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 바퀴_ 대서양 로드 트립 01
글을 시작하며
30여 년 전 미국에서 박사 공부를 했다. 그 이후 미국에 살 때나 한국에 살 때나, 시간만 나면 미국 여러 지역을 가족과 함께 주로 자동차로 여행한다. 넓은 나라여서 자동차로 이동하면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로드 트립만의 매력이 있다. 자유롭게 일정과 코스를 정할 수 있고,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그 상황조차도 여행의 일부분으로 즐길 수 있다. 지방국도 (local road)를 다니며 다양한 마을 풍경이나 문화, 사람 사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 또한 자동차 로드트립의 묘미다.
사진 찍기가 취미인 아내는 가족이 가는 곳마다 한 곳도 빼지 않고 사진을 찍어 잘 보관해 두었다. 이 사진들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면 미국 한 바퀴 여행기가 될 것이다. 진작에 미국 여행기를 쓰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그간 바빠서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조직에 속해 분주하게 살던 시기도 지났으니, 이젠 살아온 기록도 남길 겸 사진에 얽힌 이야기보따리를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한다.
미국은 넓고 다양하다. 유럽의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지만, 특정한 나라 후손들이 주도하는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 인종들이 섞여서 함께 살며 세계를 이끄는 나라다. 미국을 설명하기 위해 Melting Pot (용광로, 함께 녹아서 하나가 됨을 강조)라는 말을 오랫동안 사용했다. 또한 함께 살지만 각자의 문화적 유산이나 차이점은 존중하자는 Salad Bowl (샐러드가 담긴 그릇, 다양한 문화의 공존을 강조)이라는 말도 쓴다. 최근에는 백인 우월주의에 바탕을 둔 세력들이 정치적 우위를 점유하고 있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세월이 가면 결국은 미국의 본래 이상인 '함께 사는 세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한 바퀴> 시작은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끝 무렵 가족행사가 있어서 뉴욕주 버펄로를 방문했다가 행사가 끝나고 렌트한 자동차로 시작된 '대서양 로드 트립'이다. 미 북동부 끝자락 북대서양가에 자리한 메인 주 (Main State)에서 시작해 미 남동부 끝 플로리다 주 (Florida State)까지 대서양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여행 경로다. 이 여행을 시작으로 <미국 한 바퀴> 여정을 꾸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