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법 긴 시간 글을 쓰서 온라인에 올렸다.
소설이나 수필, 또는 시를 쓰기 시작한 건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였지만 그렇게 쓴 글을 온라인에 올리기 시작한 건 1995년에 PC통신 나우누리에 가입하면서부터였다. PC통신 같은 폐쇄 플랫폼이 아닌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한 건 1999년 홈페이지 열풍이 불면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올리면서였는데 나중에 blogger 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여기로 옮겨서 이후 계속 유지를 하고 있다. 카카오 브런치는 가장 최근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플랫폼인데 이곳을 이용하더라도 여전히 blogger에도 글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내 블로그는 성인이 된 이후의 내 삶을 가로지르며 매 순간을 기록하고 있는, 개인판 조선왕조실록 같은 존재가 됐다. 카카오 브런치에 올리는 글도 일부는 내 개인 블로그로 옮기고 있는데 만일 브런치가 서비스 종료를 한다고 하면 나머지 글도 모두 블로그에 옮겨 놓겠지.
어쨌든 기간을 따져보면 온라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는 30년, PC통신같이 폐쇄된 공간이 아닌 오픈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는 26년이 된 셈. 1년에 한편만 쓴 시기도 있었고 수백 개의 글을 쓴 시기도 있었다. 쓴 글이 이런저런 이유로 삭제된 적도 여러 차례. 하지만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멈추지 않았다. 그 사이 정말 많은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이 생겼다가 사라졌고 플랫폼의 유행을 타고 인연들이 새로이 생겼다 사라지고는 했다. 놀랍도록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많이 봤고 단기간에 엄청나게 많은 구독자를 확보할 만큼 활동적인 아마추어 작가들도 많이 봤다. 하지만 그 많은 인연들 중 30년 가까이 꾸준히 글쓰기를 유지한 사람은 없었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분명 많겠지만 적어도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 나와 맺었던 인연들 중에선 없었다. 브런치에서도 인사를 하고 지내는 작가들이나 독자들이 조금 생기긴 했지만 이들 중 얼마나 인연이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이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전업 작가도 아니면서 30년 가까이 글을 쓰면서 나는 왜 글을 쓰나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적도 여러 번 있다. 재미있는 건 20대, 30대, 40대를 지나면서 그때마다 답이 달랐다는 것. 어떨 때는 내 글이 남들의 주목을 받는 게 좋았고 어떨 때는 첨예한 사회의 안건에 대해 내 주장을 정리해서 펼치는 게 좋았다. 또 어떨 때는 남이 모르는 걸 알려주는 글을 쓰는 게 좋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들이 중요해졌다 무시되기를 반복하는 동안 단 하나의 이유만큼은 변하지 않았고, 이제는 안다. 그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라는 걸.
난 나를 위해 글을 쓴다.
난 나를 위해 글을 쓴다. 누가 내 글을 읽어줘서도 아니고, 누가 읽어주기를 바라서도 아니다. 그냥 글을 쓰는 내가 좋고 내가 쓴 글이 좋다.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해서 내게 보여줄 수 있어서 좋고, 내가 과거에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훗날 돌이켜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는 언제부턴가 댓글 기능조차 없다. 날 제외한 다른 이의 반응이 필요 없으니 댓글 기능을 넣어 놓을 이유가 없다. 브런치를 이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브런치의 여러 기능들(브런치북이나 매거진 같은)이 좋아 보였기 때문인데 한번 써보는 듯하다가 결국 제대로 이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만 중요하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는 그다음 문제였으니까. 종종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도 많이 쓰지만 결과적으로 내 독자는 나뿐이기에 남에게 보여준 결과가 어떠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내가 오랜 시간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는 건 아마도 내가 만족시켜야 하는 독자가 나 하나뿐이어서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독자는 자신이 쓴 글에 늘 만족한다. 그러니 글 쓰기를 멈출 이유가 없다.
생각해 보니 30년을 글을 쓰며 이번과 같은 글은 처음 써보는 듯하다. 아마 30년이라는 숫자가 그런 마음을 먹게 했나 보다.
수백 수천번 돌려 읽으며 정주행했던 내 26년된 블로그의 정주행을 조금 전 또 한번 마쳤다. 그렇게 나는 내 삶의 기록된 단편들을 다시 한번 기억속에서 정돈했다.
나는 앞으로도 플랫폼에 상관없이 계속 글을 쓸게 분명하고 계속 그 글을 블로그든 어디든 모아 놓을게 분명하다. 그리고 내가 세상을 떠난 뒤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되겠지.
언젠가 내 블로그에 썼듯이,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