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지키는 붉은 벽돌,
커리턱 비치 등대

미국 한 바퀴_대서양 로드 트립 23

by 앤드류

커리턱 비치 등대 (Currituck Beach Lighthouse)


북부와 남부의 경계주라고 할 수 있는 버지니아주 (Virginia State)를 지나 노스캐롤라이나주 (North Carolina State)로 넘어간다.


미국의 최초 내전 남북전쟁 (the Civil War, 1861-1865) 이후 미국의 북부와 남부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여전히 깊은 분열을 겪었고 상처는 아직도 남아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금융 산업이 발달한 북부는 공장과 도시 중심의 경제를 바탕으로 근대화를 이루었다. 농업 중심의 남부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재건에 어려움을 겪으며 여전히 노예제 기반의 사회 질서와 가치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남부에는 아직도 가난에 시달리는 주 (특히 Mississippi, Louisiana, Arkansas, Alabama 등)가 많이 있다.


| 지역 갈등: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남부 사람들은 북부 사람들을 양키라고 경멸의 의미를 담아 부른다. Yankee는 네덜란드인들의 흔한 이름 중 하나인 Janke에서 유래했다. 특별한 뜻은 없으나 남부 사람들은 북부 사람들을 조롱하기 위해 이렇게 부른다. 반면 북부 사람들은 남부를 시대에 뒤떨어진 인종차별 사회하며 무시했다. 이처럼 남북 간의 앙금과 불신은 단순한 정치적 갈등을 넘어, 오랫동안 미국 사회의 저변에 흐르는 정서로 남아있다. 지금은 많이 희석되었지만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1960, 70년대 미국 드라마에서는 남부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을 폭력적이거나 교양 없는 사람들로 묘사하곤 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거나 도와주려는 생각보다는 놀리고 조롱하는 마음이 먼저 생긴다. 사람은 본디 부족한 존재다. 사람들은 계속 교육과 진리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책을 읽거나 절대자의 진리를 익히는 대신 크고 조그만 스크린이 주는 찰나의 즐거움과 분노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 미 동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 중의 하나, 아우터 뱅크스 모래섬


버지니아 비치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노스캐롤라이나 아웃터 뱅크스 (Outer Banks)를 따라서 내려갈 수 있다. 아우터 뱅크스는 대서양과 본토 사이에 길게 뻗은 모래섬 지대다. 미국 동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 중 하나로 꼽힌다.


| 빛을 내뿜는 벽돌 건물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면 붉은 벽돌 탑이 바다를 향해 서 있다. 커리턱 비치 등대(Currituck Beach Lighthouse)다. 높이 162피트 (약 50미터), 정상까지 220개의 계단이 있다.


커리턱 등대는 1875년 완공되었다. 버지니아 비치의 케이프 헨리 (Cape Henry)부터 커리턱 등대 남쪽에 위치한 보디 아일랜드 (Bodie Island)까지 바다는 수많은 선박이 난파하던 위험한 해역이었지만 커리턱에서 뻗어나간 빛줄기 하나가 바다의 어둠을 가르며 수많은 사람을 구하는 빛이 되었다.


우리 시대 뛰어난 작가 앤 래못 (Anne Lamott)은 <Bird by Bird>라는 책에서 등대를 이렇게 묘사했다.

“Lighthouses don’t go running all over an island looking for boats to save; they just stand there shining.”

등대는 구하러 나서지 않는다. 다만 제자리에서 묵묵히 빛을 비춘다. 길 잃은 배들이 그 빛|을 따라올 뿐이다.


이렇듯 자기 자리에 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이 그나마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 그 자리를 지키는 등대


커리턱 비치 등대는 흰색이나 줄무늬로 칠한 인근의 다른 등대 (보디 아일랜드, 오크라코크 등) 들과 달리 붉은 벽돌 그대로의 외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등대는 100만 장이 넘는 벽돌로 지어졌으며, 보통은 흑백의 줄무늬로 칠한 다른 등대와 달리 벽돌의 본래 색 자체가 낮에도 식별 가능한 ‘표식(daymark)’ 역할을 한다.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등대마다 외관을 달리해 항해자들이 쉽게 등대를 구분할 수 있게 하려는 결정이었다.


모든 운영이 자동화되어서 등대지기가 머물지는 않지만, 커리턱 등대는 아직도 작동 중이다. 등대에 저녁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조금 있다가 밤이 되면 커리턱의 불빛은 바다를 향해 비추기 시작할 것이다. 멀리 바다를 향해 뻗은 한 줄기 빛은 오늘도 누군가에게는 이제 집에 다 왔다는 희망의 불빛이 될 것이다. 등대는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자리를 지킬 뿐이다.


다음은 아우터 뱅크스 모래섬을 따라 내려가 끝에 이르러 헤터라스에서 페리를 타고 오크라코크 등대 (Oracoke Lighthouse)까지 가는 여정이다.


버지니아비치--> 커리턱 뱅크스 리저브 커리턱 비치 등대--> 코롤라 비치--> 아우터뱅크 모래섬--> 해터라스--> 페리를 타고 오크라코크 등대까지 가는 경로다.


| 커리턱 비치 등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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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리턱비치 등대에서 12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코롤라 비치 (Corolla Beach)가 나온다.


| Outerbanks와 North Carolina 사이 해협, 커리턱 만 (Currituck Sound)의 석양


|멋진 바다 석양을 바라보며 맛있는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식당도 있다 (Sunset Grill & Raw 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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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롤라 비치 (Corolla Beach) 내그스 헤드 (Nags Head) 근처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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