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755일차 - 태권도를 하니 좋긴 좋구먼 ㅠㅠ

by Aner병문

하루 전날 오랜만에 기분 좋게 술을 마셨더니, 약간 쌀쌀한 날씨에 일어나기 쉽지 아니하였다. 다음주 토요일에 아내가 온다는 일정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그냥 하루 포기하고 잤을지도 모른다. 여름이면 몰라도, 겨울철 새벽녘의 따뜻한 이부자리는 정말이지 사람 뼈와 살과 마음을 다 헤집어 녹게 만든다. 박흥용 화백이 쓰고 그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의 견자 역시 놋쇠장이 일로 근력을 키울 때, 하루종일 안성 유기를 만들고 나면 온 몸이 녹는듯해 천하제일 기녀가 안아주어도 마다할 지경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도 싸늘한 도장 바닥에서 점점 온기가 올라오고, 이 날씨에도 온 몸이 땀과 열에 젖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보통 원효 틀에서 율곡 틀 할 정도, 그러니까 유급자 틀의 중간쯤 오면, 몸도 완전히 풀리고 잡념이 사라진다. 정해진 시간에 많은 기술을 살펴볼 수 없고, 또 겨우 부상이 조금 나았는데 지금 무리한들 없던 실력이 갑자기 생겨나지도 않을 터이다. 그러므로 틀과 보 맞서기 중심으로 연습하되, 기술 하나를 연습해도, 중심과 균형, 타격의 처음과 끝, 움직임의 연동 등을 생각하며 자세를 바로잡기로 했다. 결혼 이후로 꾸준히 훈련량이 줄어들다, 그예 부상과 육아를 핑계삼아 근 3개월을 쉬었더니, 자세 자체는 그나마 좀 나아진 듯하다. 늘 꾸준히 연마하는 일 이외에는 비법이 없다. 유튜브에서 본 고류 가라테의 토라구치(虎口) 단련법이 재밌어 보여서, 슬쩍 끼워넣었다. 상대의 공격해오는 두 손을 엇걸어 꼬아놓고 넘겨버리는 기술인데, 이 기술을 잘 쓰기 위해서 커다란 클립처럼 생긴 쇳덩이를 양손으로 잡고 좌우로 자꾸 움직여주는 연습을 한다. 우리 도장의 2대 샌드백- 떡볶이에 이은 김밥 샌드백을 기울여서 양옆으로 휘두르고 있다. 열다섯개만 해도 겨드랑이 아래가 뻐근하다.


오늘의 훈련량

스트렛칭

사주찌르기/막기 ~2단 틀까지

의암, 충장, 고당 틀 2회 반복

3보 맞서기

맞서기 연습

근력 운동

스트렛칭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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