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ITF 963일차, 그리고 번외편 - 옛 기술을 되살리는 일
타고나길 근골이 약하고, 손발이 짧아 무공으로 대성하기는커녕 제 한 몸도 겨우 지킬까 말까 싶은 수준이라는 건 내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온갖 무공을 정말이지 조금씩은 다 손대었다는 이야기도 주구장창 했었다. 당연히 합리적 기술의 보고라고 일컬어지는 주짓수를 비롯한 다양한 관절기도 익혔었더랬다. 누군가 말하기를, 타격기는 누구나 큰 연습없이도 치고 막는건 기본적으로 할 수 있으나, 관절기는 지렛대를 만드는 원리부터 시작하여 착실하게 연습하지 않으면 결코 강해질 수 없다고도 했다. 아닌게 아니라 근 십여년 만에 관절기 기술을 쓰려니 이미 대부분의 기술을 잊은 것은 둘째치고, 전혀 각도와 거리를 잴 수 없었고, 대번에 태클을 들어가려다 돌려차기를 맞아 뒤로 나자빠졌으며, 나보다 키가 크고 힘이 센 두 사람을 돌아가며 상대하려다 내 죽은 근육과 잃어버린 감각만을 느끼며 서글펐을 뿐이다. 그러므로 회사 일과 집안 일 때문에 아득히 지쳐서도 그렇겠으나 나는 정말이지 금요일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로지 잠만 잤다. 거의 밤 아홉시가 다 되어서야 아내가 심심하다고 나를 깨워서 겨우 아내와 먹을 것을 좀 먹고 또 좀 쉬었다. 온 몸이 땅으로 내리누르는 듯한 하루였다. 사매들이 공부가주를 가져와서 중국음식에 실컷 고량주 세 종류 바꿔가며 마신 뒤에야 비로소 몸의 피로가 조금 가셨다. 그러나 한때 열심히 했던 관절기가, 제아무리 책을 읽어도 예전처럼 벼릴 수 없는 내 지적 능력과 비슷하게 삭아들어갔다는 사실은 무척 슬펐다. 사실 그만큼 태권도가 늘었으니 그렇게 서글픈 일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몸 바쳐 배운 무언가가 멀어졌다는 사실은 역시 인간의 삶이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고 포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