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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강성 Mar 23. 2024

이기적 유전자 (최종)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지음

Chapter 13 유전자의 긴 팔
(The long reach of the gene)


유전자냐 개체냐


도킨스는, 우리가 가장 근본적인 생명의 매개체가 몸인지, 아니면 유전자인지에 대해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한다.


생물 개체는 그 몸속에 있는 모든 유전자를 미래의 세대에 최대한 성공적으로 전하려고 노력하는 하나의 훌륭한 매개체이다.


그 반면, 생명체에 대하여 유전자의 관점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생명체가 자신의 수명 말고 자신과 그 혈연자의 번식 성공도에 ‘마음을 쓸’ 이유가 별달리 없을 것이라고 한다.


도킨스는 이 두 가지 관점의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을 썼고, 이 책은 "일생동안 학자로서 성취했던 그 어떤 것보다 자랑거리이자 기쁨거리"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어떤 관점을 취하더라도 자연 선택이 직접 유전자에 작용하는 일은 없다. DNA는 단백질의 고치 안에 들어 있고 막으로 싸여 바깥세상으로부터 보호되기 때문에 자연 선택에게 드러나지 않는다.


유전자 간의 중요한 차이는 그 영향으로서만 드러난다. 이것은 보통 배포 발생 과정에 대한 영향, 즉 신체의 형성과 행동에 대한 영향을 뜻한다.


성공적인 유전자란 하나의 배 내의 모든 다른 유전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환경에서 그 배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유전자다.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성공적인 성체, 즉 잘 번식하여 같은 유전자를 미래 세대에 전해 줄 수 있는 성체가 되도록 배를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표현형(phenotype)이라는 용어는 하나의 유전자가 신체로 발현되는 것, 즉 배 발생 과정을 통해 유전자가 그 대립 유전자에 비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말할 때 쓰인다.


특정 유전자 몇 개의 표현형은, 예를 들면 녹색의 눈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유전자는, 예를 들어 녹색의 눈과 고불거리는 머리카락처럼 둘 이상의 표현형에 영향을 미친다.


자연 선택이 어떤 유전자를 선호하는 것은 유전자 그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그 결과, 즉 그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배신하는 유전자


만일 한 유전자가 그 자신에게는 좋지만 몸속 나머지 유전자에게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예로 ‘감수 분열 구동(meiotic drive)’ 같은 흥미로운 현상을 들 수 있다.


돌연변이 유전자가 자신이 대립 유전자보다 더 빈번하게 난자에 들어가도록 감수 분열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분리 왜곡 유전자(segregation distorter)’라고 한다.


돌연변이에 의해 분리 왜곡 유전자가 생기면 이들은 집단 내에 거침없이 퍼져 나가며 그 대립 유전자는 사라지게 되는데 이것이 감수 분열 구동이다. 신체와 체내 모든 다른 유전자의 번영에 미치는 효과가 비참할지라도 감수 분열 구동은 일어날 것이다.


t 유전자


분리 왜곡 유전자들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생쥐의 t유전자다. 이 유전자가 생쥐의 몸에 2개가 있으면 어려서 죽거나 불임이 된다. 하나만 있을 때는 생쥐는 건강하다. 그런데 t유전자가 하나만 있는 생쥐의 정자를 조사하면 95%가 t유전자를 가지고 5%만이 대립 유전자를 가진다.


원래는 각각 50%여야 하는데 t유전자가 분리 왜곡을 하여 자신의 수를 늘린 것이다. 이렇게 하여 t 유전자는 즉시 들불처럼 퍼져 나가고 머지않아 개체군 내 대다수의 개체는 t유전자를 부모로부터 두 배로 물려받게 된다.


결국 그 지역 개체군 전체가 절멸을 면치 못하게 된다. 과거에 야생 생쥐 개체군이 t유전자의 유행으로 인해 절멸한 적이 있었다는 증거도 존재한다고 한다.


모든 분리 왜곡 유전자는 항상은 아니지만(새로운 돌연변이는 보통 유리한 효과가 불리한 효과를 능가할 때에만 퍼진다) 대부분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단, 분리 왜곡 유전자는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고 한다.


생물 개체와 확장된 표현형


생물 개체는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이 그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존재다. 그 이유는 생물 개체의 각 부분이 아주 일체화되고 통합되어 서로 긴밀히 협조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일부 생물학자는 마치 DNA는 생물 개체가 번식을 위해 쓰는 도구라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우리는 생물 개체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낡은 태도를 우리의 생각에서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생각을 정화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도구는 내가 ‘확장된 표현형’이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하나의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은 보통 그 유전자가 들어앉아 있는 몸에 미치는 모든 영향으로 드러난다. 이것이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종래의 정의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어떤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을 ‘그것이 전 세계에 미치는 모든 효과’로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즉, 표현형이 생물 개체의 바깥까지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날도래의 건축물


날도래(Caddisfly) 애벌레는 자신이 만들어낸 접착 물질로 돌이나 나뭇가지 등을 이어 튜브 모양의 멋진 집을 짓는다. 날도래의 집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해 온 하나의 적응이다.


날도래의 경우 집 모양을 '담당하는' 유전자, 돌의 모양, 크기, 견고함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프랑스 아티스트, Hubert Duprat 날도래(Caddisfly) 애벌레의 주얼리 디자인]

유전자가 정말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단백질 합성뿐이며 신경계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이나 눈 색깔, 콩의 주름에 미치는 영향도 항상 간접적이다.


간접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돌의 견고함이나 집의 모양은 날도래 유전자가 확장된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이다.


달팽이의 껍데기


흡충(편충류)이 기생하는 달팽이의 껍데기는 특별히 두꺼운 껍데기를 가지고 있다. 두꺼운 껍데기는 달팽이(개체)를 더 잘 보호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전자의 입장에서 따져보면 자기 사본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껍데기 제작에 빼앗기는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흡충이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반면 흡충에게는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일까? 기생하는 흡충은 숙주의 생존이 길수록 번식의 시간을 보다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도킨스는 달팽이의 수명이 늘어나려면 번식 성공도가 어느 정도 줄어드는 대가(비용)를 치러야 하므로, 흡충의 유전자는 달팽이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행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달팽이의 번식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달팽이의 유전자는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 전혀 행복하지 않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그들의 미래는 자신의 번식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흡충의 유전자가 달팽이의 껍데기를 분비하는 세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흡충 유전자의 영향은 자기에게는 이익을 주지만 달팽이의 유전자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다. 이 이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검증 가능한 이론이다.


유약 호르몬과 거세된 게


달팽이와 흡충처럼 숙주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기생생물의 예는 많다. 쌀도둑 거저리 애벌레에 기생하는 원생동물인 노세마(Nosema)는 숙주의 유약 호르몬과 매우 유사한 화합물을 합성하여 애벌레가 성충이 되는 것을 억제하여 자신의 은신처로 삼는다.


곤충 애벌레가 성충이 되지 못한 채 몸집만 커지는 것은 원생돌물 유전자가 확장된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의 하나다.


게에는 사쿨리나(Sacculina)라고 하는 동물이 기생한다. 식물 같은 모습을 가진 사쿨리나는 숙주의 몸에 뿌리를 박고 영양분을 빨아먹는데 특이하게도 번식을 위한 기관인 정소와 난소에 제일 먼저 침투한다.

[사쿨리나가 기생하여 실질적으로 거세된 게 출처 구글 이미지]

반면 게의 생존에 필요한 기관에는 거의 해를 끼치지 않는다. 게는 이 기생동물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거세되는 것과 다름없으며, 번식에 쓸 에너지와 자원을 생장에만 사용함으로써 사쿨리나의 훌륭한 먹이가 된다.


흡충과 노세마, 사쿨리나의 세 가지 예에서 숙주의 변화는 기생자에게 이익이 되는 '적응'이다. 다시 말해 숙주의 변화는 기생자 유전자가 확장된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인 것이다.


숙주와 기생자


기생 유전자가 숙주의 번식에 의존하여 자손을 만드는 경우에는 숙주에 '협력'하여 종국에는 숙주의 몸으로 합체된다(인간의 세포, 암브로시아 나무좀과 박테리아, 히드라와 조류).


도킨스는 앞에서 우리 몸의 세포도 합체라는 진화의 과정을 거쳤을지도 모른다고 시사한 바 있다. 암브로시아 나무좀에 기생하는 박테리아는 숙주의 몸에 살 뿐 아니라 새로운 숙주로 이동하는 수단으로 숙주의 알을 이용한다. 암브로시아 나무좀은 알이 수컷에 의해 수정되면 암컷이 되고, 미수정란은 수컷이 된다.


미수정란이 수정되려면 정자가 필요한데, 이때 박테리아가 정자의 역할을 한다. 숙주의 생존과 그 알의 증식에 운명을 걸어야 하는 박테리아가 미수정란에 '침투'하여 수컷 나무좀으로 발생시키는 것이다.


박테리아는 바로 숙주의 알 속에서 숙주 자신의 유전자와 함께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결국 그들 자신의 몸은 사라지고 '숙주'의 몸에 완전히 합체될 것이라고 한다.


히드라와 조류


이러한 예는 히드라와 조류의 관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히드라 중 불가리스와 아테뉴아타에서 조류는 진짜 기생자이며 히드라를 병들게 한다.

[좌: 히드라 불가리스 우: 클로로히드라 비리디시미라 출처 위키백과]

반면 클로로히드라 비리디시마라는 히드라 종에서는 조직에 조류가 늘 존재하며, 조류는 히드라에게 산소를 공급한다. 대신 조류는 히드라의 알을 통해 자기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


클로로히드라의 유전자와 조류의 유전자, 그리고 암브로시아 나무좀의 유전자와 박테리아의 유전자는 숙주의 알을 통해서만 미래에 이를 수 있다. 이 논의를 정상적인 우리 자신의 유전자에 적용한다면, 우리의 유전자들이 서로 협력하는 이유는 미래로의 출구-알이나 정자-를 공유하기 때문이라는 추론에 도달할 수 있다.


만일 정자 또는 난자라고 하는 종전의 경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자신으로 퍼트리는 방법으로 발견한다면 유전자는 넓은 방식에 비협조적이 될 것이다


반란 유전자 절편


염색체에 편입되지 않고 세포 속에서 자유로이 떠다니는 DNA 절편(비로이드, 플라스미스)이 있다. 이들은 염색체로부터 끊겨 나와 세포 내를 자유로이 떠다니며 증식하고, 복사본을 많이 만들고 나서 다른 염색체에 끼어들어간다.

[플라스미스를 활용한 유전자재조합 출처 구글 이미지]

유전자가 표현형에 가까이 있었던 앞의 두 예와는 달리 먼 거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로 비버 댐, 뻐꾸기 새끼의 양부모 조종(탁란), 꼬마개미의 일종인 모노모리움 산치 등을 그 예로 든다.


비버의 댐


비버의 댐 건설은 비버의 이빨이나 꼬리 못지않은 하나의 표현형이며, 자연선택의 영향에 의해 진화해 왔다. 유전자의 영향력은 몇백 미터나 뻗어 호수 하나를 가로지르는 경이로운 것이다.

[비버의 댐 출처 구글 이미지]

뻐꾸기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


한편 뻐꾸기 새끼는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다른 새의 어미로부터 보호와 먹이를 제공받는데 저자는 뻐꾸기의 벌린 입이 양부모에게 일종의 마약 같은 신경계 초자극이라고 가정한다. 다시 말해 뻐꾸기 새끼에게 조종당하는 것이다.

[뱁새 어미(좌)에게 먹이를 받아 먹는 뻐꾸기 새끼(우) 출처 동아사이언스]

개미 ‘뻐꾸기’


새 ‘뻐꾸기’는 알을 낳고 사라진다. 어떤 개미 ‘뻐꾸기‘의 암놈은 자신의 존재를 더 극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서는 ‘Bothriomyrmex regicidus’와 ‘B. decapitans’라는 두 종의 개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두 종의 개미의 여왕은 자신과 경쟁하게 되는 새끼를 낳는 성향을 가진 일개미의 여왕의 등에 올라타 머리를 자른다, 그 후 고아가 된 일개미들은 이 살해범을 떠받들며 하등의 의심도 없이 살해범의 알과 애벌레를 돌본다. 이들은 자라서 일개미가 되고 서서히 원래의 종을 대체한다.


윌슨의 ‘곤충의 사회(The Insect Society)’에서 소개한 ’모노모리움 산치(Monomorium santschii)’의 경우 기생자 여왕은 다른 개미 무리에 침입하여 일개미들이 자신의 여왕개미를 살해하도록 사주한 후 그들의 보살필을 받는다(아마도 여왕은 화학물질을 사용할 것이다).

[모노모리움 산치 출처 Antwiki]

확장된 표현형의 중심 정리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자연에는 같은 종 또는 다른 종의 다른 개체를 좀 더 적당히 조종하는 동식물이 많이 있다. 조종하는 유전자가 자연선택되는 모든 경우에서 유전자가 조종당하는 생물체의 몸(확장된 표현형)에 영향을 미친다.


그 조종의 표적은 같은 몸일 수도 있고, 다른 몸일 수도 있다. 자연선택은 자신이 잘 증식할 수 있도록 세상을 조종하는 유전자를 선호한다. 이로부터 저자는 '확장된 표현형의 중심 정리'라고 하는 것을 이끌어 낸다.


즉 동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그 행동을 하는 동물의 몸 내부에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 정리는 '동물의 행동' 뿐 아니라 색깔, 크기, 형상 등 어떤 것에나 적용될 수 있다.


유전자냐 개체냐


유전자와 개체는 다윈주의의 중심 역할을 노리는 경쟁자가 아니다. 둘은 서로 다르고 보완적이며, 많은 점에서 동등하게 중요한 역할, 즉 자기 복제자라는 역할과 운반자라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떤 것이 제대로 된 유전자의 운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운반자 내부의 모든 유전자들이 미래로 전해질 수 있는 공평한 이탈 경로가 있어야 한다.


유전자는 왜 집단을 형성했는가?


도킨스는 이 문제를 세 단계로 나누어 고찰한다


첫 번째 질문은, “유전자들은 왜 세포 속에 모이게 되었는가?”이다. DNA 분자는 단백질을 만들고 단백질은 효소로서 특정 화학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한다. 살아 있는 세포 내에서 보통 특정 효소 혼자로는 원료가 되는 화학 물질을 쓸모 있는 최종 산물을 합성할 수 없고, 5장 조정선수의 비유에서처럼, 여러 효소들의 완전한 세트가 필요하다.


각 효소는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각 유전자는 별개의 이기적 유전자로서 선택되는데, 다른 유전자들이 모여 만든 딱 알맞은 세트가 존재해야만 번영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유전자 간의 협력은 세포 내에서 계속된다.


세포벽은 아마도 유용한 화학 물질을 모아서 온전하게 유지하며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서 생겨 났을 것이다. 세포 속의 화학반응은 대개 실제로는 내부의 막상 구조물 속에서 진행된다. 막은 컨베이어 벨트와 시험관대처럼 작용한다.


세포의 무리


두 번째 질문은, “왜 세포는 무리를 이루는가, 왜 덜거덕거리며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어 내게 되었는가?”이다.


도킨스는 세포가 무리 짓는 것의 이점을 효율적인 분업으로 설명한다. 무리 내의 세포는 특수화되어 각각의 임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소화담당, 신경담당, 적 감지 등 특수화된 세포는 다른 세포들을 위해 봉사하기도 하고 다른 세포들이 효율적으로 일함에 따라 이익도 얻는다.


여기서 세포들이 클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세포는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 세포 유전자들은 번식에 특수화된 소수의 세포, 즉 불멸인 생식계열의 세포 내에 있는 자신의 사본에 직접적으로 이익을 주는 셈이다.


병목형 생활사


도킨스의 세 번째 의문은 “생물체의 몸은 왜 병목형 생활사를 갖게 되었는가?”이다.


병목의 의미에 대해 도킨스는, 코끼리 한 마리의 몸에 얼마나 많은 세포가 있는가에 상관없이 코끼리 한 마리는 단일 세포인 수정란에서 시작했는데, 이 수정란이 좁은 병목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배 발생 과정을 통해 몇조 개의 세포로 불어나서 한 마리의 코끼리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많은 세포, 얼마나 많은 특수한 유형의 세포가 성인 코끼리를 운영하는 상상할 수없을 정도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협조하든지 간에, 이들 모든 세포의 노력은 오직 하나의 세포(정자나 난자)의 생산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한 것이다.


코끼리는 단일 세포, 즉 수정란이 그 시작일 뿐만 아니라, 그 목표 또는 최종 산물도 다음 세대의 수정란이라는 단일 세포들의 생산이다. 크고 육중한 코끼리의 생활사는 병목으로 시작해 병목으로 끝난다. 이 병목은 모든 다세포 동물과 거의 모든 식물의 생활사의 특징이다.


진화와 배 발생의 관계


도킨스는 ‘병목말(bottle-wrack)’과 ’가지말(splurge-weed)’이라는 가상의 두 해초를 상상해서 병목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가지말의 번식 방법은 단지 조각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즉 생장(growth)만 하며 ‘세대’가 구분된다든지 개별적인 ’생물체‘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병목말의 경우는 세대마다 단일 세포라는 병목을 통과하면서 번식한다. 즉 생장과 생식(reproduction)이 뚜렷하게 구별된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도킨스는 그 답을 세 가지로 나눈다. 처음 둘은 진화와 배 발생 간의 관계에 관련이 있다.


첫째, 세대를 거쳐 단순한 기관에서 복잡한 기관으로의 진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그들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 출발을 하게 된다. 마치 프로펠러 엔진을 ‘두들겨’ 제트엔진으로 바꿀 수 없고 프로펠러 엔진을 폐기하고 제도판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한다(도킨스는 여기에 ‘제도판으로의 회귀(back to the drawing board)’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둘째, 생활사의 병목화는 ’달력‘처럼 정형화된 생장 주기(유아-아동-성인)를 만듦으로써 발생을 계획하거나 순서를 매기는 등 발생과정을 조절한다. 특정 유전자의 스위치는 특정 시기에 켜지거나 꺼질 수 있다(도킨스는 여기에 ‘주기의 규칙성(orderly timing-cycle)’이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셋째, 유전적 특성이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예로 들어보자. 자연선택에서 돌연변이 유전자는 유전적 동질성을 화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상기하자. 병목형 생활 개체에서 부모의 돌연변이 유전자는 자손의 모든 세포 속에도 균일하게 포함되어 있다.


새롭게 등장한 돌연변이를 제외한 모든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들은 서로 협력하여 전체를 위한 기관이나 책력의 진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도킨스는 여기에 ‘세포의 동일성(cellular uniformity)’이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불멸의 자기 복제자


도킨스는 마지막으로 이기적 유전자/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생명관의 전체에 대한 요약을 하고 있다. 그는 이것이 우주의 어느 장소에 있는 생물에게도 적용되는 생명관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자 가장 근본적인 단위는 자기 복제자다. 우주에서 자신의 사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자기 복제자다.


자기 복제자가 일단 존재하면 그것은 자신의 복사본을 한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변이체는 새로운 묘법을 획득하여 자기의 조상이나 다른 변이체들보다 자기 복제의 효율이 훨씬 좋다. 그리하여 개체군 내에서 많아지는 것은 그들의 자손이다.


이제 좋은 자기 복제자가 되기 위한 더욱 정교한 방법들이 하나둘씩 발견된다. 그 결과는 매우 간접적일 수도 있다. 그리고 피드백을 통해 최종적으로 자기 복제자의 복제 성공률에 영향을 준다. 어떤 자기 복제자가 이 세상에서 성공할지 말지는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즉 선재(先在) 조건에 달려 있다.


지구상의 생물이 진화하는 과정 중 어느 시점에선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자기 복제자가 모여 개체적 운반자 - 세포, 그리고 이후에는 다세포 생물체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고, 병목형 생활사를 가진 운반자가 번성하게 되면서 이들은 보다 더 개별적으로 구분이 가능하게 되어 운반자다워졌다.


유전자의 긴 팔에는 뚜렷한 경계가 없다. 세상 전체가, 멀거나 가까운 표현형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을 잇는 인과의 화살로 가득 차 있는 셈이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지만 이들 인과의 화살이 뭉쳐지게 되었다.


자기 복제자는 더 이상 바닷속에 제멋대로 흩어져 있지 않다. 이들은 거대한 군체, 즉 개체의 몸속에 포장되어 있으나 이 지구에서 우리에게 이다지도 낯익은 개체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우주의 어느 장소든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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