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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Jul 31. 2019

패키지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그것

슬픈예감은 늘 틀린 적이 없다

여행이라는 것에 정답은 없다. 누구에게나 그들이 꿈꾸고 바라는 여행이 있으니 말이다. 단지 여행을 꿈꾸는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은 애써 자비를 들여 시간을 투자하기로 결심한 특별한 경험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그들이 현재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겠다. 평소에는 상상할 수 없는 여유로움과 휴식 그리고 설사 실수가 있더라도 자신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통 큰(?) 용서는 여행이 아니면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가족과의 여행, 특히나 미취학 아동들을 데리고 가야 하는 경우는 자유여행이 기본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유여행은 어느 한 사람이 사전에 스케줄을 세우고 자료를 수집하여 모든 식구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공부를 하는 수고가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구성원 중 시간이 조금 더 많고 또 상대적으로 집요한 사람이 도맡아 하게 되는 것 같다. 우울하지만(?) 본인 가족의 경우 이 역할은 전적으로 이 글을 쓰는 본인의 몫이다. 게다가 이 경우 아이의 짐과 이동의 편의를 위해 대부분의 경우 자가로 운전을 하게 되는데 이 운전 역시도 본인의 차지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이겠다. 절대 싫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말이 그렇다는 말이다.


결혼을 하고 내 가족이 생기며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어머님과의 여행을 하지 못했다. 결혼 전에도 남들과 달리 엄청나게 살가운 모자지간은 아니었고 지금도 여전히 아니지만 아들을 잘 이해해주는 배포 큰 어머님을 둔 덕에 큰 트러블 없이 살았고 가끔은 같이 여행을 가기도 했으니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보다는 괜찮은 관계를 맺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건 얼마전부터 딸아이와 와이프를 두고 어머님과 단둘이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주위에 이 사실을 말하며 의견을 물으니 다들 미쳤다고 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그런 짓은 하지 말라 충고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친구들의 충고는 고마웠지만 본인은 이 미션 임파서블을 실행에 옮기고 싶었다. 큰 고심끝에 와이프 분에게 허락을 구했고 존경해 마지않는 그 분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시어 이 임파서블한 미션을 파서블하게 해 주었다. 큰 맘을 먹고 부탁한 본인을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진짜 옆에 있는 게 별 의미가 없는 본인의 가족내에서의 옅은 존재감 때문인지 조금의 고민도 없이 흔쾌히 "다녀오시라" 허락(?) 해준 그 분께 아직까지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 물론 여행이 끝난 지금 대부분의 시간에서는 그 고마움을 잊고 살지만 말이다. 어쩄든 40이 넘은 아들과 70살의 어머니는 그렇게 해외여행을 하게 되었고 여행을 위해 그간 짊어졌던 공부등의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는 아들이 결정한 것은 패키지여행이었다.


패키지여행은 대략 7년 만이었다. 여름의 한가운데였던 2012년 8월 터키로 급작스레 떠나고는 실로 오래간만에 선택한 그것 이었다.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그 당시 터키는 나름 핫한 여행지였고 그때도 어머님과 동행했다. 여행 내내 찌는 듯한 더위에 지치기도 했지만 넓고 넓은 터키 땅을 버스만 타고 있으면 구석구석 관광시켜줬으니 게다가 좋은 가이드와 인솔자를 만나 즐겁게 다녀왔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이번 동유럽과 발칸으로의 여행 역시 몹시 기대가 컸다 하겠다. 오직 그 날짜만 여행이 가능했던 본인의 이유로 인해 비록 어머님은 무려 세 번째 같은 코스로의 여행이었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패키지여행이 그러하듯 가격은 정말 저렴했다. 아마 본인이 직접 여행을 계획했다면 그 가격이라면 겨우 항공권에 렌터카 정도밖에 해결하지 못했을 그런 정도의 가격에 가이드와 기사 그리고 자는 것과 먹는 것까지 해결할 수 있었으니 다른 모든 것을 차처 하더라도 무조건 좋은 선택이었다. 물론 판매처마다 다른 상품 판매가는 약간 의아했지만 말이다. 물론 발품을 더 팔아 싼 가격에 여행을 한 본인이기에 그것에 불만은 없지만 약간은 찜찜한 것이 사실이다. 어쩄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8일간의 여행을 지금 돌이켜 보니 대부분의 것들이 만족스러웠다할 수 있겠다. 일정 내내 떼어낼 수(?) 없었던 인솔자와 거지같은 옵션만 빼면 말이다


아직도 그 날이 생생하다.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쯤 전, 새벽 두 시에 울린 문자 알림에 잠이 깬 그날의 기분 나빴던 경험 말이다. 새벽 두 시에 울린 문자는 소위 전문 인솔자라는 분이 보낸 단체 문자였다. 기본적으로 패키지여행이 처음인 분들을 위한 기본적인 안내사항과 유의사항들을 쭉 적어놓은 모든 고객에게 보내는 그런 상투적인 문자 말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안내를 위해 문자를 보내는 것은 문제가 없다. 오히려 문자가 없으면 큰 문제다. 단지 그 시각이 새벽 두 시였다는 점이 여전히 불쾌하다. 하나하나 따로 사정을 달리해 문자를 보낸 것도 아니고 단체문자를 보내면서 정작 여행을 할 손님들의 시간대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아둔함에 시작하기 전부터 참 답답했다. 다음날 여행사로 항의를 할까하다 "나이가 어린 모양이구나" 정도로 생각하며 그냥 넘겼는데 당일에 만나보니 본인과 별 차이 없는 사십을 바라보는 친구였기에 더더욱 짜증이 났다.


인솔자의 무능함은 독일로의 도착과 동시에 나타났다. 슬픈 예감은 늘 틀린 적이 없는 것이다. 짐을 찾아 공항밖으로 나오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바로 일어났다. 그날의 일정은 오후에 뮌헨 시가지를 살짝 사진찍고(여행이라 불릴만 한 수준이 아니었다) 국경을 넘어 체코와 독일의 국경도시인 헤프까지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짐을 찾아 재촉하여 이동한 곳에 버스가 없는 것은 물론,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은 것 부터 재앙이 시작이었다. 이십여 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자 인원들은 근처를 배회하기 시작했고 인솔자가 무리를 두고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며 전화를 하는데 아마도 버스기사님과 만날 장소에 대해 말하는 듯 보였다. 보통의 사람이었으면 몰랐을텐데 하필이면(?) 이 글을 쓴 본인이 독일에서 살았던 과거가(?) 있는 남자였다. 그래서 우연히 정말 우연히 들은 내용은 [우리가 H16에 있다 빨리 와달라]는 내용이었는데, 살짝 엿듣게 된 이 내용의 진실은 나중에 헤프에 도착해 기사와 얘기를 통해 알게 되니, 이는 엄청난 짜증을 넘어 안쓰러움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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