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첫 눈이 왔다.
이번 겨울 들어 몇차례 가벼운 눈이 오기는 했으니 진정한 의미의 첫 눈은 아니지만 눈을 치워야 하는 입장에서는 눈삽과 제설기를 꺼내야 하는 수준의 눈이 와야 첫 눈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제밤에서 오늘 아침까지 내린 눈이 이번 겨울 첫 눈이다.
처음엔 적당히 내리다 말 것 같았다. 새벽에 현관을 열고 내다 봤을때 모습으로는 대략 2인치 정도 내리고 그칠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아침에 해가 뜨고 나서 다시 보니 몇시간만에 족히 8인치는 온 것 같았다. 이쯤 되면 혼자 치우기엔 버겁다. 대충 힘써야 하는 부분만 내가 제설기로 먼저 치워놓고 삼형제를 불러냈다. 몇해전만 해도 아이들과 함께 치우느니 차라리 나 혼자 하는게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도 매년 꾸준히 함께 하다보니 아이들도 컸고 그만큼 눈삽 쓰는 요령들도 생겨서 이제는 확실히 함께 하는게 도움이 된다.
그렇게 나가서 아이들과 한참 눈을 치우고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가는 시점에 앞집 이든이 눈삽을 하나 빌릴수 있겠냐며 찾아왔다. 중국계 이민자인 이든의 가족은 몇달전 이사를 왔는데 얼마 전 첫째를 출산한 젊은 가정이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뉴욕 맨해튼에서 살다가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동네로 이사를 나온 경우. 출산을 축하하며 얼마전 아내가 치즈케이크를 구워서 가져다 주기도 했다.
여튼 7년을 뉴욕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눈을 치워본 적이 없어 이렇게 외곽 동네 주택에 눈이 왔을때에 대한 대비를 전혀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어차피 우리집 드라이브웨이는 거의 다 치우기도 했으니 내가 들고 있던 눈삽을 하나 건네줬다. 그리고 이든이 집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데 아무리 봐도 혼자 삽 하나 들고 치우기엔 쌓인 눈이 많겠다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돌아보고 의견을 구했다.
우리 앞 집 눈 치우는거 도와줄까?
세 아이들 모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자고 했고 나까지 넷이서 제설기와 눈삽을 들고 이든의 집으로 걸어갔다. 처음엔 혼자 할 수 있다며 사양하던 이든에게 내가 한뼘이 넘게 눈이 쌓인 드라이브웨이를 가르켜 보이며 어깨를 으쓱하자 잠시 드라이브웨이를 바라보다 이내 고맙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제설기와 눈삽 네 개가 달려들자 드라이브웨이를 치우는데 불과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든은 몇번이나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했는데, 사실 나도 과거에 받았던 친절을 나눈것 뿐이다.
2019년에 뉴저지에 처음 와서 눈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감이 없었던 나도 눈 삽 하나 사놓고 있었는데 처음 내린 눈이 무려 10인치, 그러니까 거의 30센치미터가 왔었다. 눈 삽으로 치운다는게 말이 안되는 상황.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수도 없어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치우고 있었는데 이웃집에 살고 있는 로이가 제설기를 끌고 우리집으로 와서 눈을 치워주고 갔었다. 어찌나 고맙던지.
오늘 내가 이든의 앞마당 눈을 치워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로이의 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친절을 받아본적 없었다면 아마 같은 친절을 배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리라.
아이들은 오늘의 이벤트를 어떻게 기억할까? 나는 아이들이 이웃에게 친절을 베풀줄 아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내가 그런 사람일때 내 주위도 그런 사람으로 채워지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스스로가 베푼 친절로 이웃들을 기쁘게 하고 그 이웃들이 다시 베풀어주는 친절로 삶이 충만한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