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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첫 번째 등대,
메인 주 포틀랜드 헤드 등대 ①

미국 한 바퀴_대서양 로드 트립 02

by 앤드류


메인 주, 포틀랜드 헤드 등대 (Portland Head Light, MA)


미국 대서양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 미 북동부 끝 메인주 포틀랜드 헤드 등대를 찾아가는 여정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하다. 차가 이동하는 동안 창 밖의 풍경은 변화무쌍하다. 우리나라와는 색다른 모습,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살펴보는 것도 자동차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재미다.


뉴욕주 버펄로에서 메인주 포틀랜드까지는 자동차로 9시간, 총 556마일 (900km)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운전이 편하다. 직선 도로가 많고 운전자들도 비교적 차선을 잘 지키면서 과속도 하지 않는 편이어서 주행선만 잘 지켜 운전하면 몇 시간 쉬지 않고 운전해도 그리 피곤하지 않다. 주로 지방국도를 이용하며 미국 시골의 다채로운 풍경을 보면서 가족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다.


운전자들이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이유는 미국 경찰의 과속 단속이 철저하고 벌금 액수가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구글 지도를 켜고 운전하면 경찰의 과속 단속 속도 레이더가 켜져 있다는 신호가 떠 올라 안전 운전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미국에는 약 800개의 등대가 있다. 가장 많은 주는 오대호를 끼고 있는 미시간주 (Michigan State)로 약 130개의 등대가 있다. 두 번째로 등대가 많은 주는 뉴욕으로 약 70개 정도의 등대가 세워졌고 현재 사용 중인 등대는 40여 개 정도다. 메인주(Maine State) 도 세 번째로 등대가 많다. 총 등대수는 65개 이고 이 중에서 57개가 아직 사용 중이다.


메인주는 해안선이 길고 (3,500 마일, 약 6,000km) 암초와 섬들이 많아 야간이나 악천후에 항해하는 선박들에게 큰 위험을 줄 수 있는 지역으로 위험을 알려주는 등대가 필수다. 특히 봄과 여름 초입에는 안개도 종종 발생하여 항해하는 선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어 등대는 선박의 안전 운행을 위한 꼭 필요한 시설이다. 그중에 가장 오래되고 사랑받는 등대가 '포틀랜드 헤드 등대'다.


| 바다를 지키는 마음속 불빛, 등대


"The Lighthouse was then a silvery, misty-looking tower with a yellow eye that opened suddenly and softly in the evening." - Virginia Woolf

"내가 기억하는 등대는 은빛 안갯속에 잠긴 듯한 높은 탑이었고, 저녁이 되면 부드럽게,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노란빛으로 반짝이는 시작하는 눈이 달려 있었다." - 버지니아 울프


인간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심성을 가장 잘 묘사했던 천재 작가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1927) 소설 <등대로 가는 길 (To the Lighthouse)> 중 세 번째 장「등대」 편에서 제임스 램지가 어린 시절 등대에 대해 회상하는 장면이다. 안개같이 희미한 기억 속 등대는 낭만적이고 마법적인 존재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램지가 배를 타고 마침내 다가간 등대는 기억 속의 낭만이 더 이상 아니었다. 이러한 인식의 이중성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현실의 주관성과 시간의 흐름을 탐구한다.


우리 인생의 기억도 추억도 이와 같지 않을까. 포장되고 가공되어 저장된 기억과 현실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찬 기운이 마음을 후비곤 하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본듯하지만 실제로는 본 적은 없는, 먼 바닷가에 홀로 서서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바닷가를 향해 외로운 빛을 발사하는 등대의 쓸쓸한 이미지 역시 우리 가슴속에 남아, 살아가는 동안 우리를 따라다닌다.


| 미국 정부가 발주한 첫 번째 등대, 포틀랜드 헤드 등대


메인 주 포틀랜드 남쪽, 케이프 엘리자베스의 바위 절벽 위에 자리한 포틀랜드 헤드 등대는 1791년부터 카스코 만의 입구를 지켜왔다. 조지 워싱턴 (George Washington) 대통령이 건립을 지시한 이 등대는 미국 정부가 완공한 첫 번째 등대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2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대통령과 더불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이다. 그는 미국을 영국의 식민지에서 해방하고 오늘날 초강대국 미국의 기초를 마련한 대통령이다. 워싱턴 대통령 당시에는 임기 제한이 없었다.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워싱턴 대통령은 계속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유익이 되는 전례를 남기기 위해 연임 후에는 스스로 물러났다. 이런 사심 없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은 역사를 통틀어 살펴보아도 흔하지 않다.


두 번만 대통령 직을 수행한 전통은 계속 이어져 오다가, 조지 워싱턴의 뒤를 이어 프랭클린 루스벨트 (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이 네 번 연달아 (1932, 1936, 1940, 1944)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바람에 그 원칙이 깨지고 말았다. 그 후 미국은 1951년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임기는 명시적으로 연임까지로 제한됐다. 이렇게 민주주의 원칙을 세우고 지켜왔던 위대한 정치인들의 노력으로 미국은 민주주의의 지도자 자리를 지켜 왔는데 최근에 민주주의 원칙을 가볍게 여기는 대통령이 출현하는 일이 생기니 마음이 씁쓸하다.


열심히 차를 몰았다. 뉴욕주 버펄로에서 이른 아침 출발, 운전해서 9시간 걸려 오후 4시 무렵, 저 멀리 포틀랜드 헤드 등대가 보인다. 바다와 등대를 누구보다 더 좋아하는 아내는 차를 제대로 세우기도 전에 자동차를 길가에 세워달라고 한다. 바로 카메라를 들고 등대를 향해 뛰어간다. 아마도 해가 지기 전 부지런히 등대와 주변 경치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일 것이다. 자동차를 주차하고 천천히 따라가 봐야겠다.



뉴욕주 버펄로 출발, 동쪽으로 매사추세츠 주, 뉴햄프셔 주를 거쳐 대서양 가에 자리한 메인 주 포틀랜드 도착 일정이다.
뉴욕 주 I-90 E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버펄로에서 포틀랜드까지 자동차로 9시간 달렸다.
매사추세츠주에 들어선다.
메인 주에 들어왔다.
이제 메인 주 포틀랜드로 접어든다.

바로 앞에서 대서양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대서양을 배경으로 등대가 보인다.
메인 주 포틀랜드 헤드 등대에 도착. 9시간을 달려온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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