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국인 가정 한 곳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남편이 심정지로 쓰러져서 중환자실에 누워 있게 된 것. 아내 혼자 두 아이를 건사하며 중환자실까지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 이민 온 지 두 해 밖에 안된 가정이라 아직 미국 사회도, 시스템도 익숙하지 않아 우리 가족이 종종 도와주고 시스템을 알려주고 했는데 익숙해지기도 전에 큰 역경을 맞았다.
그룹챗이 한 바퀴 돌자마자 근처에 사는 한국 가정들이 모여서 이래저래 돕고 있다. 그러던 중 이번 일요일에 최대 20인치 정도 눈이 내린다고 예보가 떴는데 전화해 보니 폭설 경보가 내렸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날씨 같은 거 보고 있을 정신이 아니었겠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 20인치, 그러니까 대략 50cm 정도 되는 눈은 직접 치워보기는커녕 쌓인 걸 본 적도 없단다.
일요일 낮에 눈을 치워주겠다고 하니 울먹울먹. 받기만 해서 어떡하냐고 하는 그 집 엄마와 통화하던 아내가 비빌 언덕 없는 이민자들끼리는 이렇게 서로 언덕이 되어주는 거라고 했다. 빈 말은 아닌 게, 우리 가족도 이민 초반에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우리도 염치가 있으니 받은 만큼 주위에 갚는 것. 사실 한국 가정들만 발 벗고 나서는 것도 아니다. 그 가정의 앞집은 인도계 이민자인데 그 집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단다.
결국 사람 사는 곳에서 사람들 마음은 매 한 가지다.
도울 일이 있으면 서로 돕는다.
결국 사람 사는 곳에서 사람들 마음은 매 한 가지다. 도울 일이 있으면 돕는다. 미디어에 나오는 사람들이 어떤지에 상관없이 조용히 사는 대다수의 우리 이웃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사람이 본래 선하게 태어났는지 악하게 태어났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함께 어울려 살아가다 보면, 순간이 아닌 긴 시간을 함께 하다 보면 결국 선함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현대인은 단지 어울릴 시간과 공간이 부족할 뿐이다.
뇌사 이야기까지 나왔던 환자는 어젯밤에 의식이 돌아왔고 몸도 움직인다고 했다. 다들 기적이라고 했다. 내가 눈 치우는 걸 도우려 한다고 했더니 다른 가정에서도 함께 하겠다고 했다. 일요일 오후에 이웃들이 모여 눈을 치우는 시간은 이 기쁜 소식을 서로 나누는,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비빌 수 있는 언덕임을 확인하는 즐거운 시간일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