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찬욱, 주연 박해일, 탕유 외, 헤어질 결심, 한국, 2022
세상말로 배우개그라는 것이 있다. 요컨대 영화 A에 나왔던 유명한 배우가 영화 B에 다시 얼굴을 보일 때, A의 명대사를 B의 역할에 대입하여 비트는 말장난식 유희인데, 내 기억으로는 범죄와의 전쟁 과 명량 에 모두 주연을 맡았던 최민식 배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배우도 국보급 대배우시려니와, 양작 모두 흥행과 평론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수작들이었으니, 어느 쪽의 이야기를 갖다붙여도 대부분 알아듣는다는 점에서도 훌륭하다. 특히 네이버 등의 거대한 검색 사이트의 영화 명대사 추천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충무공의 명대사가 느닷없이 '저 깡패 아임미다~ 내도 삼도수군통제사 출신입니다~' 라던가, '거북선... 살아 있네~' 라든가 뭐 이런 식이다. 최근에 아내와 함께 심야 영화로 본 한산에서 열연한 박해일 배우의 명대사 역시 갑자기 '조선이 그렇게 만만합니까..?' 라든가 '포탄을...알고 싶습니다.' 이런 식이길래, 문득 너가 어머님과 함께 본 헤어질 결심이 그렇게 재밌었다는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났다. 최근 영화 개봉작들을 보면 좀처럼 영화 칭찬할만한 친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좀 들었는데, 주변에 영화나 책 좀 본다는 친구들도 심지어 10점 만점에 10점을 준다고 할 정도로 호평(넌 대체 죽었냐, 살았냐;;) 일색이었다. 그래서 비가 세차게 내리긋는 어제 늦은 퇴근길부터 오늘 아침까지 중간중간 끊긴 했으나 비교적 주욱 몰아서 봤다.
반농반진의 경박한 생각이지만, 감독의 친우이자 또다른 세계적 감독인 봉 감독께서 '성공한 영화의 공식' 을 쓰신게 아닌가 싶었다. 아직 상영하는 영화라 이 미묘한 이야기의 줄거리나 세세함을 다 말할수는 없고, 여하튼 '기생충' 이나 혹은 차현 형님의 소설처럼 쟝르를 비틀며 넘나드는 묘한 재미가 있는 영화다. 기생충이 설정과 소품 등으로 미쟝센과 오브제를 이루었다면, 헤어질 결심은 색채와 공간 구도, 음악, 배경 등에 좀 더 치중해 있으며, 그 중 대사가 특히 쫀쫀하다 할 정도로 서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분당댁 탕유의 한국말은 자막이라도 조금 달아주면 어떨까, 싶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또 그 미묘한 거리감과 난해함이 이방인으로서의 매력을 더하는 것 같아 의도적인가 싶기도 했다. 기생충이 영화적 연출에 무게를 둔다면, 헤어질 결심은 연극 쪽에 좀 더 가까우며, 특히 형사 해준과 미망인 서래가 만나는 대부분의 장면은 유독 대사와 억양, 연출 등이 연극의 장면들을 따로 떼내어 붙여둔 듯한 힘을 준다. 맨 프롬 어스나 대학살의 신 등에서 볼 수 있는 향취였다.
제목도 그렇거니와 여하튼 알려진 바대로 이 영화는 좌우당간 불륜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다. 이 플랫폼에서도 '뭐가 되었든 불륜을 이렇게 미화하면 되겠느냐' 며 혹평하는 평을 본 적도 있다. 내 생각은 좀 다른데, 어디까지나 책은 책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고자 함이 아니라 단지 그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때, 우리는 스스로 충분히 거리를 둘 수 있다. 연쇄살인마의 영화를 보면서 아무도 그를 동경치 아니하고, 불륜 영화를 보면서 불륜을 꿈꾸지 않는다. 만약 그런 이가 있다면, 스스로의 마음의 왜곡이 커서 그럴 따름이다. 로버트 패틴슨이 훌륭하게 계승한 배트맨에 이어 오랜만에 또 영화답게 잘 만든 영화를 봐서 기분이 좋다. 술 한 잔 따라놓고 화양연화처럼 비오는 어둑한 오후에 몇 번 더 보고 싶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