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번외편 - 모르는 것과 아는 것
앞서 적었듯이, 갑자기 날씨가 곤두박질하여 옥상도장에서 연습하기 어려웠다. 옛 선조들께서는 몸이 움직이기 좋은 계절에 활을 쏘고 말을 타며 단련하시었고, 안으로 들어앉아 지내야할 계절에는 글을 읽어 마음을 살찌우셨다. 그러므로 보통 문과의 별시는 겨우내 글을 읽은 선비들을 위해 봄을 넘겨 이루어졌고, 무과는 여름내 땀 흘린 장정들을 위해 가을에 주로 열렸다고 했다. 그러므로 나는 추운 날에 여유가 있으면 일단 뉴스든 영화든 교육방송이든 무엇이든 틀어놓고 주로 간단한 기본 기술과 맞서기 기술, 그리고 주로 무게를 다루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연습을 하였다. 아침에는 주로 교육방송을 쉼없이 틀어놓아 영어든 중국어든 듣고 따라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집에서 혼자 훈련을 할때면, 늘상 보던 살림살이들이 자꾸 주변에 있어 훈련에 집중할 수 없는데, 나는 한동안 이를 핑계라고 여겨 스스로 책망하다가, 나중에서야 그 유명한 김영하 선생께서, 유명한 작가들이 굳이 제 집을 놔두고, 집필실을 따로 마련하거나 호텔방에서 글을 쓰는 이유는, 늘상 자신의 몸에 엉겨붙은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 스스로를 던져두는 행위라고 하여 놀랐던 바 있다. 하기사 단련기구 이외에는, 오로지 같은 도복을 입은 사형제 사자매들이 가득한 도장과, 살림살이가 들어찬 집은 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나는 기왕 팔 정신을 생산적으로 꽂아넣기 위해 외국어 교육방송을 읊조리며 훈련하였다. 마침내 서산에 도장을 여신 '열혈남아' 서산 사범님께서는, 우리를 지도하실때 발을 손처럼 능란하게 쓰기 위하여 여름이면, 커다란 선풍기는 몇 대씩 갖다두고, 발을 위아래로 돌리며 선풍기의 둥그런 외곽선에 닿지 않도록 유지하는 연습을 시키셨고, 또 본인도 늘상 자주 하시었다. 나는 감히 그 정도 실력은 될 수 없으며, 못을 몇 개씩 박아 절름대는 발로 오묘한 태권도의 묘수를 다 펼칠수는 없으므로, 발차기보다는 손기술에 더 주력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안할 수는 없는 연습이라, 나는 교육방송을 틀어놓은 TV 위쪽으로 계속해서 발을 날리는 연습을 했다. 만약에 발이 혹시나 낮아지거나 빗나가서 TV에 맞기라도 하면 몇백만원짜리 대형사고...ㅠㅠ
케틀벨과 클럽벨을 자주 쓰는 연습을 하니까 확실히 온 몸의 근육이 저릿저릿한 것이 기분이 좋다. 다만 몸 바깥으로 쌓인 살들은 역시 좀처럼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집안이 난삽하여 당분간 술을 마시지 않았고, 자기 전 무언가를 먹는 습관도 줄었으므로, 자연스레 또 익숙해질 때가 있을 터이다. 내가 일을 하고 살림을 돌보는 동안, 아내는 간병에 여념이 없었다. 늘 서로가 보고 싶은 시간을 각자의 일로 메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