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살다가 책이 사는 집,
빅 치킨 반 북스

미국 한 바퀴_대서양 로드 트립 05

by 앤드류


메인주 중고 서점, 빅 치킨 반 북스 | Big Chicken Barn Books


| 닭이 살다가 이제는 책이 사는 집


아카이다 (Acaida) 국립공원을 찾아가는 길에 빅 치킨 반 중고 서적 및 중고품 매장 (Big Chicken Barn Books & Antiques)을 만났다.


메인 주 엘스워스(Ellsworth) 외곽의 1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길가에 길쭉하고 오래된 건물이 보인다. 건물 길이는 약 90미터이고 한 때 대형 닭 사육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지금은 중고서적과 앤티크 (antique) 샵인 ‘빅 치킨 반(Big Chicken Barn Books & Antiques)’이 되었다.


앤티크 Antique는 골동품이라는 우리말 번역어가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을 박물관 소장품을 연상시키는 골동품이라고 부르기는 어렵고, 예전에 가정에서 사용하던 물건들로 살용적인 효능은 다 했지만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들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1층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빈티지 가구와 오래된 주방 도구, 인형, 역사적인 기념품, 그리고 독특한 장신구들을 판매하고 있다. 각 코너마다 오래된 시간의 향기가 배어 있다.


나무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빽빽하게 들어찬 책장에 책과 빈티지 잡지, LP 레코드 판이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시간여행을 위한 통로를 걷는 듯한 기분이다. 이곳은 30년 넘게 여행객과 중고서적과 앤티크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명소다. 메인주 해안 지역을 여행하거나 아카디아 국립공원을 방문하기 전에 들리는 문화 명소가 되었다.


| 우리는 왜 오래된 것에 마음이 끌릴까


물건 값이 싸지는 않다. 비슷한 물건을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곳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단순한 상품 구매 장소가 아니라 '시간의 창고'이기 때문일 것이다.


빛바랜 사진과 낡은 책, 손때 묻은 나무 의자를 마주할 때,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은 간단하게 설명하기 쉽지 않다. 오랜 시간 기억 한 편에 잠들어 있던 생각과 추억의 조각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감각이다. 심리학은 이를 ‘노스탤지어’ 라 부른다. 원래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견디기 어려운 향수를 뜻했지만, 지금은 지나간 시절과 순간 또 그런 아름다운 순간들이 다시는 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가슴 시린 감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노스탤지어의 뿌리는 더 깊을지도 모른다. 성경 창세기는 우리 모두가 한때 에덴동산이라는 완벽하게 행복한 환경에서 살았다고 전한다. 부족함도, 슬픔도, 죽음도 없던 그곳에서 인류는 창조주와 완벽한 교제를 누렸다. 그러나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우리는 그곳을 잃었고, 이후의 삶은 ‘돌아갈 곳이 없는 존재의 갈등과 고생의 역사'였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가 느끼는 노스탤지어란, 잃어버린 에덴을 향한 영혼의 무의식 속의 그리움이 아닐까.


| 포기할 수 없는 그리움


기독교 이론의 대가 씨 에스 루이스 (C.S. Lewis)는 이 오래된 그리움에 대해 'Sehnsucht'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독일어로 ‘동경, 갈망’을 뜻하는 이 단어를 그는 “이 세상에서 어떤 경험을 해도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는 깊은 그리움”으로 묘사했다. 그의 저서 Mere Christianity (순전한 기독교)에서 루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If I find in myself a desire which no experience in this world can satisfy, the most probable explanation is that I was made for another world.”

“만약 내 안에 이 세상 어떤 경험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욕구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내가 다른 세상을 위해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스탤지어는 단순한 과거 지향이 아니다. 그것은 영혼 깊은 곳에서 울리는 초대이자 잠시나마 경험하는 에덴의 공기 일 수도 있다. 이 세상에서는 에덴을 경험하기 어렵기에 우리는 계속 노스탤지어를 통해 계속 그런 갈망을 해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가야 할 에덴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우리는 미리, 계속, 아름다움을 경험하며 그리움을 해소해야 한다.


이제 지상의 아름다운 아카디아 (Acadia)를 보러 가야겠다.

닭이 살던 넓은 건물에 이제는 골동품과 책이 산다.
가까이서 보니 닭이 꽤 사납게 생겼다.
미국도 한국도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
주방에서 사용한 다양한 그릇들이 모여있다.
이렇게 모아놓으니 재미있다.
이곳에 몇 시간을 있어도 좋겠다
옛날 책을 장르별로 잘 정리해 두었다.
구석구석 궁금한 책들로 가득하다.
책은 보기만 헤도 기분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추리소설 한 권 사고 싶은데 와이프가 허락할까?
아내는 요리하는 것은 싫어해도 요리된 음식은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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