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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뱅크의 성장을 응원하며

by 박학대식

본인의 가족이 경제적으로 힘들었던(물론 지금이라고 여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2000년도 초반, 독일로 유학을 결정했다.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과는 달리 독일은 물가가 안정되었기에 생각보다 적은 비용으로 유학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고 학비는 (설사 외국인일지라도) 국가가 내어주는 일종의 장학금의 형태였기에 이를 결심할 수 있었다. 독일은 학생들에게는 천국과 같았다. 학비는 물론 일정부분의 교통비까지 무료였고 거기에 엄청나게 할인된 가격으로 의료보험을 가입할 수 있었으며 은행과 이동통신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에 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플랜이 존재했기에 더욱 그랬다. 어쨌든 한국에서 돈을 받아 생활하던 그때에 몇 달 걸러 한 번씩 송금을 해주시던 본인의 어머님은 전화를 하셔서는 늘 대화 말미에 "보내주는 돈은 아깝지 않은데 매번 내야만 하는 송금수수료가 너무나 아깝다"라고 수차례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 직접 송금을 집행한 것이 아니기에 정확치는 않지만 매번 적어도 오만원 가까이의 수수료를 내시고 거기에 매우 귀찮은 서류 작업을 요구당했다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고충이기에 간단히 설명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해외로의 송금, 더 정확히 말하면 독일로의 송금에는 필요한 정보가 몇 개 있다. 1. 송금을 받을 [계좌 소유주의 개인정보] 2. [계좌의 고유 정보]인데, 얼핏 보면 이 두 가지가 뭐가 그리 복잡하냐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안다면 게다가 그것을 직접 손으로 쓰는 수고를 거쳐야만 한다면 송금을 위해 이 두 가지 필수항목을 채우는 일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동감하게 될 것이다. 계좌 소유주의 개인정보는 우리나라의 그것처럼 계좌주의 이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름만이 아닌 거주 주소를 함께 요구한다. (독일어로 된 주소를 한 자 한 자 적었을 본인의 어머님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리고 그 주소는 생각보다 길다. 두 번째로 계좌의 상세정보 부분인데 이 부분은 앞의 것보다 조금 더 까다롭다. 모든 은행에는 그들 나름의 고유번호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고유번호 아래로 다시 계좌가 개설된 지점의 고유번호 역시 존재한다. 생각보다 긴 이 코드들은 숫자 또는 알파벳과 숫자가 혼용되어 만들지는데 SWIFT, IBAN, BLZ 등의 각기 다른 약어로 불린다. 그리고 당연히 이 코드들 중 어느 하나라도 틀리면 송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유번호는 대부분의 경우, 10자리가 넘는 긴 숫자여서 한 번에 외워 적는 경우를 제외하면 중간 즈음에 어디까지 썼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나이 40을 갓 넘긴 본인도 얼마 전 이 부분에서 깊은 짜증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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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실제로 창구에서 이 일을 진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진땀 나는 경험이 아닐 수 없겠다. 20년 전 대한민국 은행의 인프라와 지금의 그것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은 조금만 상상해보면 될 일이니 그때가 더 힘들었다고 떼를 쓰지는 않겠다. 어쨌든 2019년 은행에는 인력을 대체하는 수많은 자동화기기들과 폰뱅킹, 인터넷뱅킹 등 창구를 거치지 않고도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니 말이다. 어찌 됐건 수많은 사람들이 본인 앞의 순서들을 기다리고 또 내 차례가 와서도 뒤에는 불과 얼마 전 자신과 같은 처지의 대기자들이 생기게 되는 은행 창구업무의 특성상(이점은 20년이 지나도 변한 게 없다. 참 한결같다.) 무언가 글자를 직접 적어야 하는 과정은 시간을 많이 소요하게 만든다. 그러니 대기표를 뽑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수많은 대기인들의 시선에 뒤통수가 따가워지는 경험이야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얼마 전 지인이 독일로 아주 적은 금액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작은 문제가 생겨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는데 그 내용을 좀 들어보니, 한국과 같은 인터넷 상거래의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독일에서 구입하려는 재화의 대금을 해외송금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기인한 문제였다. (우리나라야 카드로 결제할 수도 휴대전화 요금에 합산 청구하도록 요구할 수도, 그것도 아니면 은행으로 송금을 메신저와 연계해 보낼 수도 있는 편리한 상거래의 시스템이 갖추어진 상황이지만 아마도 독일에는 아직 이런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나 보다.) 결국 다른 방법이 없어 은행에 가서 송금을 하려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었던 것이다. 금액과 맞먹는 송금수수료에 너무 놀라 독일을 경험한 본인에게 (너무 오래되어 이제 경험치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지만) 조언을 구했는데, 사실 뾰족한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아 당황했다. 전화를 끊고 잠시 후 뇌리를 스친 아이디어가 카카오 뱅크였다. 이미 주위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 이미 그 편리함이야 익히 알고 있었고 ,국내 유수의 은행들이야 다른 방법이 없더라도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 뱅크에는 왠지 기가막힌 솔루션을 제시할 것만 같았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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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보고(?) 네이버에 확인해보니 아니나다를까 획기적인 송금 수수료로 해외송금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얻게 되어 주위에 카카오 계좌를 가지고 있는 친구의 휴대전화로 간단히 확인해보니 정말로 그러했다. 5천 원이라는 수수료만 내면 송금이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이 기분 좋은 소식에 문제를 아직 해결못해 짜증내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마치 척척박사의 발현(?) 인양 한껏 잘난 척을 하며 문제를 해결해 주고 그김에 직접 계좌까지 하나 개설하고나니 갑자기 뒷맛이 씁쓸했다. 20년 전 일 년에 몇 차례씩 3년 반에 걸쳐 송금해주시던 어머님의 노고가 생각나고 송금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은행의 배를 채웠을 대략 몇십만 원의 수수료가 아깝고 짜증스러웠다. 적정 수준의 인건비를 넘어선 은행의 폭리에 뒤통수를 맞은 것만 같은 느낌이 이 글을 적는 지금도 가시지 않아 불편한 마음이다.


단지 창구의 직원이 직접 해야 하는 일, 쉽게 말해 이 송금수수료라는 것이 설사 한 사람의 인건비 때문에(그럴리도 없겠지만) 이렇게 높게 측정되었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작금의 시스템은 분명 개선이 되어야 하겠다. 만약 이런 눈먼 돈들, 즉 해외송금 수수료, 금융 이체 수수료 ATM 출금수수료 등등이 실제 은행에게 짭짤한 과외수입 내지는 생각지 못했던 선물이 되는 것이라면 있을 때 즐기시라 말하고 싶다. 카카오 뱅크에서 시작된 전혀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인해 이런 종류들의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내야만 하는) 일부 금융비용 등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되리라 확신한다.


불과 몇 년 전부터 규제가 완화되어 이제는 난립으로 인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신규 법인 설립의 경우, 실제로 통장을 개설하고 그 통장으로 연결되는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심지어 자본금이 일정 크기 이하의 법인에는 통장 자체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이미 안면이 있고 기존의 거래내역이 충분한 사람에게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말이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하고 있기에 주위에 신규법인을 설립하려는 창업자들과 대화가 많은 편인데 그들 대부분이 생각보다 까탈스러운 은행업무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물론 은행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신용이 있는 사람이 다른 일을 진행하고자 할 때 그 신용을 바탕으로 생면부지의 남들과는 조금 다른 유연한 기준을 제시하여 편의를 봐주는 것이 불법은 아니기에, 그리고 그것이 사람 사는 맛(?)이기에 이것이 아주 이상한 것만은 아니었다. 솔직히 본인 역시 이 덕을 보았기에 더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가 돈이 있는 사람에게는 한 없는 편의를 제공하고 그것이 없는 사람에게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면 결국 돈이 세상의 모든 가치에 앞서는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이미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연예인이나 유투버라는 뉴스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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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에서 시작된 근대 은행업이란 고리대금업의 합법화 정도로 그 의미를 한정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고대 이탈리아의 역사에서 메디치 가문은 언제나 다른 귀족의 멸시를 받았다.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었고 막강한 영향력을 이탈리아 반도 내에 떨쳤지만 그들의 힘의 원천은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내는 금융업에 있었기에 그랬다. 그리고 어찌보면 이 은행이라는 비즈니스의 모델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은 듯 하다. 있는 사람의 주머니를 불리는 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없는 사람에게는 조금의 양보도 없이 다 받아낸다. 지식을 가지고 이것저것 혜택을 묻는 사람에게는 온갖 것을 제공하지만 먼저 스스로 제공하는 법은 없다. 법인을 새로 만들고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이체 때마다 나가는 이체수수료가 아까워 은행 창구를 찾아가 상담을 했더니 돌아오는 것은 틀에 박힌 매뉴얼이었다. 평균잔고가 얼마여야 하고 급여를 이체해야 하며.. 등등등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을 배려하는 느낌따위 조금도 받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법인카드 발급 시 도움을 받았던 다른 지점 직원분께 문의하니 며칠 후 방법을 가르쳐준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기뻤지만 한편으로 씁쓸했다. 만약 고객이 은행의 문턱을 넘는 것을 힘든 일이라 여긴다면 은행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은행은 애초에 자신의 돈이 아닌 고객의 돈을 담보로 사업을 하기에 그렇다. 말 그래도 그 무엇보다 고객이 최우선이라는 말이다. 고객이 없다면 은행업의 시작 조차 없었을 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인지, 이런 생각들을 행원들에게 심어주고는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과연 고객의 편의를 우선으로 하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예전부터 해오던 방식을 벗어나는 수고를 당연스럽게 여기도록 교육을 하는 것인지 말이다.


혁신이라는건 무엇일까. 또 전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두가지 단어의 절대적 의미는 상당히 무겁고 단단한 것이 사실이지만, 만약 단지 오랫동안 해오던 행동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권위를 득하고 이 건의로 "왜"라는 의문점의 출현을 합당한 이유 없이 막는다면 과연 전통의 가치는 무엇이며 우리네에게 혁신이란 것이 가능한 일인지 자문해보게 된다.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어느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표어처럼 정말 우리들이 불가능하다고 짐작하는 어느 한 오래된 명제를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며 쉽게 바꿀 수 있는 명제로 생각하는 그런 획기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을 꿈꾸는 것이 헛된 바람이 아니길 소망해 본다. ATM에서의 출금 수수료를 없애고 은행 간에 송금수수료를 없애고 획기적으로 적은 해외송금 수수료를 측정하는, 오직 고객을 위하는 카카오 뱅크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환한 앞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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