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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Jan 29. 2019

창업자들을 위한 경고

WARNING #6

이 글은 지난 1년여간 이곳에서 만나고 관찰하게 된 여러 스타트 업의 관찰기이자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주는 작은 경고장인 동시에 코워킹 스페이스 뷰랩의 첫 해 보고서이다. 


(이전 글(창업자들을 위한 경고 WARNING #5)에 이어)


15. 아이디어를 가졌다는 사실이 그 사람을 반드시 스타트 업의 리더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아이디어 홀더가 팀의 리더, 즉 대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엄격히 말해 대표라는 것은 대내외적인 호칭(김 씨 아저씨, 이 씨 삼촌 같은)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 훨씬 정확한 이해일 것이다.

게다가 인원이 얼마 안 되는 타트 업에서 대표라는 직함은 팀원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하고

훨씬 더 늦게 퇴근하라는 심리적 압박의 다른 이름이라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팀원 중 어떤 사람을 대표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대표는 적어도 다른 팀원들보다 더 큰 꿈을 가지는 사람이어야 하겠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즐기고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진 동종업계의 동향을 살피는 것에

익숙해야 한다. 터프한 스케줄을 감내할 수 있는 체력이 좋은 사람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러니 대부분의 경우, 프로젝트 진행의 큰 물줄기를 조정하는 턴-키(TURN KEY)

시아가 넓고 체력이 좋은(?) 대표가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 스타트 업의 대표나 하다못해 팀원마저 프로젝트 진행의 턴키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망한) 우리네의 창업이 딱 그랬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이곳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데 까지야 별 문제가 없었다.

팀 내부에 믿을만한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함께 했기에 다른 창업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웹 사이트 빌딩 등의 IT 이슈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기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이들을 소개받은 자리에서 도대체 이런 인재(?)들을

무슨 수로 같은 배에 태운 것일까 새삼 리더의 섭외력에 감탄했었던 기억이 있다.

비록 우리들의 창업은 망했지만 여전히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고

언젠가 다시 함께할 그때에 또다시 그들의 손을 잡고 싶다.)

하지만 이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니즈가 있을만 한 시장은 매우 폐쇄적이었고 그 구성원들과 그들의 일 처리방식 역시 매우 제한적인

정보만을 취합할 수 있었기에 그 바닥(?) 습성과 구성원들의 기조를

알고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했는데, 이 전문가가 팀 밖에서 일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심지어 그가 풀타임 근무자가 아니었던 것은 어찌 보면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운 게 아닌가 싶다.


16.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들의 방식으로 일을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의 방식으로 일하기를 고집한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그간의 성공으로 이미 단단히 경직된 그들의 방식을 고수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방식을 믿어달라, 간섭하지 말아 달라 부탁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혼자 일할 때는 문제가 안되던 그들의 일 처리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팀 프로젝트에서는 종종 문제를 야기하더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풀타임) 팀원들은 비슷한 시간에 출퇴근을 한다.

개인 사정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대부분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것 역시 보통이다.

그러니 라이프 사이클이 비슷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이런 비슷한 사이클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전문가라는 소수의 외부인이 함께할 때,

그(들)의 합류 시간이나 일하는 방식 등이 대다수의 팀원들과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팀원들은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쉽게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들의 작업 결과물 역시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전문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결과물을 제시하지만 팀원들은 이것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보통의 스타트 업의 쪼들리는 재정상황에 외부로 아웃소싱을 결의하는 것은

이미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봉급을 지급한 외부 전문가가 자신들의 생각과 기대와는 달리 피동적이고

소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게다가 그들이 건넨 결과물이 기대 이하라 판단될 때

이것이 주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차오르는 분노는

개개인의 인성과는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폭발되어 나오는 법이다.

특히나 대표의 경우, 자신이 프로젝트의 턴키를 소유하지 못하고 외부인에게 진행의 방향과 속도를

좌지우지할 환경을 만든 것부터가 엄청난 스트레스인데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팀원들의 볼멘소리는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 붓는 격이겠다.

자금을 집행해 고용한 외부 전문가의 협업 의지나 작업 결과물이 기대 이하라고 판단되는 순간,

팀 전체 분위기는 급속도로 안 좋아지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하루 하루가 힘들어진다.

문제는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대비하여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플랜 B가 대부분의 스타트 업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데에 있다. 성공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힘들게 내린 결정이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이런 최악의 상황을 애당초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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