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수필 - 일본 나라
나라에는 사슴들이 마음껏 뛰노는 사슴공원이 있다.
마치 경주에 온듯한 느낌을 받는 이 곳은 사찰과 공원이 수많은 인파를 맞이하고 있었다.
역시 그들이 보고자 한 모습은 사슴이었다.
사슴에 대한 전설 중 사슴이 바로 천상과 지상을 연결해주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옛 나라 지역에 신이 하얀 사슴을 타고 내려온 이야기가 있는데, 이에 사슴이 신의 수행자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사슴은 참 순한 동물이야. 눈망울만 봐도 정말 착해 보이지 않니?"
사슴은 신의 수행자이며, 인간에게는 천상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참 친절한 동물이다.
혼자 책을 읽으며 한껏 피크닉 분위기를 내고 있는데 여행객 무리가 내게 벤치를 나눠 써도 되겠냐고 물었다.
좁은 벤치이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미소를 보이며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자 그들도 내게 친절하게 말을 걸었다.
누군가에게 항상 친절을 베푸는 일은 참 힘이 든다. 어쩌다 보면 친절을 베풀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마련인데, 그럴 때에도 내 감정을 숨기고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 곧 예절이다.
가스 가타이 샤 신사에 와서 나도 남들처럼 돈을 내고 기도를 드렸다.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아이인지."
혹자는 사회생활이라고 하지만, 무리한 요구일 경우에는 거절할 수밖에 없는 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친절함을 베풀어야 하는 정도는 어느 선에서 그어야 할까.
또는 친절함을 베풀지 않아도 되는데 베푸는 사람은 선인이며, 베풀어야 하는데 베풀지 않는 사람은 악인인가.
어떻게 규정지을 수 없다.
요시키엔 정원을 지나 드넓은 공원에 다다르서야 갑자기 문득 생각났다.
공리주의를 이야기한 벤담은 실로 모두의 이익이 극대화가 될 때 그것은 선, 즉 좋은 일이라 이야기했다.
"공리(功利)의 크고 작음을 입법 및 도덕의 유일한 기준으로 생각했다. 즉 쾌락은 선(善)이고 고통은 악(惡)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나는.
나라에서 만난 사슴들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애교를 마음껏 취하고 있다.
친절함을 베푸는 중이다.
카메라 렌즈를 가까이 들이대도 가만히 큰 눈망울을 보이며 포즈를 취한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친절함을 베풀어야 할까.
나리마치를 거닐다 만난 공예품 집에서 나는 차를 얻어마시는 친절함을 마주쳤다.
공예품을 파시는 아주머니께 너무 감사하다며 말을 전했다. 그녀는 아주 크게 웃으며, 괜찮다며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사래 쳤다.
"친절함은 좋은 마음에서 나와. 억지로 하는 것은 친절함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