의 활동이 지구에 아주 새롭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 우리의 자녀와 손자손녀를 위한 걱정과 함께, 미묘하고 복잡하게 작용하는 생명 유지의 전 지구적 메커니즘을 올바로 이해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좀 더 긴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인가? 알고 보니 지구는 참으로 작고 참으로 연약한 세계이다. 지구는 좀 더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존재인 것이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자연현상들]
01, 02 플로리다와 멕시코만 상공의 허리케인
03 눈으로 덮인 로키 산맥
04 화산 활동이 만든 하와의 군도의 모습
05 남스와질란드의 단층 지구대
06 나일 강의 삼각주
07 세인트로렌스 해로에 떠다니는 빙하
08 빙하 사이의 강들 알래스카의 브룩스 산맥 지역
09 아마존의 지류들
10 모래 바람이 만든 지형 아라비아 반도 남부의 사구
11 중국 주장 강의 삼각주
12 베네수엘라의 카리브해 연안
<5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