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장식을 시작했다. 문에 리스를 달았고 거실 창문에 꼬마전구 커튼을 쳤다. 어제 퇴근길에 잠시 꼬마전구 커튼이 반짝거리는 창문을 바라보다 내가 유치원 시절을 보냈던 주택 기억이 났다. 그때도 거실에 트리 장식을 했었다. 장식은 항상 낮에 어머니와 둘이 했는데 저녁에 퇴근하는 아버지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아버지가 마당 대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나면 어머니를 재촉해서 온 집안의 전등을 다 끄고 소파 뒤에 숨었다가 현관을 열고 들어오시는 소리에 맞춰 트리 장식만 불을 켜고 아버지가 깜짝 놀라는 걸 보며 즐거워했다.
간혹 이렇게 어린 시절의 순간순간이 기억날 때가 있다. 이 순간을 꼭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던 상황부터 이유는 모르지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랜덤 박스에서 꺼낸 것과 같은 그런 기억들. 그 순간에 대한 기억과 그 기억을 따라 흐르는 감정선을 만지다 보면 자연스레 내 아이들은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해진다. 한 가지 바래도 된다면, 아이들이 특별한 한 가지 기억을 갖기보다 그냥 자신의 어린 시절이 따뜻했다는.. 모호하지만 푸근한 느낌으로 추억하는 시절이기를 바라본다.
이번 주말에는 이제 집 앞 나무에 트리 장식을 할 예정. 온 가족이 모두 나와서 거들 수 있도록 날이 조금 따뜻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