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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May 22. 2020

40대에 만나게 된 취미

요가 일기 #4

시작


평소에 조깅과 등산 등의 맨몸 운동을 꽤나 규칙적으로 해왔기에 [운동의 목적]으로 요가를 바라보지는 않았다. 몸을 움직이는 행위보다는 [명상]이라는 것을 경험해보는 것이 요가를 시작하게 된 진짜 목적이었는데 태어나 지금까지 한 번도 정적인 무엇인가를 배워본 적이 없었기에 다소 늦은 나이(?)에 명상을 배우는 것은 그저 운동을 시작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심적 결단을 필요로 했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요가수련의 시작은 꼭 명상수업이고 싶었다. 명상수업이 따로 준비되어있는 대형 요가원으로 등록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요가원에서는 따로 명상 세션이 준비되어 있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명상을 경험하고 싶은 의지만이 가득할 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참여해서 였을까 첫 명상 수업은 무척이나 허둥댔던 것 같다. 흔히들 명상이라 하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고요하게 무엇을 생각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본인 역시 보통의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본인이 처음 경험한 명상수업의 이름은 [바디스캔]이었는데 수업의 시작부터 본인의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형태에 적잖이 놀랬다 고백한다.


햇빛이 어느 정도 차단된 명상 수련실에 들어가니 바닥에 담요가 놓여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블루투스 헤드셋이 같이 준비되어 있었다. 수련실이 약간은 싸늘해 체온을 보호할 요량으로 담요를 두르고 선생님을 기다렸고 안내에 따라 헤드셋을 착용했는데 자리에 누워 수업을 진행하신단다. 두꺼운 고목이 제 자리에 뿌리를 묵직이 내린 모습을 기대하던 본인은 당황했고, 시작부터 당황한 본인은 오래간만에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머릿속에 적채 되어있던 많은 생각과 잘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다음 순서는 무엇 일지를 궁금해하는 자아로 인해 수업 내내 불편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명상수업을 이어나가던 어느 날 정말로 오래간만에 얼굴을 뵌 선생님이 수업을 마치고 조용히 개인적인 느낌을 물으신다. 본인의 대답을 들으시고는(무슨 말을 했는지.... 도저히 기억이 안 난다;;;;) 선생님께서 "처음 뵈었을 때 너무 긴장하신 것 같았는데 이제는 많이 편해진 듯 보인다"며 기뻐하신다. 생각해보니 그분의 수업이 본인에게 첫 명상의 경험이었고 너무나 긴장했던 그날 본인의 모습이 선생님의 뇌리에도 남을 정도였나 보다. 그리고는 "명상은 [doing]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being]에 집중하는 거예요. 무엇을 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에 집중하도록 해보세요."라는 말씀을 남겨주시는데 본인은 그날 이 선생님의 말씀이 명상만이 아닌 요가 전체를 아우르며 동시에 그 정수를 꿰뚫는 메시지가 아닐까 감히 짐작해 본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늘 무엇을 한다. 목적 없는 노력은 없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과정과 노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남들에게 만이 아니다. 스스로에게도 이 정도면 괜찮다 얘기해주는 법이 없다.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은 단지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시간에 쫓긴다. 조금 더 나은 나를 위해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 교육받았기에 우리의 자아는 남들보다 더 잘 살고 더 잘 입고 더 잘 먹고자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시간을 제대로 쓰는 것이라 인지한다. 그리고 이런 현대인의 빠른 삶의 속도는 요가원에서 잠시 멈춤을 허락받는다. 천천히 가는 것이, 아니 앞으로 전진하는 것을 포기하고 가끔은 한 자리에 고이 앉아 주변 환경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님을 아니, 절대로 맞는 것임을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처음으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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