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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Nov 07. 2019

눈에 띄는 뉴스

손정의 회장의 무리수 #4

눈에 띄는 뉴스-손정의 회장의 무리수 #3 에 이어


지난 2년간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네트워킹 행사를 주관했다. 입주자 분들만이 아닌 그들의 지인들까지 불러 모으는 등의 적극적인 방법으로 서로를 인사시키고 각자가 하는 일을 소개하며 더 큰 협업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입주자 분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심지어 그중 일부는 행사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 것에 불편함을 나타내기까지 했다. 그러니 폐쇄적인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 역시 없었다. 설사 행사 당일에는 인사도 하고 말을 섞다가도 다음날이면 다들 조용히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일을 마치면 귀가하기에 바쁘다. 


심지어 일부는 자신의 모니터를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꺼려 사람들의 이동이 적은 자리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하는 장소이기에 타인이 하는 일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들도 짐작했지만 막상 아무렇지 않은 척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다 토로했다. 그러니 위워크와 같이 속이 훤히 보이는 큐비클에서 업무를 본다는 것은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한 공유사무실의 유연한 계약기간으로 인해 인원들의 구성이 자주 바뀐다는 점 역시 끈끈한 네트워킹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성공한 스타트 업의 대명사로 불리던 위워크의 성장 한계와 내재된 문제점은 어찌 보면 처음부터 분명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걱정하고 충분히 의심할만한 것들이 그간 수면 아래 숨어있다가 이제야 위로 모습을 드러내 [문제점]이라 부각되고 있는 것이기에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지 싶다. 잘 굴러갈 때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성장의 페이스가 꺾이면 하나 둘 튀어나오는 이런 내제적 문제들의 발현은 사실 우리의 삶 어디에서나 관찰될 수 있다. 그렇기에 본인은 이번 위워크 사태가 그다지 신선하지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저 응당 그랬어야 할 것이 이제야 터진 것 정도로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위워크나 우버 그리고 가까이 있는 쿠팡의 슬픈 상황이 "스타트 업 전반이 가짜다"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거품을 걷어내는 시간이 필요할지는 모르겠으나 그 아래에 분명히 "진짜"가 존재한다고 믿기에 그렇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는 계속 출현하고 인간의 니즈는 수시로 변화하기에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 업이 생겨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이들 중 몇 개는 분명 우리의 삶을 완전히 다르게 정의할 무엇인가로 발전할 것이다. 그간은 약간의 불편을 당연스럽게 여겼지만 그것을 편안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개발되었을 때는 그간의 불편의 크기가 순식간에 커지는 것은 일신이 편하기를 갈구하는 인간의, 우리들의 본성이니 말이다. 


결국 스타트 업의 최고의 문제는 누가 뭐래도 [견고함]이다. 신박한 아이디어의 상큼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발주자들에 의해 희석된다. 결국 얼마나 오랫동안 비즈니스가 건강히 견딜 수 있느냐가,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서비스에서 이탈하지 않고 충성하느냐가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겠다. 새로운 것의 출현은 신선하지만 이것이 살아남는 것은 질긴 생명을 가지는 신비와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 생존을 위해 인고의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모든 스타트 업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성공의 조건 이겠다.


대부분의 스타트 업들이 어느 정도의 투자를 받고 처음으로 하는 일은 그럴듯한 사무실을 얻는 일이다. 투자를 받은 금액을 지출하는데 이것보다 확실하고 분명한 집행의 근거가 있을 수 없기에 그렇다. (혹자들은 투자를 받으면 맘대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절대, NEVER 그럴 수 없다.) 그러니 화려한 공유 오피스에 입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싶다. 그간의 힘들었던 과정을 어느 정도 보상하는 측면에서 또 팀의 사기의 진작을 위해서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게다가 후속 투자유치를 위해서도 말쑥한 사무실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창업이라는 것은 슬프게도 실패의 가능성이 성공의 그것보다 훨씬 높다. 그렇기에 이들이 화려한 공유 오피스의 충성스러운 고객이 되어 오랫동안 동반자가 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는 데에는 엄청난 혜안이 필요치 않겠다. 혹시나 운이 좋아 속된 말로 대박이 나는 경우, 이들은 전자와는 다른 이유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떠난다. 이제 더 이상 남들과 힘겹게 얽히는 불편함을 감래 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 화려해 보이는 이 공유 오피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너무나 연약하다. 엄청난 초기 투자 비용과 잦은 구성원의 변경은 비즈니스를 체력을 연약하게 만드는 구조적 결함인 것이다.게다가 이용자의 상황이 좋아지든 나빠지든 서비스의 이탈자가 생기는 구조는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수 없이 생겨나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보며 본인과 우리 팀이 처한 상황을 돌이켜본다. 남들은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한다니 뭔가 대단한 것을 하나보다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이것 자체는 그리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본인과 우리 팀과 같이 일할 장소가 필요한 사람들이 그 나머지 공간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경우가 아니라면, 분명 이 공유 사무실은 매력적이지 않다. 물론, 이런 공유의 공간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일하는 장소를 공유한다는 접근은 오늘도 새롭게 생겨나는 모든 창업자에게 장소의 문제를 해방시켜주는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단지 전 세계 유니콘 순위 상위에 랭크될 정도의 기업평가는 과장된 것이라는 말이다. 과연 손정의 회장의 위워크에 대한 판단이, 또 이번의 추가 투자로 위워크의 최대 지분을 가지게 될 결정이 어떤 방식으로 그 결과를 내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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