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에 이성과 감성 그리고 지성이 있듯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고객가치'에도 이성을 설득하는 '기능적 가치'와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적 가치' 그리고 지성을 유혹하는 '정신적 가치' 이렇게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가 만들어 내는 모든 고객가치는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기능적 가치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우리는 흔히 가성비가 높다고 하고, 감성적 가치는 가심비, 정신적 가치는 품격이 높다고 한다.
고객들이 고객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이성적으로 인지하고 판단하는 첫 번째 핵심 가치는 기능적 가치functional value이다. 가격과 기능그리고 제품의 품질이나 음식의 맛 등이 대표적인 기능적 가치들이다. 하지만 기능적 가치가 단순히 싼 가격에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성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능적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들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는 ‘기능적 효용성’을 중요시하며 효용성이 큰 차별적 기능 가치에 대해서는 기꺼이 가격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고가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국내 시장에서 급속히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의류관리기나 LED 안면 마스크 등이 그 좋은 예이다.
가성비가 좋아 대륙의 실수로 널리 알려진 샤오미 제품들
100만 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기능적 효용성이 커 필수 가전제품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LG 의류관리기 스타일러
두 번째 핵심 가치인 감성적 가치emotional value는 디자인, 매장 분위기, 직원들의 서비스 등 고객의 취향에 따라 판단 기준이 수시로 달라지는 주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가치 항목이다.
감성적 가치의 성공사례 스타벅스 - 아메리카노 커피를 4,000원 이상 받아도 스타벅스 매장은 항상 손님들로 가득 차 붐빈다.
감성적 가치를 중시하는 고객들은 기능적 가치 못지않게 감성적인 만족 여부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의 좋고 나쁨을 평가한다.
비록 기능적 가치가 충족되더라도 감성적으로 만족하지 않으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 반대로 기능적으로 다소 불만족스럽다 하더라도 감성적 가치가 충족되면 다소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구매 의사결정도 서슴지 않고 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정신적 가치spiritual value는 추구하는 고객들의 가치판단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워 기능적이나 감성적인 만족을 넘어서 그들만을 위한 희소가치를 추구하고 그 가치를 신분의 상징symbol of status으로 받아들인다.
이 고객들은 이러한 정신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그 가치의 값어치를 의미 있게 평가하지 않는다.
정신적 가치의 대표적인 사례 - 주요 항공사 일등석, 이코노미석보다 5~10배 이상 비싸지만 항상 고정 고객이 있다.
고객가치를 기능적 가치, 감성적 가치, 정신적 가치로 나누어서 단계별 구분한다고 해서 특정 가치가 다른 가치에 대해서 절대적인 가치의 우월성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1,000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나 수백만 원대의 고급 패션 시계도 기능적 측면에서는 10만 원대의 전자시계를 쫓아가지 못한다. 따라서 기능을 중요시하는 고객에게는 수백만 원짜리 명품 패션 시계보다는 10만 원짜리 전자시계가 훨씬 더 가치 있는 제품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고객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서로 다르므로 같은 가치를 제안하더라도 고객이 누구냐에 따라 가치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고객이 같아도 제안하는 가치가 달라지면 당연히 그 가치에 대한 고객의 평가는 달라진다.
누군가 커피숍을 새로 오픈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커피숍이 어느 고객가치에 주력할 것이냐에 따라 매장을 열기 전에 준비해야 할 일들이 완전히 달라진다.
만약에 이 커피숍이 핵심 고객가치로 기능적 가치를 선택한다면 기존의 커피숍 대비 커피의 맛과 품질은 어떻게 차별화하고 메뉴와 가격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등에 대한 차별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감성적 가치를 이 커피숍의 핵심 고객가치로 가져간다면 매장 인테리어나 분위기, 매장 점원들의 응대 방식, 고객 커뮤니케이션 등을 기존의 커피숍 대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나아가 정신적 가치를 이 커피숍의 핵심 고객가치로 가져가겠다고 한다면 기존의 기능적 가치나 감성적 가치 항목 중 어느 부분을 정신적 가치로 승화시키고 또 어떻게 브랜드 자산화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물론 기능적 가치, 감성적 가치, 정신적 가치를 완전히 별개로 추구할 수는 없다.
이 세 가지 고객가치의 핵심 요소를 어떻게 블랜딩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만들어 내는 고객가치의 맛과 향 그리고 품격이 달라진다.
셋 중에 어떤 가치를 핵심 가치로 선정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두 개의 다른 고객가치들을 잘 활용해 다른 경쟁자들이 제공 못 하는 내 고객가치 만의 독특한 색깔과 매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주력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를 명확히 하지 않고 시작을 하면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하려다가 초기부터 과도한 투자가 집행되거나 제한된 투자 재원으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차별화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고객가치를 만들어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아무리 작은 사업이라 하더라도 핵심 고객가치 중 어느 가치에 주력할 것인가를 먼저 정하고 그다음에 그것을 경쟁자들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고 출발해야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제대로 된 고객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기능적 가치의 딜레마
기능적으로 좋은 제품이라 해서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며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최신 기술을 이용해 기능적으로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도 그 기능적 가치를 필요로 하는 고객이 제한적이라면 의미 있는 규모의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내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다양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스마트워치 시장은 좀처럼 커지지 않고 있다. (사진 출처 - 노컷뉴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의 차별성만을 가지고 급하게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 그 차별성이 고객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고객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해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기능적 가치가 성공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의 ‘차별성’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의 ‘차별적 효용성’이다. 무엇보다도 이 ‘효용성’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어야만 새로 제안하는 고객가치가 의미 있는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감성적 가치의 딜레마
감성적 가치는 유행에 민감하고 휘발성이 강해서 한동안 고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힐 수 있다. 따라서 감성적 가치 하나만으로 충성 고객층을 지속해서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휘발성이 강한 감성적 가치의 생명력을 길게 가져가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로 기존에 제공하던 감성 가치가 유행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속해서 새로운 감성 가치를 더해 나가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트레이드마크인 브랜드 로고마저 시대 상황에 맞추어 계속 바꾸어나가는 이유도 브랜드가 주는 감성적 이미지가 노화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좋은 예이다.
두 번째로 차별적 효용성이 있는 기능적 가치와의 결합을 통해 감성적 가치의 휘발성을 줄여나가야 한다. 스타벅스가 그 많은 후발 커피 전문점의 등장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특특한 매장 분위기와 브랜드가 주는 감성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스타벅스만의 고품질 원두가 만들어내는 커피 맛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감성적 가치를 고품격의 브랜드 자산화해 정신적 가치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정신적 가치는 고객들의 충성도가 강하기 때문에 감성적 가치를 브랜드 자산화할 수 있다면 감성적 가치의 생명력을 길게 가져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정신적 가치의 딜레마
정신적 가치는 브랜드의 품격이 만들어내는 무형의 가치이며 개별 고객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이 브랜드는 절대 세일을 하지 않아. 그래서 나는 이 브랜드가 좋아.”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세일을 해야 보다 싼 가격에 상품을 구매를 할 수 있는데 세일을 하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이 모델은 주문하면 한 달 뒤에나 물건을 받을 수 있어. 사고 싶다고 아무 때나 살 수 있는게 아니야.” 하고 돈 주고도 제때에 못 사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한다. 이는 ‘나는 남과 다르다’는 차별성과 ‘소수만이 가질 수 있다’는 희소성이 정신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들
따라서 단기적인 매출이나 손익 중심으로 사업을 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정신적 가치를 핵심 고객가치로 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
더 나아가 어떤 기업이 핵심 고객가치로 정신적 가치를 선택하고자 한다면 단기 매출 중심의 판매 활동과 브랜드 품격에 손상을 주는 마케팅 활동을 스스로 통제하는 내부 관리 시스템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엄격한 브랜드 관리는 경영진의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며 잘 짜여진 브랜드 관리 시스템과 현장에 있는 판매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브랜드에 대한 열정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