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말 vs 상대방이 들어야 할 말
몇 년 전 회사의 내부 행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1년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임원 별로 부서의 성과와 다음 해의 우선순위를 간단히 발표하며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A임원이 발표 자료에 동영상이 흘러나옵니다. 주위를 환기시키기 좋은 도구 중에 하나이죠. 내용은, 헐리우드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 권투선수를 연기한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인 록키가 처참히 가격 당하는 장면이 흘러나왔습니다. 동영상이 끝나고 그는 ‘올 한 해를 보내는 저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게 해주는 동영상이라서 공유했다’라고 하더군요.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그가 왜 그런 동영상을 올렸는지 짐작도 되고 이해도 됩니다. 두 회사의 합병과 새로운 조직, 새로운 프로세스 정립 등의 과정이 지난하고 고통스러웠다는 일련의 감정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놀란 이유는 이 발표자가 청중이 그 동영상을 봄으로써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메시지를 받아갈 지에 대해서 생각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 년 동안 청중이 고생했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본인이 고생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청중이 들어야 할 메시지’가 아니라 ‘그가 하고 싶은 말’를 하고 있었던 것이죠.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상대방에게 어떤 메시지를 줘서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도록 할 것인지입니다.
아까의 그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 본다면, 상황마다 회사마다 발표의 목적은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런 메시지들을 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감)
한 해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
내년의 목표는 이러이러하니... (비전)
우리가 가진 이런 무기를 사용해서... (자신감 부여)
목표를 달성해서 멋진 곳으로 인센티브 여행을 갑시다! (동기부여)
등의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메시지에 맞는 RTB (Reason To Believe, 믿어야 하는 이유) 등의 컨텐츠를 채워서 그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 수 있겠지요.
발표를 해야 할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미팅을 할 때나, 코칭을 할 때, 면담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잊지 맙시다.
1. 내가 왜 이 발표를 하는지? (목표)
2. 어떤 메시지를 상대방 (또는 청중)에게 주고 싶은지? (메시지)
3. 그 메시지를 더욱 믿을만하게 보완해 주는 건 무엇인지? (RTB)
4. 그 메시지를 듣고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했으면 좋겠는지? (다시, 목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방이 들어야 할 메시지를 말해야 합니다.
Speak what they have to listen, not what you want to 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