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 바퀴_대서양 로드트립 24
| 세상 끝으로 가는 길
오크라코크 등대로 가기 위해서는 아우터 뱅크스가 끝나는 지점인 해터라스 섬 (Hetteras Island)까지 자동차로 이동하여 페리를 타고 해터라스 해협 (Hetteras Inlet)을 건너야 한다. 해터라스 섬 까지는 모래 해변이 절묘하게 이어져 자동차로 이동 가능하다.
커리턱 등대와 오크라코크 등대의 거리는 약 200킬로 미터다. 오크라코크 등대는 높이가 75피트 (약 23미터)로 커리턱 등대의 높이가 50미터인 것에 비해 약 절반 정도의 높이다. 몸통은 하얗게 칠해졌고 전체 몸체가 위로 올라가며 좁아지는 형태다. 오크라코크 등대는 1832년에 건립되어 아직도 작동중인 등대다. 미국 전체로 보아도 건립된 연대가 20위안에 들어간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는 메사추세츠주의 보스톤 등대 (Boston Light)로 1716년에 세워졌다. 오크라코크 등대는 바닷가가 아닌 오크라코크 마을 한가운데 서있다. 등대는 마을 사람들의 이웃이다. 오크라코크 등대는 아웃 뱅크와 노스캘로라이나 사이 내해(內海)인 팸리코 만 (Pamlico Sound) 방향으로 항해하는 선박을 위한 보조 항로 등대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면서 많은 생명을 구했다.
| 빛을 지키는 사람들
모든 등대 불빛의 뒤에는 등대지기와 그들 가족의 희생을 포함한 헌신이 있다. 그들의 헌신은 생존자의 끈기였다. 미덕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그저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다. 등대지기의 삶을 묘사한 김훈의 소설 <항로표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일곱 살 민식이는 해월도에서 태어났다. 그대 김철은 8급이었다. 민식이는 섬에서 섬으로 옮겨가며 자랐다... 첫돌이 지난 민식이는 옹알이를 시작하면서 깍깍, 갈매기 울음을 흉내 냈다. 그때마다 아내는 민식이를 끌어안고 민식아, 엄마, 엄마, 엄마....라고 사람의 말로 얼러주었다. 아이를 어르는 아내의 목소리는 갈매기 울음처럼 다급했다."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아이를 키워햐 하는 등대지기의 절박한 마음이 눈에 그려진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등대지기의 의무는 단 한 가지, 빛이 꺼지지 않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들이 있기에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사람은 성인이 아니다. 오직 헌신만으로는 모진 바다 바람과 고독의 세월을 버틸 수 없다. 이들의 봉사 뒤에는 권력이 있었음을 잊으면 안 된다. 이들은 철저한 관료제 속의 공무원이었다. 미국 등대국의 체계는 명령과 감시로 그들의 삶을 통제했다. 감독관은 예고 없이 방문했고, 렌즈 관리 소홀이나 기록 누릭 만으로도 해고될 수 있었다.
그러나 억압적인 체계와 철저한 행정으로 사람을 영원히 통제할 수는 없다. 제도는 복종을 강요했지만, 인내와 헌신은 스스로 힘을 발휘한다. 등대의 불빛은 단순한 행정의 결과물이 아니고 통제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인간을 위한 큰 빛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남쪽 끝, 오크라코크 섬(Ocracoke Island)은 세상의 끝, 가장자리 같다. 크지도,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불빛은 묵묵히 바다를 지켜온 섬의 심장이다. 옛 등대지기들이 바라보았을 바다를 함께 바라보며 생각한다. 험한 이 세상도 평범하지만 사실은 비범한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지키고 있다.
| 오크라 코크 등대로 가기 위해, 바다 위를 달려 페리를 타러 이동 중이다
오크라코크 등대 Ocracoke Light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