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958일차 - 험한 우중에됴 태권도를 향한 연심 엇디 가시랴!
차후 다시 쓰겠으나 비가 정말 많이 왔다. 사범님께 국가대표팀을 인솔하여 네덜란드 세계대회에 참여하시는 동안, 나는 회사에 신입 사원들이 올라와 이래저래 바빴고, 그래서 이제 부사범이 된지 얼마 된 콜라 사매에게 한 주 동안 고스란히 도장을 맡겨야만 했다. 마음은 불편했으나 한편으로는 아내와 아이에게 지극정성을 쏟을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밥 잘하는 유진이 또한 이럴 때 아내에게 더욱 잘해주어야 한다며, 도장은 나 말고도 도와줄 사람이 있으나 내 가정은 나 아니면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 때 나는 피를 마시는 새 초반에, 일만 명의 제국 병사를 동원하는 한도 내에서 원칙적으로는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는 제국의 만병장이자 젊은 대장군인 엘시 에더리가 약혼녀 부냐 헨로를 지키지 못해 괴로워하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저 허영심 많고 화려한 귀족 처녀에 지나지 않는 부냐 헨로는, 군사적 이적 행위의 누명을 쓰고 전사자들의 시체를 염하는 벌을 받게 되고, 그 때 그녀를 맡게 된 염사장 두이만 길토에게, 승전을 거두고 돌아온 젊은 대장군은 무심코 뇌까린다. 일만 명의 제국 병사를 동원해 그녀를 당장 탈옥시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는 제국의 만병장이지만, 그 일이 '바르지 않기에' 제국의 대장군은 황제에게 약혼녀의 사면을 요청하거나 당장 그녀를 꺼내주는 대신, 혹시나 황제가 기분이 좋아져서 대사면을 내리지 않을까 기대하며 황제의 오랜 적인 변방의 강국 규리하령을 정복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모두가 칭송하는 위업을 달성한 위대한 남자에게, 그러나 한 여자는 치를 떨며 감옥의 면회장을 박차고 나간 직후이기도 했다. "지금 당장 저를 꺼내주실 수 있는 분이, 그 힘을 사용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황제께서 사면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저 먼 규리하를 정복하고 돌아오셨단 말씀이군요!" 한 남자로서 누가 봐도 참담할 그 순간에, 대장군의 읊조림은 다음과 같다. "제국을 지키면서 한 여자도 지키지 못하는 남자를 뭐라고 하겠나." 무심코 흩어져나온 대장군이 후회로 혼잣말을 수습하기도 전에, 냉소적인 염사장은 재빨리 말한다. "그건 병신입니다." "...뭐라고?" "제국은 누구나 지킬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제국도 아니죠. 하지만 그 남자의 여자는 그 남자만이 지킬 수 있습니다. 그걸 모르니까 병신인 겁니다." 백번 옳은 말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처자식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그 덕인지, 아니면 시간이 있을때마다 내 잠 줄여가며 비가 오면 다락방에서, 비가 안오면 옳다구나 하고 옥상에서 혼자 도복을 입고 춤을 춰대는 남편이 불쌍해서인지, 아내는 이번주 특별하게 오전반을 나가도록 허락해주었다. 안그래도 생각보다 야간 근무가 길어진데다가, 귀국하신 사범님 또한 세계 대회 뒷마무리를 하시고, 함께 입국한 여러 외국 사범님들과 일을 보시느라 좀처럼 여유가 없으셨다. 뉴스에 연일 비보가 쏟아지는 기록적인 폭우가 연달아 오던 날이라 과연 몇이나 올까, 아무래도 나 혼자 오랜만에 도장에서 실컷 훈련하다 가는 호사를 누리지 않을까 불측한(?) 생각도 해보았으나 웬걸, 역시 칠순이 넘도록 태권도를 해오신 두 선생님은 물론이고, 오전반은 오전반답게 또 수련자들이 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나중에 콜라 부사범님과 밥 잘하는 유진이 등에게 물어보니, 저녁반 역시 사람들이 더 오면 더 왔지 덜 오진 않았다는 것이다. 요즘 나는 완전히 하루 훈련의 양이 정해져서, 몸을 풀고 틀을 쭉 돌고, 30개의 보 맞서기를 모두 한 다음, 시간이 남으면 발차기를 중심으로 맞서기 연습과 체력단련을 마무리하고 하루 훈련을 정리한다. 오랜만에 공도 형님이 셋째 아이를 낳고 돌아오셨으며, 칠순의 귀부인 강 선생님이 레모네이드를 사오셔서 모두 나눠마시고 더욱 힘을 냈다. 날이 습하고 찌는 날에는, 늘 입에 달고 사는 커피보다도, 콧등이 찡하도록 시큼한 레몬이 입에 침을 고이게 하며 더욱 힘을 내게 해주었다. 늘 태권도를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어 감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