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사]를 읽으시려는 분께

출판사의 말도 조금은 믿어보자

by 박학대식

독서가 취미가 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그건 타고나야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꽤나 늦은 나이에 시작한 어느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나와의 약속으로

지난 십여 년을 매월 한 권씩의 책을 읽고자 노력하고 있고 다행히 현재까지는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물론 한 달에 한 권 깔끔히 딱 떨어지게 읽는다는 건 아니고. 총량을 맞췄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박경리 소설가의 [토지]를 몇달에 걸쳐 읽었다면 한 달을 넘어 일 년간의 독서량은 다 채웠으니(?)

당당히 그 후 다음 몇 달간은 독서를 멀리했다는.. 뭐 그런 얘기다.


자고로 취미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기쁘게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일 텐데.

아마도 내게는 그런 건 주어지지 않았지 싶다. 독서는 내게 영원히 "취미"가 아닌 "약속"이겠지


어찌 됐건 그렇게 십 년을 넘게 나와의 약속을 지킴을 나름 뿌듯해하며 지내다가

얼마 전, 무려 한 달간의 기다림 끝에 대출받은 이 책은 현재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가장 존경하는

멘토 중 하나인 스타작가 유시민의 최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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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1막을 지나 새로운 인생의 2막을 가장 성공적으로 살고 계시는 분들 중

하나라고 단언함에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분야의 최고는 단연코 전 농구선수 서장훈이다. 이는 누구도 아니라고 못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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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오늘 날짜 알라딘 차트에도 당당히 11위를 차지하고 종합 1위를 지난 10주간 수성한 이 책에

큰 기대를 갖는 건 나뿐이 아닌 대부분의 독자들이었으리라.




한 권의 책을 쓰고자 자료를 준비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출판하는 일은 대단히 힘들고 고된 작업이 아닐까.

그렇기에 독자들은 자기 대신 그 힘들고 고된 일을 해준 작가들의 책을 기꺼이 구매함으로

수고했다고, 나의 간접경험과 지적만족을 위해 해준 일에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책 속에 진리가 있고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을 대신 경험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배워왔고

그렇게 믿었기에, 또 시간이 지나 보니 어느 정도 그런 것 같았기에, 독서를 취미로 가지고자 했고

이러한 사고의 결과로 서점에 들러 기꺼이 돈을 주고 책을 구매하고 읽은 후 에는

내 방 책장 한 구석에 고이 모신다는 얘기다.

(물론 이번의 경우 도서관에서 빌린 책 이기에 얘기는 조금 다르겠지만.)


나는 여기 개인적인 독후감을 남기지는 않겠다.

나의 후기는 오직 내게만 국한될 뿐 누구에게나 적용가능한 진리가 아니기에

아울러 다른 이의 독서를 방해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으며, 그들의 읽는 즐거움을 빼앗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시민 이란 이름을 보고 덜컥 이 책을 기대한 이들(나 같은...)이 있다면

"책을 구매하기 전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소개를 먼저 읽어보고 구매 여부를 판단해 보자"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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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출판물의 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출판사가 제공한 콘텐츠 이기에 어느 정도의 필터링을 동반해


문장을 이해하는 작은 노력은 해야겠지만,)


이 책은 책 소개에서 밝힌 바와 같이 논리적인 화법으로 독자를 이해시키고 정리하는 등의,

그간 우리가 유시민 작가에게 기대했던 것들을 제공하지 않는다.

(혹 위의 내용을 기대하는 독자들은 과감히 패스 하자!)


[역사의 역사]라는 제목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첨언하자면,

(물론 중의적인 표현으로 한문으로 라임을 맞춰 쓴 것이라면 나의 지적 수준이 떨어짐을 탓해야겠지)

이 책은 말 그대로 "역사를 기록하는 일의 역사"이다. 영문 제목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


[History of writing history]>>>>>>>>>>>>>>>>[역사의 역사]



이 책은 내용에 소개되는 다른 역사책들을 읽어보고자 고민하는 사람들이나 (ex:총, 균, 쇠, 사피엔스 등)

인류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의 베스트셀러는 무엇인지, 또 역사학 입문자들이 어떤 책을 참고해야 할지

등의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을 가이드하는 입문서 정도로,

"역사학의 역사를 *르포르타주(Reportage) 형식으로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데

책 전체에 걸쳐 유시민 작가의 확실하고 뚜렷한 주관과 믿음 , 깔끔한 결론 등은 찾아볼 수가 없다.


유시민이란 이름 석자가 나의 기대를 충족하지 않았다고,

그렇기에 이 책이 구매의 이유나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책 소개에서 밝힌 바와 같이 "역사여행 가이드" 정도로 이미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여행이라는 건 언제나 설레고 즐겁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과의 조우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크고 행복한 것인지 여행을 통해서는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설레고 꿈꾸는 것이겠지

하지만 설레고 즐거운 여행이라고 아예 준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은 흔치 않다.


새로운 것, 지금과는 다른 것, 내가 모르는 것, 내가 보지 못한 것......


현실에 안주하여 사는 우리들은 여행속에서 이 모든 것들을 기대하지만 그 어느 것도 확신하지 못하기에

행복한 기대 뒷편의 작은 불안감에 못이겨 여행 전에 최소한의 준비를 하고 미리 공부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이것이 "여행 가이드"의 주된 목적이라면 역사 안으로의 진지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역사의 역사]는 나쁘지 않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미안하지만 완전 추천이라고는 말 못 하겠다)







*Reportage:어원은 보고(報告:report)이며 ‘르포’로 줄여 쓰기도 하는데,

어떤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가 아니라 보고자(reporter)가 자신의 식견(識見)

을 배경으로 하여 심층 취재하고, 대상의 사이드 뉴스나 에피소드를 포함시켜 종합적인 기사로 완성하는 데

서 비롯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르포르타주 [reportage]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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