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학대식 Aug 13. 2019

창업자들을 위한 경고

WARNING #10


이 글은 지난 1년여간 이곳에서 만나고 관찰하게 된 여러 스타트 업의 관찰기이자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주는 작은 경고장인 동시에 코워킹 스페이스 뷰랩의 첫 해 보고서이다. 


(이전 글(창업자들을 위한 경고 WARNING #9)에 이어)


26. 여럿이 모인 집단 안에서 자신의 근무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이 [탄력근무제]라는 매력적인 근무형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집단에 적용할 때 무리가 따른다. 

그리고 솔직히 규모가 큰 집단에서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물론 개인의 부재에도 자신의 일을 백업될 수 있는 환경, 즉 시스템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근무한다면 

일은 돌아가는 것이 정상이다. 아니 돌아가야만 한다. 지극히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물론 누군가가 야근을 해야 할 때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고 들어 봤을 이야기

"니네 회사는 너 밖에 일하는 사람이 없냐"처럼 한 개인의 부재로 시스템 전체가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긴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시스템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자신의 부재도 아닌 출퇴근 시간이 남들과 조금 다르다고 회사의 운영이 안 되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 이겠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는 아무리 이기적인 사람도 "나"라는 개인을 

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나" 보다 후치 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환경에서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며 주야장천 탄력근무제를 떼(?) 쓰는 것 역시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겠으니 이로 인해 회사가 안돌아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겠다.

(물론 이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도 우리 주위에 분명히 있다.) 


27. 우리는 누구나 남이 나와 비슷하기를 원하고 기대한다.

물론 자신이 타인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에 존재의 의미를 두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들조차도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같은 법이다.

그러니 나와 같이 일하는 다른 누군가도 나와 비슷하기를 원하고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겠다

나와 비슷한 업무강도, 비슷한 일처리 속도, 엇비슷한 결과물 등등을 기대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시간에 같이 하기를 바란다.

특히나 관리자의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런 듯하다.  

자신의 의심과 불안의 해소를 위해 쓸데없이 여러 사람들을 불러들여 회의를 일삼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다. 확실한 시스템이 있다는 대기업에서조차 이렇게 내 주위에 사람이 있기를 원한다.

그것이 업무의 진행에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것이 도움이 되든 안되든 말이다.

다른 이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크나큰 목표를 잘게 나누어 각자에게 주어지는

 숙제를 가지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 이상의 인간이 무리를 이룰 때, 우리는 그들과의 관계에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무엇을 느끼고

이것을 통해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처음에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얻고자 노력한다. 

결국 팀워크라는 것은 같이 어울리는 것을 원하고 바라는 연약한 인간이라는 사회적 존재가 만들어낸

성공을 위한 시스템인 것이다.


28. 작은 스타트 업에서 한 명의 부재는 누구나 짐작하듯이 그 빈자리가 한 명 이상의 것으로 느껴진다. 

마치 큰 톱니바퀴가 빠진 듯 슬거운 그런 기분이다.

자신의 주된 업무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가끔은 자신의 것을 넘어선 무엇을 함께 고민하고

함께 노력하고 함께 밤을 지새우는 일이 빈번한 스타트 업의 현실에서 

한 사람의 부재로 팀원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대기업에서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과연 무엇을 위해 이 [탄력근무제]가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스타트 업에서 충분한 고민 없이 섣불리 도입한 시스템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면

단순한 시스템의 배제가 문제 해결의 종착역이 아닐 수 있다. 

아쉽지만 팀 케미스트리 파국을, 종국에는 폐업을 맞이하는 것이 스타트 업의 현실이다. 

물론, 잘 될 수도 있다. 스타트 업에게 탄력근무제의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내지는 장점이 전혀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본인이 직접 격은 바로는 적어도 탄력근무제는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이었다.


29. 본인이 몸담고 있는 우리 팀에서도 얼마 전 같이 일하던 친구 하나를 내보내게 되었다.

그 친구는 현재 본인이 일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2년 전 창업을 한 스타트 업의 대표였는데

1년쯤 전에 자신이 대표로 있던 팀의 구성원들이 자신과 같지 않은 모습이라 실망하며 내보내어  

더 이상 사업의 의지를 잃었을 때 개발자가 필요했던 우리 팀으로 합류했던 경우였다. 

그 친구가 팀원들을 내보내고 종국에는 사업을 접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다른 팀원들의 근태였다.

(물론 그네들의 아이템이 엄청나게 삼박했으면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았을 수도 있겠다)

대표가 원했고 추구했던 회사는 자유로운 출퇴근과 평등한 발언, 결과 중심의 프로세스였는데

당연히 이로 인해 팀원들의 출근 시간은 각기 달랐고 퇴근 시각 역시 들쭉날쭉 이었다.

게다가 가끔은 재택근무라는 엄청난(?) 형태의 근무환경까지 용인하는 정도였으니

한마디로 탄력근무제의 콘셉트의 최고치를 적용한 근무형태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30. 어느 날 본인이 작업을 할 일이 있어 토요일 새벽에 출근을 했는데 곧이어 그 팀의 팀원이 

출근하는 일을 목격했다. 그때 시간이 새벽 5시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그 팀원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같이 들어와서는 조용히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 버려

돌아앉아 일에 집중하던 당시에는 확인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자신의 어머님을 모시고 왔더라. 

아들이 일하는 곳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것은 응당 모든 어머님들의 사랑의 표현 중 하나겠다.

그러니 그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단지 어머님의 동행의 이유가 상기의 것이 아니라면

그 행동에 조금 다른 평가를 하더라도 본인이 배은망덕한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패키지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그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