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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Oct 17. 2019

눈에 띄는 뉴스

손정의 회장의 무리수 #3

눈에 띄는 뉴스- 손정의 회장의 무리수 #2 에 이어


모든 나라는 그들의 역사와 관계해 그들만의 문화를 가진다.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제국과 나폴레옹의 프랑스, 비록 역사는 짧지만 현대 산업화의 선두에 서서 현재까지도 전 세계의 패권을 쥐고 흔드는 미국 등은 그들의 찬란했던 역사 덕분인지 상대적으로 색채가 짖은 민족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민족과 분명히 구별되는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물론 이 민족성이라는 단어로 그 구성원 전부를 완벽히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흔히, '독일인은 검소하다.' '일본인은 칼 같다.' '이탈리아인은 시끄럽다.' '프랑스인은 낭만적이다.' 같은 일종의 선입관을 가지고 그들과 대화에 임하는 것이 사실이며 은연중 이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 한국인들의 민족성은 과연 어떨까? 특히나 외국인의 시선에서 본 한국인이 아닌 우리들이 느끼는 우리 자신은 과연 어떤 특징을 가진다 정의할 수 있을까? 본인은 현재 스타트업의 일원인 동시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 공간에서 각각의 꿈과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일을 하는 조금은 특별한 공간에 상주하는지라 제법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성공이라는 큰 뜻을 품고 한자리에 모이지만 그들의 일하는 방식은 모두가 다르며 어찌 보면 서로가 공통점을 가지기 어려운 듯 보이지만 시간을 두고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된 행동과 습성이 파악된다. 

이미 한국에만 20여 개의 지점을 운영 중인 위워크는 "스타트업이 꿈꿀 수 있는 최상의 결과를 보였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실로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었다. 투자의 귀재 손정의 회장의 선택을 받아 더 유명해진 이 공유 오피스계의 공룡은 이미 본인이 몇 달 전부터 내용을 전달한 바와 같이 추가 투자에 실패하며, 최근에는 상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닌가를 조심스레 점칠 정도로 급격히 상황이 나빠졌다. 불과 1년 사이 기업가치 평가액은 처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로 절하되었고 유명한 창업자는 CEO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무슨 일이 있어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적어도 투자의 귀재라는 손정의 회장의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손실을 입은 것임은 분명하겠다.


문두에서 논한 바와 같이 어느 나라던 그 나라만의 민족성이 있다. 그리고 공유 오피스 안에서 본인이 관찰한 우리네의 민족성은 누가 뭐래도 [폐쇄성]이라 할 수 있겠다. 한민족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우리들의 생각에 비추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처음 위워크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 시간을 내어 투어를 신청했다. 강남대로 한 복판에 발걸음을 들여놓기에도 서먹할 정도로 으리으리한 빌딩 맨 꼭대기 라운지에서 매니저의 안내를 받으며 [투어]를 하며 가장 놀랐던 부분은 이들의 고가의 가격정책도, 무한으로 제공되는 음료와 간식도 아니었다. 통유리로 닭장처럼 막아놓아 프라이버시라는 것은 전혀 고려치 않는 그들의 사무실 레이 아웃과 그들이 자랑스럽게 말하던 "글로벌 네트워킹"이란 단어가 가장 놀라운 부분이었다.


우리 한국인들은 상대방과 눈을 맞추는 것에 익숙지 않다. 그것이 예의가 어긋나는 행동이라 교육받지는 않았지만 남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다. 이에 반해 서양인들은 늘 눈을 맞춘다. 눈을 맞추고 악수하고 눈을 맞추며 대화한다. 심지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완벽한 타인에게도 "hi" "bye" 정도는 쉽게 건네는 그들이다. 그들의 이런 [greeting]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타인과의 관계를 그렇게 하는 것이 [예의]라 배웠고 그런 문화에서 살아가기에 이런 사회적 제스처에(gesture) 별다른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흔한 주거형태는 아파트다. 서양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이 올라간 마천루에서 우리는 매일을 수많은 타인들과 마주하고 있고 이런 공동 형태가 편하고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는 이웃과 반갑게 인사하지 않는다. 현관문을 공유하고 주차장을 공유하고 단지 내 조경을 같이 즐기지만 어쩌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서로 딴 곳을 보기 바쁘다. 같은 층에 거주하는 이웃의 이름은 커녕 그들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해 가끔은 같은 층에서 내리면서 겸연쩍은 미소로 서로를 배웅하는 일도 허다하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폐쇄적인 것이다. 일하는 공간만이 아닌 삶의 공간에서 조차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사회적 반경을 넓히는 것에 보수적이다.


이런 우리들의 폐쇄적인 사회적 성향에 과연 위워크가 자랑하는 공유 오피스의 장점은 어필이 되는 것일까?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도록 자유롭게 타인과 교류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그들과 내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더 혼자는 감내할 수 없을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놀라운 협업의 마술이 과연 펼쳐질 수 있는 것일까? 게다가 대한민국이라는 이 특수한 환경에서 과연 위워크가 자랑하는 그들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그 장점을 펼쳐낼 수 있는 것일까? 그들이 얘기하는 장점을 위해 기꺼이 비싼 가격을 내고 위워크를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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