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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주 명물, 랍스터

미국 한 바퀴_대서양 로드 트립 04

by 앤드류


메인주 명물, 랍스터 (lobster)


이제 메인주의 명물 랍스터를 먹을 차례다. 미국을 잘 안다는 사람들이 메인주에서 가장 먼저 권하는 음식이 랍스터다.


랍스터와 게는 생김이 비슷하다. 둘 다 갑각류이지만 사실 상당히 먼 친척이다. 둘 다 출발한 조상은 비슷하지만 게는 조금 더 진화를 했고 랍스터는 진화의 변화를 덜 거쳐서 첫 조상에 좀 더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다. 더 정밀하게 따져보면 랍스터는 곤충에 더 가깝게 진화한 해양 생물이다. 랍스터와 곤충의 공통점은 모두 외골격을 가지고 있고 성장할 때 탈피를 하며 몸이 마디로 나뉘고 관절 있는 다리와 더듬이, 겹눈 등의 특징이다. 랍스터를 '바다의 바퀴벌레(sea cockroach)'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랍스터는 맛있다. 값이 조금 비싼 것이 흠이긴 하지만, 해산물을 좋아하고 새우나 게 등의 갑각류의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맛이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맛을 묘사하자면 새우보다는 단맛이 강하고 (sweeter than shrimp), 게보다는 살이 더 단단하고 (firmer than crab), 조개 종류보다는 바다 내음 (비린내)이 덜하다 (less fishy than scallops or clams).


| 왜 여기서만?


메인에서 엄청 많이 잡히던 랍스터는 원래 그리 인기가 있거나 고급 음식 대접을 받지 못했다. 1930년 정도가 되면서 메인주가 속해있는 뉴 잉글랜드 (New England : 미국 북동부 지역의 Maine, New Hampshire, Vermont, Massachusetts, Connecticut 주를 통틀어 지칭하며 영국 청교도들이 최초로 정착한 곳) 지역이 관광지로 점점 더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랍스터의 인기도 함께 올라간다. 이후 교통수단과 냉장 저장 기술의 발달로 뉴욕 등 대도시에 신선한 랍스터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랍스터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이제는 고급 음식의 대명사가 되었다. 전 세계로 수출되며 메인주의 수많은 어부와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메인주가 랍스터로 유명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메인만의 차갑고 깨끗한 바닷물은 랍스터의 성장 속도를 늦춰주어 살이 단단하고 달콤한 맛을 내고, 바다 밑의 바위 지형과 해조류가 풍부해 랍스터가 숨고 먹이를 찾기에 좋은 환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바다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랍스터 어획은 일 년 내내 가능하지만 가장 맛이 좋고 대량으로 건질 수 있는 시기는 6월 말부터 12월 초다. 우리가 메인을 방문한 기간이 7월 중순이었으니 랍스터의 맛이 가장 좋고 본격적인 어획이 진행되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 랍스터에게 배운다


랍스터 하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조던 피터슨 (Jordan B. Peterson)은 그의 저서 <12가지 인생의 법칙 Twelve Rules for Life> 제1장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편에서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랍스터를 예로 든다. 3억 년 전부터 존재한 랍스터는 영역을 지키고 짝을 얻기 위해 싸운다. 몸을 더 높이 들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랍스터가 승리할 확률이 높다. 승리한 랍스터의 뇌는 신경화학적 구조가 실제로 달라진다. 반면 패배자는 움츠러들고 위축되며, 뇌는 패배를 수용하도록 굳어져서 그 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피터슨은 이러한 본능적인 행동을 인간 사회에 연결한다. 인간의 자세와 태도는 타인에게 자신의 위치를 전달하는 중요한 신호가 된다. 등을 펴고 어깨를 펴는 자세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드러내며, 타인의 존중을 유도하는 긍정적 신호를 만든다. 반대로 구부정한 자세는 무력감과 패배감을 내비치며, 타인의 무시나 경시를 초래하고 자기 인식마저 부정적으로 굳어진다.


피터슨은 자세를 바로잡는 것이 단순히 외모 교정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근본적인 변화라고 강조한다. 랍스터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지구상에서 태어나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아무리 열등해 보여도 자신을 지키고 자손을 퍼뜨리는 삶의 지혜를 품고 있는 법이다.


| 여행은 역시 먹는 재미


포틀랜드 헤드 등대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메인주의 아카디아 국립공원 (Acadia National Park ) 가는 길에 들른 식당 'Trenton Bridge Lobster'에서 랍스터를 먹었다. 손님이 살아있는 랍스터를 골라 구매하면 바닷물에 삶아 준다. 워낙 인기 있고 사람도 많은 식당이지만 이 식당에 들를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이라 관광객도 그리 많지 않아 거의 기다리지 않고 랍스터를 즐길 수 있었다. 가격이 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비싸다고 못 먹을 그 정도 가격 또한 아니다.


미국인들은 버터에 랍스터를 찍어 먹지만 우리 입 맛에는 버터와 함께 나오는 매콤한 소스가 더 잘 어울린다. 아내는 초장이 그립다고 한다. 랍스터는 양도 많고 맛있었다. 해산물보다는 고기를 더 좋아하는 내 입맛도 만족시켰다. 역시, 먹는 기쁨은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한다.



랍스터 명소 'Trenton Bridge Lobster'. 장작으로 랍스터를 바닷물에 끓일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살아있는 랍스터 중에서 크고 잘 생긴 놈으로 하나 고르면 된다.
사장의 조언을 듣고 실한 놈으로 한 마리 골랐다.
무게를 달고 돈을 낸다.
바닷물에 랍스터를 삼기 위해 장작을 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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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분 후, 먹기좋은 색깔로 변신하면, 점원이 이름을 부른다. 제일 맛있는 통통한 다리는 아내에게 양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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