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 바퀴_대서양 로드트립 26
강과 바다가 둘러싼 타이비 섬 (Tybee Island)과 노스 비치 (North Beach)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를 가르는 서배너 강의 동쪽 끝 대서양과 만나는 지점에 서배너의 바다정원이라 불리는 타이비섬 (Tybee Island)이 있다. 섬이지만 바다 멀리 있지는 않고 강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섬의 북쪽 끝에 흑백 세 줄무늬를 두른 타이비 등대 (Tybee Light Hosue)가 서 있다. 그 아래 해변의 이름이 노스비치 (North Beach)가 펼쳐있다. 노스비치는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해 먹이가 풍부하고 새가 머물 수 있는 이상적 환경이어서 조지아 해안의 ‘버드 트레일(Colonial Coastal Birding Trail)’에 속하며, 200종 이상의 조류가 관찰된다.
그런데 이름이 참 멋없다. 섬의 북쪽에 있으니 노스 비치다. 섬 남쪽에는 사우스 비치 (South Beach)도 있다. 노스 비치와 사우스 비치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근처의 긴 해변을 롱 비치 (Long Beach)라고 부르는 이유와 동일할 것이다.
공자는 논어의 자로 편에서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어지럽고, 말이 어지러우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정명 (正名, Rectification of Names)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른 이름이 세상의 질서를 세우는 첫 단추라는 뜻이다 ‘노스비치(North Beach)’면 그냥 북쪽 해변이고, ‘롱비치(Long Beach)’는 정말 길기만 한 해변이다. 하지만 이름만 들어도 북쪽에 있는 해변과 길이가 긴 해변이라는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이름들은 진짜 모습을 볼 수 없도록 치장하고, 덮고, 감추어진 세상 만물을 보느라 지친, 우리 눈에 떨굴 수 있는 시원한 인공 눈물 같아서 참신하긴 하다. 하지만 공자도 이 이름을 보았다면, “이름은 참 바르구나. 그런데 너무 재미가 없다” 했을 것이다.
| 타이비 등대: 허리케인과 전쟁을 넘어서
타이비섬의 첫 등대는 1736년, 영국 식민지 시절 제임스 오글소프의 명령으로 세워졌다. 높이 약 90피트(27미터)의 벽돌과 목재 구조물이었다. 1741년 허리케인으로 파괴되었고 1773년에 세 번째 등대가 완공되었고, 1790년 미국 연방정부에 이관되어 공식적인 해상 항로시설로 지정되었다. 19세기 중반에 시설이 확충되어 사바나항으로 들어오는 모든 배가 그 불빛을 의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등대는 남북전쟁(Civil War, 1861-1865)의 불길을 피할 수 없었다. 1862년, 남군은 북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후퇴하면서 등대의 렌즈를 철거하고 탑을 불태웠다. 전쟁이 끝난 후 시간이 지나 1867년 지금의 145피트(약 44 미터) 높이의 등대로 다시 건설했다. 내부에는 178개의 계단이 나선형으로 이어진다. 1916년에 흑–백–흑의 세 줄무늬로 다시 도색했다. 낮에도 선명히 보이는 ‘데이마크(daymark)’ 역할을 한다. 1999~2002년 대대적인 복원 이후 일반인에게 개방되었고, 매년 2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조지아의 명소다.
| 아름다운 섬과 해변을 지킬 수 있을까
노스 비치의 모래는 연평균 0.3미터씩 후퇴한다. 기후 변화 (Climate Change)로 해수면도 상승 중이다. 지금 속도로 해수면 상승이 계속될 경우 2100년에는 노스비치의 40%가 침식될 가능성이 있다.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모래언덕에 해초를 심고 복원하며 모래언덕을 지키기 위해 함께 애쓰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섬과 해변을 지킬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노스비치는 치열했던 역사와 전쟁과 파과 회복이라는 영욕을 품고 있는 곳이다. 동시에 자연과 인간의 공존, 인간의 지혜와 자연의 회복 가능성이라는 미래도 함께 내포하고 있는 우리 인간의 역사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곳이다.
| 타이비 등대에는 박물관이 조성되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 TYBEE ISLAND MUSEUM
| 노스비치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독특하고 풍부한 자연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 이제 서배너를 떠나 플로리다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