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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등대에 끌릴까?
포틀랜드 헤드 등대 ②

미국 한 바퀴_대서양 로드 트립 03

by 앤드류


메인(Maine) 주 포틀랜드 헤드 등대(Portland Head Light)


| 왜 우리는 등대에 끌릴까?


등대에는 다른 건축물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사람이 거주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지만 등대의 존재 목적은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데 있다. 등대마다 모습도 다르고 저마다 사연도 다르지만 사명은 모두 같다. 바다에 나간 배와 배에 탄 모든 사람이 모두 무사히 육지에 돌아오게 돕는 일이다. 항상 그 자리에 서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이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등대는 밤이나 해가 안 보이는 나쁜 날씨에 그 효용 가치가 어느 건축물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멋지게 건설한 등대도 있지만 대부분의 등대는 미학적 요소보다는 안전을 지키는 기능이 더 우선이다.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사명이 숭고하고 많은 사람들은 등대에 조상의 목숨이나 자기 목숨을 빚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등대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등대가 서있는 장소가 대부분 암초가 있거나 가까이 오면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는 장소이기에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방문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등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채 지내야 했다.


많은 작가와 화가들은 등대를 희망, 고독,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인내의 소재로 자주 삼았다. 메인 주 포틀랜드 출신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Henry Wadsworth Longfellow) 도 포틀랜드 헤드 라이트 등대를 산책하며 그 고독하고 장엄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시를 썼다고 알려졌다.


| A Pillar of Fire (불기둥)


롱펠로 (Longfellow)의 다음 시는 첫 번째 이야기에 등장한 포틀랜드 헤드 라이트 등대를 직접 묘사한 작품은 아니지만, 포틀랜드 등대에 감명을 받아지었다고 전해진다.


The Lighthouse (Longfellow, 1848)

The rocky ledge runs far into the sea,
And on its outer point, some miles away,
The Lighthouse lifts its massive masonry,
A pillar of fire by night, of cloud by day.

등대 (롱펠로우, 1848)

험한 바위 절벽은 바다 멀리까지 뻗어 있고,
그 끝자락 어딘가 수 마일 떨어진 곳,
등대는 웅장한 석조 탑을 우뚝 세우고 있다.
밤에는 불기둥, 낮에는 구름기둥이 되어 선다.


이 시에서 'A Pillar of Fire'는 아래에 있는 구약성경 출애굽기의 “여호와께서...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들에게 비추사"라는 구절에서 나왔을 것이다. 등대의 불 빛도 거친 밤바다에서 길을 잃지 말고 목적지로 향하라는 사막의 불기둥 같은 안내자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And the Lord went before them by day in a pillar of a cloud, to lead them the way; and by night in a pillar of fire, to give them light; to go by day and night.” - Exodus 13:21 (KJV)

“여호와께서 그들 앞에서 가시며,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그들의 길을 인도하시고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들에게 비추사 낮이나 밤이나 진행하게 하시니” - 출애굽기 13:21 (개역개정)


| 왜 사람들은 바다로 나갈까?


사람이 바다로 가는 이유는 바다가 생계와 운송을 위한 필수 장소라는 이유 말고도, 우리에게는 바다를 찾아 나가야만 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가서 바닷물만 바라보아도 가슴이 상쾌하고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 같다고 말한다.


자연과 운명에 대한 인간의 투쟁과 한계를 그린 명작 소설 백경 (Moby Dick)의 작가 허먼 멜빌 (Herman Melville)은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바다로 끌리는 사람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Whenever I find myself growing grim about the mouth; whenever it is a damp, drizzly November in my soul;... then, I account it high time to get to sea as soon as I can." - Moby Dick

"내 입가에 어두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할 때마다, 내 영혼 속에 축축하고 을씨년스러운 11월이 찾아올 때마다, … 그럴 때면 나는 가능한 한 빨리 바다로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소설 백경 중에서


모든 생물은 바다에서 생성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인지 바다는 사람을 끄는 신비한 힘이 있다. 물론 그 매력에 특히 끌리는 사람도 있다. 내 아내가 그렇다. 다른 곳은 몰라도 바다에 가자고 하면 언제든지 찬성이다. 바다만 보면 항상 좋아한다. 그래서 아내는 바다로 향하는 9시간의 드라이브로 인한 지루함을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기대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 같다.


아내가 등대 주위를 뛰어다니며 열심히 카메라에 풍경을 담는다. 등대와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이 사진 한 장 한 장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제 등대의 묵직한 감동을 가슴에 담고, 메인주 또 다른 명물인 랍스터 (Lobster)를 즐기러 가야겠다.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바라봐도 좋다.
등대 주변을 맴돌고 있는 사람들
들꽃과 바다, 등대의 조화가 절묘하다.
사람들은 왜 바다를 좋아할까?
예전에는 저런 배들이 등대를 의지하고 바다를 항해했을 것이다.
바다에는 편안함과 불안함이 함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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