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 바퀴_ 대서양 로드 트립 06
메인주 (Maine State)의 대표 국립공원 아카디아 (Acadia National Park)로 갈 차례다. Acadia 어원은 북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미크맥(Mi’kmaq)어 akadie 또는 quoddy에서 왔다. ‘비옥한 땅(fertile land)’ 또는 ‘풍요로운 곳’이라는 의미다.
미국은 1872년 와이오밍·몬태나·아이다호에 걸친 옐로스톤 지역을 국립공원(National Park)으로 지정한다. 미국 의회는 “An Act to set apart a certain tract of land lying near the head-waters of the Yellowstone River as a public park" (옐로스톤 강 발원지 부근에 위치한 일정 토지 구역을 공공 공원으로 설정·지정하는 법)이라는 긴 이름의 국립공원 법안을 제정했다.
미국 대륙의 다양한 자연과 야생동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법으로 보호하여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세계 최초 자연보호를 위한 국립공원의 시작이다. 국립공원을 출입하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며 나무 하나도 함부로 자를 수 없는 등 엄격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2025년 현재 미국에는 63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50개 주중에서 가장 국립공원이 많은 주는 캘리포니아 (9곳)이고 한 곳도 없는 주는 앨라배마, 코네티컷, 델라웨어 등 20곳이다. 아카디아는 메인주의 유일한 국립공원으로 191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아카디아 공원은 미국 중부를 위에서 아래로 관통하여 흐르는 미시시피강 (아래 그림 참조)의 동쪽에서 방문객 수가 가장 많은 국립공원이다. 공원 안에 바닷가 절벽, 산, 호수, 섬이 함께 있는 독특한 환경이다. 공원 내 해발 530미터 캐딜락 마운틴 (Cadillac Mountain)은 미 대륙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 고대 지구의 역사를 담고 있는 조단 폰드 (Jordan Pond, 조단 연못)
아카디아 국립공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호수, 조단 폰드 (Jordan Pond) 다. 이 호수는 아카디아의 맑은 심장이라 불릴 만큼 중요하고 아름다운 자연유산이다. 약 2만 년 전에 산속의 빙하가 녹은 물로 호수 바닥까지 보이는 맑은 조단 폰드가 생겼다. 우리의 조상인 현생 인류 (Homo Sapiens)가 약 3만 년 전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졌으니 초기 인류가 즐겨 방문했을 것이다.
조단 폰드는 현재도 산에서 내리는 비와 눈이 녹아 계속 흘러 들어간다. 밑바닥의 단단한 화강암층은 천연 여과층 역할을 하여 수질을 더욱 맑게 만든다. 잔잔한 물결 위에 산봉우리가 비치는 모습은 사진 속 장면처럼 고요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조던 폰드의 가치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만이 아니다. 조던 폰드는 인근 실 하버 (Seal Harbor)와 마운트 데저트 섬 (Mountain Desert Island)의 일부 지역의 식수 공급원이다. 연못 주변에는 농지나 산업시설이 전혀 없고 오염을 막기 위해 수영, 낚시, 보트 활동 등도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이처럼 철저한 보호 덕분에 조단 폰드는 지금도 자연 그대로의 물을 거의 별도의 처리 과정 없이 (필터 과정이 없고 오존 처리만 함) 안전하게 식수로 공급할 수 있는 드문 사례로 남아 있다.
| 자연이 주는 복권 (Nature’s Lottery)에 당첨
이러한 자연적 식수원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 중 97.5%가 바닷물이고, 2.5%가 민물이다. 그런데 이 2.5% 중 인간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0.3%에 불과하다. 유엔(UN)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26%, 즉 20억 명이 여전히 안전한 식수를 구경조차 못하고 있다. 인류의 전체 물 사용량 중 약 70%는 농업, 20%는 산업, 그리고 10%만이 가정용으로 사용되며, 이 중 상당수가 낭비되거나 오염되어 재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사라지고 있다.
미국은 자연이 준 복권(nature’s lottery)에 당첨되어 지리적 행운(geographical luck)을 타고난 나라다.
- <지리가 주는 축복 (The Geography of Bliss)>의 저자 에릭 와이너 (Eric Weiner)
미국은 넓은 땅과 맑은 물이 풍부하며, 비옥한 토양과 천연자원까지 복에 복을 (layered blessings) 더한 나라다. <지리가 주는 축복>에서 에릭 와이너가 말한 것처럼 미국은 자연이 준 복권에 당첨된 나라임에 틀림없다. 맑은 물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 축복은 나눌수록 커진다 (Blessings multiply when shared)
미국은 오랫동안 풍요의 상징이었다. 또 미국은 그 축복을 세상과 나누려 했다. 외교 지원, 인도적 원조, 평화의 수호에 이르기까지 '축복은 나눌 때 더욱 커진다'는 신념 안에서 이런 정책을 유지했다. 미국이 건국부터 정신적인 토대로 삼았던 기독교의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It is more blessed to give than to receive, 사도행전 20:35)"라는 기본 정신을 실천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하지만 9·11 이후, 그리고 트럼프 시대를 겪으며 미국은 안으로 움츠러들고 있음을 느낀다. 국경을 강화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고, 정상적인 무역을 어렵게 만들고, 옛 동맹을 무시하는 모습은, 나눔보다 보호를 우선시하는 새로운 정서를 보여준다. 사실 많은 미국인들이 '이제는 우리 자신을 먼저 챙길 때'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가 주는 교훈은 다르다. 나눈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나눔 속에 더 커지는 축복이 있다는 것이다. 한 나라가 가진 축복도 함께 나눌 때 진정한 영향력과 존경을 얻게 된다. 미국은 여전히 많은 것을 가진 나라다. 미국이 예전처럼 축복을 함께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
| 조단 폰드 가는 길
: 비가 내린다. 흐린 하늘은 운치 있다. 세상이 구름에 갇혀있다.
| 조단 폰드 하우스 (Jordan Pond House)
: 식당 & 기념품 가게가 있고 널따란 정원에서 야외 결혼식이 자주 열린다. 2008년 정월 초하루 새벽, 부시
대통령 딸 부부가 결혼을 약속한 곳으로 유명하다.
| 아카디아국립공원_조단 폰드
캐딜락 산이 감싸고 있다. 오른쪽은 잘 정비된 흙길이고 왼쪽에는 나무 산책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