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子뎐 外食 편...
* * *
병子 오늘도 하루 일을 눈치보며 마치고 근육통에 쑤시는 몸 억지로 끌어 집에 들어오니 부인 안씨가 춤을 추며 흥에 겨운지라, 가방을 벗으며 어찌 된 일이냐 물으니, 안씨가 남편의 짐을 받으며 가로되 금천구에서 백로가 날아와 아이를 물어갔으니 나는 자유로다 이틀간 자유로다 하니, 손녀가 보고픈 시모가 그예 짐 챙겨 아이를 데려갔구나 능히 짐작할 수 있더라. 이에 병子 또한 모처럼 갑자기 생긴 겨를에 웃으며 가로되, 그렇다면 부인이여, 오늘은 마땅히 외식해야 하는 날이로다, 무엇을 먹고자 한들 매운 것만 아니라면 내 다 들어주리라, 물으니 부인 안씨 답하기를, 내 오랜만에 남편의 쎈쓰를 한번 보리라, 그대, 부인에게 무엇을 먹여주고 싶은고, 오히려 되물으니, 이 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인터넷트 태극권*1 인가, 이전날 명륜진사갈비와 노브랜드버거의 참담한 치욕이 떠오르며 병子의 등골에 식은 땀이 솟으니, 이 여자가 또 시작이구나, 혀 잘못 놀리면 외식에 술은 고사하고 목숨이 남아나지 않으리라, 모골이 송연하더라.
그리하여 병子, 스핑크스 앞 외디푸스마냥 떨면서 가로되, 모처럼 아이가 없으니 따끈한 불을 쓰는 화식(火食)이 어떠하뇨, 애 고모 직장 앞에 그럴듯한 곱창 집이 있으니 한 번 가보고자 하노라, 하나 부인 안씨 고개를 저으며 답하기를, 곱창은 썩 찾아먹지 않으나 아이 덕에 평소 불에 굽고 튀기는 음식을 두려워한즉, 그 의견에는 동의하노라, 다른 음식은 없는가.
병子, 다시 묻기를, 오, 그렇다면 극진가라테로 안양을 평정하고 로드에푸씨이로 진출하여 이름난 김승연*2 선수가 경영하는 양대창 집을 가봄은 어떠하뇨, 아세아를 주름잡는 고수가 이토록 가까이 있으니 찾아뵙지도 않는 것도 실례로다 하니 안씨 눈을 부릅뜨며, 평소 태권도도 남편 몸이 다칠까 저어하여 노심초사하는 부인의 마음을 알진대 하물며 푸로 선수가 운영하는 고깃집에 남편 행색 어떠할지 안봐도 HDMI인지라, 보나마나 술 진탕 먹고 의기투합하여 쨉이 어떻고, 아파컷토가 어떻고 브라질리언 킥*3 이 어쩌고 논하는 꼴 보기 싫어 아니 가겠노라, 다른 의견은 없는가.
병子가 다시 곰곰히 생각하여 가로되, 그렇다면 안양대교 사거리에 꼼장어 집이 맛있는데가 생겼는데 거긴 어때요? 안씨 기다렸다는듯이 '비'웃으며 답하기를 와, 여보, 내 모릅니까, 내 포항 여자~ 으이? 바다 여자~! 와, 이거 뭐 자신 있나! 아니면 겁이 없는거가, 내한테 꼼장어 묵자꼬요, 지금? 어데어데 서울 꼼장어 맛 좀 한 번 봐볼까? 으이? 내 만족시킬 수 있으까, 으이? 병子 부끄러움에 몸서리를 치며, 전부터 집 뒤에서 사람이 많았던 양꼬치집으로 가기로 겨우 합의하고 길을 나서나, 속으로는 옹졸하게 절치부심하며 읊조리기를, 내 언젠가 남도 본토에서 삭힌 홍어를 가져와 이 여편네 코를 납작하게 해주리라, 마음 먹더라.
좌우간 부인 안씨와 병子가 양꼬치 집에 들어가 자리에 앉은 즉, 저 멀리 대륙 변방에서 온 동포 주모가 특유의 억양으로 가로되, 애 유모차 끌고 와따가따 하는 젊은 부부 아닌가 말이, 보기 좋더만은 여로 어찌 왔소, 내 잘해주겠소, 하니 과연 양꼬치와 양갈비꼬치가 향과 결이 좋으며 찹쌀 꿔바로우의 튀김옷이 고소하고 두툼하여 부인 안씨의 마음에 꼭 들더라. 내 남편에게 시집와 못 먹어본 것을 많이 먹는도다, 고향에서 뭉티기로 일컫는 생고기도 처음이요, 양고기도 이리 먹은 적은 없는지라, 모처럼 뜨뜻한 불길도 좋고 내 마음이 흡족하니 오늘 고량주 한 병을 허하노라, 안씨가 배포를 부리니, 병子 기뻐 날뛰며 재빨리 한 병을 주문하여 잔에 넘치게 따를 새, 안씨 눈을 가늘게 뜨며 병을 살피더라. 이거 도수가 몇 도고? 다 한자로 써있으이까네 알 수가 있나.. 五十六度....? 이거 뭐라 읽는거고? (짜증)
병子 안색이 변하여 다급히 가로되, 아 평소에 마시던 거랑 똑같은 거여, 똑같은거여, 신경쓰지 마랑게 했으나 이미 독한 향을 감출 수 없는지라 부인 안씨 눈살을 찌푸리며 병 뒷면을 살피니 그예 한글로 적은 숫자가 드러나는지라, 5...56도?!!! 와, 이게 사람이가, 56도요? 이걸 사람이 마실 수가 있습니까?!!! 병子 이미 발동이 걸려 몇 마디 주워배운 대륙말로 크게 기뻐하여 한 병을 깨끗이 비우고 양꼬치 10개, 양갈비 10개, 찹쌀 꿔바로우 한 접시, 써어비쓰*4 로 나온 물만두 한 접시까지 해치우고도 옥수수냉면과 송화오리알을 입가심삼아 한 병 더 못한 것을 아쉬워하니, 안 그래도 두 부부는 생일이 7월로 같으며, 조만간 휴가로 곽 훈장과 북촌처녀와 어울리고자 하는지라, 그 날은 1박 2일이니 또 안 봐도 멀티플렉스로다, 참으로 이를 어찌할꼬, 부인 안씨가 한탄하며 그 날의 저녁값을 셈하더라. 그래도 병子 몸을 단련코자 함이 게으르지 않아 술기운에 능히 80분을 걷고, 팥빙수 한 그릇으로 부인을 달래준 뒤 빨래걷기에 열심이니 부부살이 자고로 다 그렇다 하더라.