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967일차 - 역시 훈련은 도장에서 해야 제맛이다!

by Aner병문

감기가 걸렸어도 열심히 집안일을 낮밤으로 돌보았더니, 아내가 더욱 고마웠는지 이번주는 특별히 3일간 도장 나가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그래서 오늘 모처럼 사범님 계시는 수요일에 도장을 나갔다. 월 수 금 정규 훈련, 그리고 화 목 자유 훈련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확실히 내가 있는 날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데 비해 오랜만에 찾아온 정규 훈련 시간에는 사람들이 많은데다 그새 스뻬인이며 일본, 호주에서 짧게나마 배우러 온 수련생들이 많아서 역시 사범님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다. 사범님은 아직 젊으시지만, 실력이 출중하시고 도장을 운용하는 지도력과 기획력 또한 뛰어나셔서 여러모로 귀감이 되는 분이다. 사범님을 십년 가까이 모시고 훈련할 수 있는 것은 복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오랜만에 사범님이 좋으셨는지 평소 발차기 훈련 이외에 눕고 앉고 엎드려서 하는 기본 발차기 반복 연습을 시키셔서(흰 띠 떄부터 하긴 하는데 자기 무게 이겨가면서 하는거라 엄청 힘듦..ㅠ) 발차기만 연습했는데도 팔이 다 후들거렸다. 그래도 몸이 어느 정도 나은데다 모처럼 집안일 생각치 않고 도장에서 훈련하니 정말 좋았다. 옥상에서 훈련하면, 아무래도 창 안으로 아이 소리도 신경써야 하고, 울타리 주변으로도 혹시 누군가 넘겨다보나 싶어 괜시리 머쓱하기 마련이다.



나는 팔굽혀펴기를 겸해가며 틀 연습을 모두 마쳤는데, 스뻬인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한다는 스물다섯 아가씨 미즈 에스떼반과 함께 의암 틀과 충장 틀도 함께 했다. 그녀는 키가 크고 활달하며, 내가 본 남미 사람들중 가장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틀도 굉장히 각지게 잘해서 무척 놀랐다. 그런 그녀가 내 틀을 유심히 보면서 엄청 빠르긴 해도 잘한다며 칭찬하는데 솔직히 곧이 들리지 않아서 그냥 웃고 말았다. 빠르기로 치자면 그녀의 영어가 너무 빨라서 나는 솔직히 다시 말해달라고 몇번이나 말해야 했다. 호주에서 ITF 초단을 따고 왔다는 열여섯살 호주소년도 당분간 도장에 머물기로 했고, 오전반에는 역시 초단을 따신 재일교포 어머님도 계신다니 역시 코로나가 끝났다기보다는 익숙해져서 다시 우리 도장으로 외국 수련생들이며 사범님들이 오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마치 이딸리아 생햄처럼 벗겨진 내 굳은살은 다시금 딱딱하게 굳어서 오늘 팔굽혀펴기를 제법 많이 할 수 있었다. 한동안 피곤하여 늘어져 있다가 모처럼 집중하여 훈련하니 정말 좋았다. 한동안 녹슬어가던 영어도 그럭저럭 써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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