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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Aug 30. 2019

패키지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그것

슬픈예감은 늘 틀린적이 없다 #2

                                              패키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그것 #1 에 이어


사건의 개요는 이러하다. 독일인 기사님이 ( 억양을 들으니 바에에른 지방 쪽 분이신 듯했다. 같은 독일어도 이쪽 분들 억양이나 발음은 알아듣기가 힘들다.) 영어로 "어디에 있냐"라고 묻고 인솔자가 "H16에 있다"라고 얘기하자 기사분이 "알겠다" 하고 그 장소로 향했으나 [H-16]을 찾지 못했다. 일행을 찾지 못한  기사님이 다시 전화를 걸어 "어디 있냐?" 재차 물었고 가이드는 "H-16이다"라고 같은 대답을 하니 기사님은 혹시나 자신이 실수를 해 만나지 못한 것으로 여기고 같은 곳으로 향했던 것이다. 아마도 이와 같은 대화를 수 차례 나누다 약속시간 한 시간이 훌쩍 지난 늦은 시간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장소로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살펴보면 단순히 약속 장소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한 버스 운전기사의 잘못으로 보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진실은 겉모습과는 상당히 달랐다. 아무런 설명 없이 버스 정류장에서 긴 시간을 기다리던 우리들이 짜증이 난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몇 시간 뒤에 우연히 알게 된 이 사건의 진실은 또 이러하다. 뮌헨 공항은 터미널이 세 개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기사님은 편의를 위해 가이드에게 터미널의 알파벳을 가장 먼저 물었던 것이다. 터미널 1(A-E) 터미널 2(G-H) 터미널 2(K-L)로 조금은 복잡한 형태를 이룬 이유는 아마도 늘어난 이용객으로 인한 추가 증축으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어쨌든 기사는 인솔자가 말한 대로 알파벳 H를 찾아 터미널 2(G-H)의 [H-16]에서 헤맸고 우리는 터미널 2 (K-L)에서 나와 버스 정류소 [H-16]에 있었으니 만날 수가 있겠는가. (H는 BUS HALTSTELLE의 H다. 독일 전역에서 다 이런 식으로 표기하고 있다.) 게다가 같은 터미널2이지만 (G-H)의 출구는 (K-L)의  정 반대편에 위치했으니 우연히라도 만날 수는 없었다. 이 경우 인솔자는 "우리는 TERMAINAL 2의 K-L로 나와서 버스 정류장 16번 에 있어"라고 말했어야 한다. 앞의 사정을 다 생략하고무작정 H16이라 말하니 기사는 다른 터미널[TERMINAL 2(G-H)]에서 승객들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기사님과 영어가 유창하지 못한 인솔자 사이에 이런 동문서답이 오고 갔으니 어찌 보면 한 시간 안에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이 행운이라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안 그래도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정도의 짧은 뮌헨 일정에 버스를 만나느라 한 시간 이상을 지체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길거리에 사람이 하나도 없고 도저히 우산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폭우를 만나니 관광이 안 되겠다 싶었다. 자연히 버스를 돌려 계획된 체코 국경의 첫 번째 숙소로 들어가는 방법밖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뮌헨에서 멀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비는 사그라들고(;;;) 숙소에 도착해 짐을 내리며 십수 년간 사용하지 않았던 독일어로 기사에게 감사인사를 건네니 독일어를 할 줄 안다며 무척이나 반기더라. 자기 나라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나타나니 기사님의 말씀은 끊임이 없었고 결국 공항에서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 것이다. 그저 기사님이 늦어 그렇게 된 것인 양 느껴졌던 인솔자의 설명과는 다른 버전으로 말이다. 


솔직히 오래간만의 독일어라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지만 오늘의 사건이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설명하려는 기사님의 독일어는 그 진심(?) 덕분인지 생각보다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고(절박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동서고금의 만고의 진리가 아닌가 싶다.) 이해가 되지 않던 오늘의 사건들이 아귀가 맞아 들어가니 기존의 의문점들이 풀려 답답했던 가슴 한구석이 조금은 편해지는 것과 동시에 왠지 모를 뭉근한 짜증이 밀려들었다. ( 상대방이 조금이나마 자신의 말을 이해한다면 그들의 언어는 시작과는 달리 매우 빨라진다. 그리고 이런 accelerando 현상은 전 세계인에게 공통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어쨌든 말이 빨라지는 기사님의 푸념을 열심히(?) 경청하며 최대한 "알겠다"라고 "일행들에게 설명 잘하겠다" 달래고 악수하며 헤어졌던 그 날의 기억은 아직까지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여행을 지나온 지금까지 이 사건의 내막은 오직 본인만 알고 있다. 물론 이제부터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로 인솔자가 선물(?)한 짜증은 바로 다음날 프라하에서 벌어졌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대로 패키지여행이란 옵션이라는 여행사의 장난질이 덕지덕지 붙은 불완전한 상품이다. 쉽게 말해 소비자가 여행을 위해 결재한 금액이 최종 결재 가격으로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옵션이라는 장난질로 현지 여행사와 가이드분들 그리고 인솔자들의 주머니가 불려진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겠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패키지 여행객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적정선에서 옵션을 진행하기 위해 사전에 인터넷에서 정보를 취합해 여행의 시작 전에 옵션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고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 보통이다. 옵션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이것을 진행하는 일행들과 별개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인데 프라하에서는 [올드카 탑승]의 옵션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끈한 빨간색 페라리도 아니고 50년된 올드카를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타고 싶은 마음도 없었거니와 프라하에서 그 유명한 굴라시와 필스너를 마시고픈 마음에 이미 맛집 검색을 마친 본인은 어머님과 자연스레 자유시간을 가지고자 결정했으니 인솔자가 본인과 같은 결정을한 (옵션을 진행하지 않는) 다른 손님들을 데리고 트램을 타고 어딘가로 향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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